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8

2004.11.04

‘보급기사’ 챔프 반란 아닌 반란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0-29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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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기사’ 챔프 반란 아닌 반란
    자칭 ‘보급기사’ 김성룡 9단이 국내 기전 규모 1위인 전자랜드배 왕중왕 타이틀을 따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총 규모 5억원의 전자랜드배는 나이에 따라 만 51살 이상의 ‘봉황부’, 만 26살 이상의 ‘백호부’, 만 25살 이하의 ‘청룡부’로 나누어 우승자를 가린 뒤, 각 부별 8강 24명이 다시 토너먼트를 벌여 왕중왕을 가리는 새로운 방식의 속기전이다.

    김성룡 9단은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톡톡 튀는 기행(奇行)으로 지면을 장식했던 뉴스메이커였다. 상당히 보수적인 바둑 동네에서 갖가지 색깔로 염색을 한 꽁지머리에 이어폰을 꽂고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 허리엔 삐삐(무선호출기)를 차고 다닌 X세대의 반상 대표주자였다. 이런 탓에 한때 모 선배기사가 가위를 들고 그를 쫓아다니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 첩보를 입수한 김성룡 9단이 제 발로 미용실에 가 꽁지머리를 자른 일화는 바둑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기재도 뛰어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스트 이창호’로 불리던 신예였다. 하지만 이창호와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실력으로 뛰어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판단해 과감히 ‘보급기사 전향’을 선언하고 해설자로 맹활약함으로써 또 한번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에 타이틀까지 따내 내로라하는 토너먼트 기사들을 무색케 만들었다.

    ‘보급기사’ 챔프 반란 아닌 반란
    좌변 백쫔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다. 상변마저도 흑 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따라서 백1에 다가섰을 때 흑A로 살아두었으면 뒤탈이 없었다. 흑2로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백3 이하로 멀쩡히 살 수 있는 흑대마가 빈사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 계속해서 흑1·3의 맥점에 의지하며 패를 만들었으나 이는 백의 꽃놀이패. 결국 흑은 백A 쪽의 팻감에 응하지 못하고 좌상귀 대마를 살리기는 했지만 여기서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279수 끝, 백 2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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