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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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하나하나 신비의 예술품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11-19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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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 하나하나 신비의 예술품

    비잔틴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사원’.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럽과 아시아, 문명과 야만…. 세계를 이분법적 틀로 바라보는 이에게 터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땅일 것이다.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와 코란의 금문자가 한 건물에 공존하는 곳,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가 하나로 녹아들어 도무지 구별을 허락하지 않는 곳. 그곳에서 어떻게 종교의 옳고 그름, 문화의 우(優)와 열(劣)을 구별하겠는가.

    그래서 터키를 찾는 것은 ‘차이’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일이 된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이방인들은 그리스 신화 시대부터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차곡차곡 쌓인 거리에서, 원래는 이처럼 자연스러웠을 조화와 공존의 멋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직항으로 11시간, 터키의 중심 이스탄불에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인류 문명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인 이곳에서 과연 무엇을 볼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먼저 들르는 곳은 비잔틴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성 소피아(Hagia Sofya) 사원. ‘성스러운 지혜의 성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사원은 둥근 천장과 십자형 평면구도, 모자이크 성화 장식 등 기독교의 상징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외양으로 유명하다. 서기 537년 이 건물을 완성한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솔로몬이여, 이제 내가 당신을 이겼노라”고 외쳤다고 한다.

    건축물 하나하나 신비의 예술품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 활동으로 형성된 잿빛 응회암들이 오랜 풍화 작용을 거쳐 독특한 암석군을 이루고 있는 카파도키아 지역 풍경,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이 지역 동굴 수도원 내부.(위부터)

    그러나 이 건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1453년 오스만투르크가 비잔틴 제국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국가를 세운 뒤, 이슬람의 정복자들은 이 웅대한 기독교식 상징을 허물어 기독교 문명을 말살하는 대신 그 모양 그대로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들은 문명 파괴가 후세에 얼마나 크나큰 죄악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스탄불의 새 주인이 된 이슬람 교도들은 ‘성 소피아 사원’ 내부에 ‘미흐라브(메카를 가리키는 곳에 만든 제단)’를 만들고, 코란의 금문자를 새겨넣는 것으로 이 건물을 살려냈다. 그래서 지금도 성 소피아 사원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상징을 절반씩 담은 채 이스탄불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오스만투르크 전사들이 성 소피아 사원만큼의 건축물을 짓지 못해 이 성당을 남겨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로 맞은편의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일명 블루 모스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슬람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지어진 이 모스크는 서로 다른 99가지 파란색의 타일 2만1000여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눈부신 야경과 갖가지 꽃이 장식된 정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성 소피아 사원과 달리,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에서는 여전히 종교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건축물 하나하나 신비의 예술품

    가톨릭의 성지인 에페스 지역의 ‘셀수스 도서관’.

    두 종교적 상징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톱카프 궁전’이다. 성 소피아 사원 바로 옆 언덕 위에 있는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최고 지도자 술탄(황제)이 살던 곳. 오스만 제국의 막강한 부와 높은 기술력 등 세속적인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소다. 궁전 안에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미로와 같이 이어져 있고, 수목이 무성한 정원도 딸려 있다. 현재는 술탄의 크리스털, 은, 중국 도자기, 각종 의상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인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칼과 예수의 제자인 성 요한의 유골,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머리카락과 콧수염 등 진기한 유물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11세기에 이스탄불(당시에는 콘스탄티노플)을 찾은 한 프랑스 여행가는 “금이나 은으로 된 물건, 갖가지 형태의 의상, 여러 가지 성물(聖物) 등 훌륭한 물건이 너무도 많아서 그것을 모두 이야기하려면 현기증이 난다. 항구에는 언제나 배가 들어차 있다. 인간이 원하는 것 가운데 이곳으로 실려오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가 느꼈을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톱카프 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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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야경으로 유명한 이스탄불의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역사적인 기독교 유적지 셀축의 조형물.(위부터)

    그러나 터키에서 볼 것이 이러한 문화 유산만은 아니다. 한국인과 유사한 외모, 언어, 따뜻한 정을 가진 터키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시내 중심가의 대형 시장, ‘그랑 바자(Grand Bazzar)’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쓴 터키 여행기에는 “터키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그랑 바자에 꼭 한 번 들러봐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구경거리와 화려함과 떠들썩함이 가히 압도적이다. 동서양이 이곳에서 거대한 장을 벌인다. 그만한 군중과 다채로운 의상, 다양한 상품들은 다른 어디를 가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세월이 흘러 도시 이름은 이스탄불로 바뀌었지만, 안데르센이 경탄했던 시장 ‘그랑 바자’만은 여전히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시장은 4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데, 세계적 명성의 터키 융단, 금은 보석과 촛대, 터키 특유의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담배 파이프와 도자기, 향신료, 각종 의류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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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트로이 유적지에 서 있는 모형 트로이 목마.

    100여개가 넘는 출입문과 수백여개의 길 사이를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지만, 낯선 곳에서 한 번쯤 이국의 매력에 빠져 헤맨들 또 어떤가. 터키 민속악기 ‘사즈’를 연주하며 손님을 유혹하는 상인들, 활기찬 흥정과 웃음이 넘치는 그랑 바자는 길을 잃는 위험쯤은 충분히 감수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스탄불을 떠나 다른 도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면, 터키 서남부의 ‘파묵칼레 온천’이 갈 만하다. 새하얀 석회봉과 종유석의 계단식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는 35℃의 탄산수가 신경통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묵칼레 산 정상의 호텔에는 고대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살려둔 온천탕이 있어 로마시대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대형 트로이 목마가 서 있는 ‘트로이 유적지’는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9시간 거리, 온천에 사는 신비한 물고기가 피부병을 치료해준다는 터키 중부의 ‘캉갈 온천’은 13시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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