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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벤처 중국 진출 현주소는 … 중국식 원칙에 적응하며 성공 신화 창조 ‘고군분투’

  • 베이징=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klee@dkhu.ac.kr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중국 사람들도 중국 땅에서 성공하기 힘들어요. 하물며 외국인인 한국 사람이….”

한·중 수교 12주년(8월24일)을 앞두고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의 중관춘(中關村)에서 만난 한 한국 벤처기업인의 자조 섞인 중국 진출 관전평이다. 수교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타진해왔고 실제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과 맞닿아 있는 IT(정보기술)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끊임없이 계속돼왔다. 벤처붐에 편승해 실탄도 넉넉히 준비했고, 중국의 IT 기술은 ‘훅 불면 날아갈’ 듯 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업체들의 계속되는 중국 진출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벤처기업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풍토가 전혀 다른 땅에서 겪는 물갈이 수준일까. 과연 중국 진출이라는 장밋빛 미래는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 걸까.

한글 간판이 넘실대는 베이징 거리로는 중관춘과 톈안먼 동북쪽에 위치한 니렌지예(女人街)가 꼽힌다. 각종 유학원부터 식료품점을 알리는 간판까지 흡사 코리아타운을 연상시켜 어떤 이는 이곳을 신라시대의 ‘신라방’으로 부르곤 한다. 두 곳의 다른 점이라면 대학 거리인 중관춘이 벤처기업들의 요람이고, 니렌지예에는 대기업들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인 베이징대학을 비롯해 칭화대학과 인민대학 등 모두 68개 대학이 중관춘을 둘러싸고 있다. 또 중국과학원 등 크고 작은 213개의 연구기관도 이 지역에 밀집돼 있으며 벤처산업을 이끌고 갈 인력 공급원인 학생 인구만 30만명에 달한다. 현재 이곳에는 중국 최대 컴퓨터 업체로 중국 시장점유율 1위인 리앤샹(聯想)은 물론 소후(sohu), 신랑(sina) 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터넷 기업을 비롯한 6000여개의 IT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IT 기업들은 인력 수급이 쉬운 이곳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고 여전히 이곳을 중국 시장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중국 시장은 너무나 거대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평을 받는다.

“법과 원칙이 있지만 그것은 중국 체제를 위한 시스템이지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은 지독하게 개인주의적이어서 애사심을 기대할 수도 없지요. 중국 파트너들은 무조건 한국 기업들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컴투스 이영일 이사)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기업과 달리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게 한국 기업의 숙명이다. 야심 차게 추진했다가 실패한 한컴의 PC방 사업이 대표적이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PC방은 2002년 PC방 화재사건으로 모든 PC방이 폐쇄되면서 급속도로 몰락하고 말았다.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컴투스 중국 사무소에서 경희대 이경전 교수, 이영일 이사, 중국통인 이영하 총경리가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오른쪽부터)

1960, 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개혁과 개방으로 다시 태어난 중국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다. 그러나 아직도 법치보다 인치가 주도하고,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시장이 존재하며, 세계 표준이 아닌 중국식 원칙을 이방인에게 강요한다. 과연 이런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은 희망을 발견하고 성공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우리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소프트웨어진흥원 베이징사무소 모영주 소장)

중국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성장하는 시장에 참여하려는 국내 IT 기업인들의 도전 또한 계속될 것이다.

컴투스“중국 시장은 거대한 블랙홀, 예측이 불가능”

컴투스(www.Com2us.com)는 국내 1위의 모바일 게임업체. 1996년에 설립돼 국내 최초의 모바일 인터넷 게임 서비스와 세계 최초 휴대전화용 자바게임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128억원에 순이익만 40억원을 남긴 알짜 우량기업이다.

“중국에 또 다른 컴투스를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진출했습니다.” 중관춘 한구석에 사무실을 마련한 이영일 개발이사(32)는 “해외 40개국 진출, 10년 후 생존하면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이라는 거창한 비전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중국 진출 1년 동안 겪었던 고충에 대해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개발자들의 잦은 이직, 공무원들의 무원칙,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바로 떠나고 싶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게 중국 시장의 매력이기도 하다는 것.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아워게임의 총책임자인 김정호 부사장(왼쪽)과 한국에서 파견 나간 웹 디자이너 임진희씨(26).

현재 이오리스(중국 회사명 明光加新)라는 중국 IT 기업과 7억5000만원을 투자하여 50대 50 합작회사를 설립한 컴투스는 30명이 일하는 적잖은 규모의 사업체를 일궈냈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아직까지는 한국 시장의 5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중국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게 컴투스 측의 판단이다.

