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2004.12.02

겨울 운동 땐 바나나·고구마가 ‘보약’

여름철보다 에너지 소모 많아 … 열량 있고 소화 잘되는 탄수화물 다당류 음식 ‘제격’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1-26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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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운동 땐 바나나·고구마가 ‘보약’

    겨울철 운동은 에너지 소모가 많아 보양과 섭생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스포츠 마니아로 통하는 이정훈씨(35). 그는 회사 일이 끝나면 곧바로 한강 둔치로 간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기 위해서다. 30만명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달리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그는 마라톤 열풍이 불기 시작한 3년 전부터 바쁜 일정을 쪼개어 달리기를 즐겨왔다. 올해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씨에게 겨울은 그리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운동량이 부쩍 줄어든 데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 달려도 다른 계절보다 열량 소모량이 많아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싶은 그에게 겨울은 그야말로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계절인 것이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때, 아무런 준비 없이 하는 운동은 오히려 독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마라톤 참가자들의 사고 소식. 갑자기 시작한 무리한 운동은 ‘운동 고혈압’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우리 몸은 따뜻한 상태일 때보다 차가울 때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데, 이때 온몸의 근육세포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에너지를 만든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심장혈관이 좁아져, 격렬한 운동을 하면 갑작스런 혈압 상승작용으로 고혈압 환자의 경우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겨울철 운동 자칫하면 ‘득보다 실’



    겨울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열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기초대사량도 늘어나는 계절이다.

    평소처럼 운동한다면 몸은 차가운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여름철보다 10~15%의 에너지를 더 소모한다. 즉 평소와 같은 열량을 섭취하고 운동한다면 다른 계절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이는 자칫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건강을 잃게 만든다. 운동을 안 하는 것만 못한 셈.

    겨울철에 음식 보양이 권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겨울엔 찬바람 때문에 피부와 기관지 점막이 상하기 쉬우므로 비타민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겨울 운동과 궁합이 맞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운동을 위해서는 근육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우리 몸의 주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운동 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원하는 운동량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글리코겐은 탄수화물에서 얻을 수 있는데, 소화가 잘되는 탄수화물 다당류 음식이 좋다. 이들의 대표 식품으로 감자, 고구마, 바나나, 파스타류 등. 이런 식품들은 혈당을 그대로 유지해주므로 남은 혈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될 염려가 없다.

    이중 열량과 비타민을 모두 함유한 식품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과일이 바로 바나나다. 한림대 식품영양학과 강일준 교수는 ‘바나나의 성분과 생리 작용 및 면역 증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임상시험 보고서에서 “바나나의 당질(탄수화물)은 주로 과당·포도당·설탕의 형태로 들어 있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빠르게 일어나며, 흡수 뒤에도 에너지 생성을 위해 당을 필요로 하는 세포로 빠르게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즉 바나나는 소화가 잘돼 근육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빨리 전환되며 백혈구 형성에 필수적인 비타민 B6, 면역 증강과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비타민 A, 베타카로틴, 비타민 C, 비타민 E가 들어 있어 노화방지와 암 예방 및 면역증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강교수는 “바나나에 함유된 시토인도사이트 유도체가 몸속의 면역력을 크게 증강시킨다”며 “운동 전 바나나를 먹으면 면역력 향상과 함께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알칼리성 식품인 고구마도 칼륨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비타민 B와 C, E가 풍부해 겨울철 운동 전후에 먹기 좋은 식품이다. 멜라닌 색소를 억제하는 비타민 C는 겨울 자외선에 의해 생기는 주근깨와 기미 예방에 좋다. 200g짜리 고구마 한 개에는 비타민 C의 하루 필요량이 들어 있다. 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진은 야라핀이라는 성분으로 배설을 촉진한다. 또 칼륨 함유량이 높아 고혈압도 예방한다.

    겨울철 운동 후 근육 풀어주는 데는 연두부·달걀 반숙 ‘효과’



    겨울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양성식품도 좋다. 양성식품이란 햇볕에 말리거나 불에 굽거나 소금에 절인 음식을 말한다. 따라서 햇볕에 말린 곶감이나 소금에 절인 김치 등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양성음식이다. 특히 김치는 여러 가지 양념이 섞여 있어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의 좋은 보급원이 된다.

    한편 운동이 끝나고 근육운동이 정지돼도 생체 대사는 곧바로 운동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웨이트트레이닝 직후의 우리 몸은 몸 안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근육은 피로하며, 산소량도 저하된 상태. 또한 몸속의 수분과 무기질 등이 빠져나간 상태이므로 이를 빨리 보충해줘야 한다. 겨울철 운동 후 피로해진 근육을 풀어주는 데는 연두부나 두유·달걀 반숙 등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식품이 좋으며, 운동으로 소모된 글리코겐을 보충하기 위해 글리세믹 지수가 높은 사과 등의 과일을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운동 시작 2시간 전쯤에는 감자나 고구마 등의 다당류 식품을 먹어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미리 공급해주는 것도 좋다.

    겨울엔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몸의 생리적 작용으로 인해 중풍이나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한 사람, 40세 이후 처음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가능한 한 겨울철 새벽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운동할 때는 보온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갑과 모자를 착용하고,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는 가볍고 땀을 잘 흡수하며 통풍이 잘되는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젖은 운동복이나 장갑으로 인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겨울철에 운동할 때는 다른 계절보다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운동을 하기 전, 약 10분간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체조로 움츠린 근육과 인대를 유연하게 만들고 심장과 폐가 추위와 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 그리고 본 운동에 들어가서도 약한 강도에서 시작해 마지막에 다시 약한 강도로 해야 한다. 마무리 역시 준비운동과 같이 한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운동으로는 등산·조깅·빨리 걷기·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으며,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은 사람이라면 집 안에서 조깅 머신이나 헬스기구를 이용하거나, 간단하게 수건을 이용한 스트레칭·맨손줄넘기 등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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