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2004.11.25

어지럼증 있을 땐 ‘귀’부터 의심을

귀 평형감각 손상으로 생기는 경우 가장 많아 … ‘피로 탓’ 여겨 방치했다간 병 키울 수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1-19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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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럼증 있을 땐 ‘귀’부터 의심을

    갑자기 찾아오는 어지럼증은 귀의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대부분 빈혈을 의심하거나 몸이 약해진 탓으로 여긴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 가 검사를 해보면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은 매우 드물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김모씨(42)가 바로 그런 경우. 김씨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빙글빙글 도는 증세가 나타났지만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출근했다. 그러나 증세가 며칠씩 계속돼 내과와 신경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았지만 정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어지럼증 전문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귓속에 생긴 작은 돌, 즉 ‘이석(耳石)’의 돌가루가 어지럼증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어지럼증은 단순한 불쾌감에서부터 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느낌, 정신이 몽롱하고 속이 거북하며 식은땀이 나는 것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사람마다 그에 대한 느낌이 다르고 주관적이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귀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이 원인(말초성 어지럼증)이 되기도 하고, 뇌졸중(중추성 어지럼증)·저혈압·부정맥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고 내버려두거나 빈혈약을 복용하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빈혈로 인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려면 그 정도가 매우 중증이어야 하며 피로, 가슴 두근거림, 무기력감과 호흡곤란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귀의 평형감각이 손상을 입어 생기는 이비인후과 질환인 경우가 가장 많다. 여기에는 양성발작성 두위(頭位) 어지럼증, 메니에르병, 내이염이나 전정신경염 같은 염증성 질환도 포함된다. 이중 가장 흔한 양성발작성 두위 어지럼증은 사람의 평형기관 중 림프액이 차 있는 세반고리관에 돌가루가 들어가 평형기능을 자극하는 질환이다. 자세를 바꾸거나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심한 어지럼증이 수십 초에서 수분 동안 반복해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세반고리관 속의 돌가루를 빼내는 이석 제거 물리치료로 비교적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뇌졸중·편두통일 때도 어지럼증 생겨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의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난청이나 귀울음(이명), 구토 등을 동반하는 발작적 어지럼증이다. 아무런 예고 없이 발작적으로 생기고,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저염식 등 식이요법과 약물치료, 귓속에 대한 압력치료, 약물주입 등의 방법을 통해 치료한다. 전정신경염은 귀의 평형기능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어지럼증이 갑자기 나타나며, 평형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수개월 동안 계속된다. 대부분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작스레 발병하며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어지럼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이후에는 전정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를 한다.

    귀로 인한 어지럼증의 치료과정에서 양성발작성 두위 어지럼증의 경우에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머리를 많이 움직이지 말아야 하며, 반대로 전정신경염이나 내이염은 전정기능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꾸준히 머리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줘야 도움이 된다.

    귀의 평형기능 손상 이외에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이 바로 뇌졸중 등과 같은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여기에는 나이 든 사람에게서 많은 뇌졸중, 편두통, 기타 중추신경 장애 등이 포함된다. 때로는 부정맥과 저혈압 같은 순환기 장애와 갑상선 질환, 당뇨병 등 호르몬 이상 질환들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은 귀와 관련된 어지럼증보다 확률이 적지만 일단 전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이 위태롭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이 동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어지럼증 있을 땐 ‘귀’부터 의심을

    눈의 움직임을 통해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는 검사기기인 영상 안진기.

    어지럼증 예방법 특별히 없어 … 과로·스트레스 피하는 것이 상책

    세란병원 조사 결과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양성발작성 어지럼증이 49%를 차지했으며, 뇌경색·뇌허혈·뇌출혈과 같은 다양한 뇌졸중 환자와 편두통이 각각 22%와 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어지럼증 원인의 조기 규명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에서는 뇌졸중, 젊은층에서는 편두통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뇌졸중을 포함한 중추성 어지럼증 환자의 경우 50살 미만에서는 32%에 그쳤으나 60대가 39%, 70대에서는 51%로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 노년기일수록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과 어지럼증의 깊은 연관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귀와 관련된 말초신경성 어지럼증처럼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가벼운 어지럼증과 함께 심한 두통이 있거나 보행장애, 감각이상,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현상 및 안면근육 마비가 있다면 반드시 뇌졸중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쉽게도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중·노년기에서는 평소 혈압과 혈당 관리를 잘해야 하고, 고지혈증과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빈혈로 생각해 무조건 빈혈약부터 복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귀로 인한 어지럼증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낫지 않는 병이란 인식으로 지레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원인에 따라 신경과 또는 이비인후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없으므로 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 이승철/ 소리이비인후과 어지럼증 클리닉 원장,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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