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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프리즘

목의 자유 잃고 멋을 얻은 ‘넥타이’

  • 최현숙 교수/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목의 자유 잃고 멋을 얻은 ‘넥타이’

목의 자유 잃고 멋을 얻은 ‘넥타이’

남성복에서 ‘황금의 삼각지대’를 장식하는 넥타이는 착용자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독서 성향이 전공, 비전공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임에도 독후감 노트를 남기지 않은 탓인지, 임어당의 저서 ‘생활의 발견’을 20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남아 있는 기억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세계적인 석학이 넥타이 매는 것을 너무도 싫어해 그 폐해를 자세히 나열한 부분이다.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내가 아는 남자들만 모아놓아도 트럭 한 대분은 넘을 듯하다.

그러나 현대 남성 슈트의 경우 이른바 ‘황금의 삼각지대’라고 부르는, 양복 상의 목과 가슴 사이의 셔츠가 역삼각형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가장 눈에 띄기 때문에 이곳을 장식하는 넥타이야말로 남성 패션의 초점이 된다. 이런 이유로 패셔너블한 남성은 물론 옷차림에 무관심한 것이 남성의 자랑인 양 생각하는 남성마저도 넥타이만큼은 신경 써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같은 넥타이를 이틀만 매고 출근해도 당장 어제 외박했냐는 의심 어린 질문에 시달리니 어쨌든 날마다, 그것도 가능한 한 양복 색깔에 맞추느라 이것저것 골라 매봐도 언제나 만족스럽진 않다. 바쁠수록 매듭은 비뚤어지고, 심지어 풀지 않은 채 빼뒀던 넥타이 고리를 다시 조여 매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어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며, 아주 작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착용한 사람의 취향(혹은 취향 수준)이나 교육 정도 등 많은 것을 유추하게 하는 넥타이는, 때로는 같은 슈트에 타이만 바꿔 매도 평상복을 예복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마력도 갖고 있어 참으로 유용하다.

보온과 위생 등 기능 면에서의 네커치프(neckerchief)는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의 병마총 토용 전사들과 로마 부조의 묘사에서 이미 발견된다. 그리고 1650년경 30년전쟁에서 돌아온 프랑스 병사들이 연대를 표시하는 사각형 수건을 대각선 방향으로 반복해 접어 길게 만든 뒤 목에 감아 나비 매듭을 했다는 유래를 보면 군사적 목적에서 장식용으로 바뀐 것 같다.



이것이 넥타이의 조상인 크라바트(cravate)다. 처음에는 길고 흰 리넨을 목에 헐겁게 묶는 형태였는데 점차 리본으로 묶거나 술로 끝을 장식한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크라바트가 등장한다.

목의 자유 잃고 멋을 얻은 ‘넥타이’

넥타이의 조상인 17세기의 크라바트.

그런가 하면 영국의 애스컷 경마장에 모인 신사들의 복장에서 연유한 애스컷 타이(ascot tie)는 1890년에 등장했는데, 결혼식이나 격조 높은 행사 등에 참석할 때 착용한다. 목 언저리에서 넓게 편 뒤 중앙을 핀으로 고정하는데 끝부분이 넓은 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젊고 반항적이며 섹시한 분위기에서부터 최대의 예의를 갖춘 정식예복에 이르기까지 남성복의 모든 경우를 커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보 타이(bow tie)다. 기본적으로 양쪽 끝이 둥근 것과 각진 모양으로 나뉘지만, 가벼운 차림에 맞춰 입을 때와 예복에 맞춰 입을 때의 구분은 타이의 가격이 아니라 색상과 재질에 달려 있다. 영문으로 인쇄된 행사 초청장에 작게 쓰여진 ‘white tie’ 또는 ‘black tie’라는 표시야말로 행사의 성격을 정확히 드러내주는 징표인 것이다.

남성들이 모두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 수 없다면, 목을 졸라매는 넥타이를 불편하게 여기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유용한 도구로 생각하면서, 그 오래된 친구를 좀더 이해하고 친해질 궁리를 해보면 서로 훨씬 편안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4.12.02 462호 (p85~85)

최현숙 교수/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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