통신관련 업체들이 모두 베이징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통신관련 정책이 베이징에서 이뤄질 뿐만 아니라, 중국의 2대 통신업체인 중국이동통신(이통)-차이나유니컴(연통) 모두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모바일 관련 회사들은 베이징에, 온라인 게임 회사들은 상하이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의 특징은 체제유지라는 공안(公安)을 중시해 게시판이나 채팅 같은 커뮤니티 기능은 최소한도로 억제하고, 대신 개인 매체인 모바일이나 게임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무이념적인 게임에 ‘중화사상 전파’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게임업체에 감세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중국의 문교부가 직접 나서 게임대회를 열어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즉 현재의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NHN “한·중·일 게임 포털 1위로 등극, 중국 사업 승부수 던졌다”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동시접속자 수가 최대 60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고의 게임 포털인 ‘아워게임’을 국내 NHN이 1억 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칭화대학 바로 앞에 새로 세워진 ‘칭화동방과기(淸貨同防科技) 빌딩’은 24층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쌍둥이 빌딩으로 중관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놀랍게도 네이버-한게임으로 잘 알려진 국내기업인 NHN이 이 빌딩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NHN은 중국 최대의 게임 포털회사인 ‘아워게임’(www.ourgame.com)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국내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당시 NHN은 현금과 현물로 1억 달러(약 1200억원) 규모를 지불했다. 해홍(海虹)그룹이 운영하는 아워게임은 현재 동시접속자 수 60만명, 하루 접속 사용자 수가 600만명에 이르는 중국 최대의 게임 포털회사. 현지에서 경영 전반을 총책임 지고 있는 NHN의 김정호 부사장(40)은 “이제 NHN은 한·중·일 게임 포털 1위의 회사로서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할 터전을 마련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NHN이 중국의 1등 업체를 인수하면서 1위로 중국 시장에 데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끈질긴 시장 탐색과 해홍그룹과의 끈끈한 신뢰감 구축이 밑받침이 됐다. 2006년까지 해외업체의 독자 투자가 제한된 중국 시장에서 절대강자가 존재하는 게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NHN의 전략은 1등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유일했고, 결국 NHN은 해홍그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걱정 또한 적지 않다. 한국과 달리 결제 시스템이 불완전한 중국 시장은 애당초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기가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평가받아왔다. 현재 중국의 전자상거래 수준은 CD와 책 정도이며, 그마저도 빈부 격차와 정보 불균등으로 인해 신뢰성 있는 거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아워게임은 선불카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았다. 워낙 배달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인터넷 결제가 아닌 선불카드를 집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네티즌들과의 거래관계를 구축한 것. 이해하기 힘든 시장이지만 전혀 극복하지 못할 시장 조건은 아닌 셈이다.

“한국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중국 시장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중국 진출은 필연적입니다.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로 사업을 성공시키겠습니다.” 김부사장의 다짐이다.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SKT와 연통의 합작회사인 UNISK 직원들. 한국인과 조선족, 중국인이 조화를 이룬 회사다.

SKT와 포스데이터 “차근차근 사업 영토를 넓혀가겠다”

컴투스와 NHN 사례가 전형적인 소규모 벤처와 대형 벤처의 중국 진출 모델이었다면 대기업 IT들의 중국 진출은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끊임없이 중국 진출을 공언해왔던 SK는 통신부문에서 사업에 들어갔다. 당초 계획했던 중국인에 의한 차이나-SK 설립은 SK그룹이 해체되면서 수포로 돌아갔고, 그 책임은 각 기업으로 분산됐다.

SK텔레콤(이하 SKT)은 중국연합통신(연통)과 49%대 51% 지분관계로 연통에 대한 마스터 CP(콘텐츠 제공자) 구실을 맡고 있다. 합작회사 이름은 유니에스케이(UNISK). 중국과 한국의 최대규모 이동통신사의 만남이지만 실제로는 SK가 연통을 가르치는 구도다. 현재 SKT의 이수혁 상무(42)가 총책임을 맡아 현장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제공 운영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및 중국의 14개 CP업체와의 합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한국 및 중국 CP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UNISK는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최초로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정식으로 사업을 허가한 기업으로 기대가 크지만, 아직은 통신사업에 대한 제한이 많아 뾰족한 성장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모바일 콘텐츠 운영에 참여한 수준이지만 갈수록 영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UNISK의 희망이다.

시스템 통합(SI)업체의 대표격으로는 포스데이터가 진출해 중국 철강산업계와 적극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SDS나 LGCNS가 모회사의 산업현장에 집중 투입돼 있다면, 포스데이터는 포항제철 PI(프로세스 혁신)와 ERP(자원관리시스템)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노하우를 중국 철강업체에 팔고 있는 셈이다. 부수적으로 세계 3대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로 불리는 제품을 톈안먼 광장 등에 설치하는 수익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중국 철강회사에 포스코의 노하우를 팔고 있는 포스데이터의 서만교 사무소장(36). 서소장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1세대 중국 유학파 출신이다.

“중국은 IT 수준은 낮으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 업체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때만이 사업 시도가 가능한 형편입니다.”(포스데이터 서만교 베이징사무소장)

국내 여러 SI 업체들 역시 교통정보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 진출을 시도했으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대신 포스데이터는 철강산업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16개 제철소에 적절한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이다.

디씨인사이드 “월 200만원으로 중국 사무실 운영”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로 유명한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는 9월 초 중국어 사이트를 오픈한다. 대기업들이 의무감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수익 없이 단지 미래만을 내다보고 있다면 디씨인사이드의 투자모델은 좀 독특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디카 콘텐츠와 유통, 그리고 독특한 커뮤니티 관리로 국내 사이트 순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디씨인사이드 역시 중국 디카 시장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한국어 홈페이지를 통째로 중국어로 번역하기로 마음먹고 베이징에 거주하는 현지 조선족을 고용해 지난해 말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

“인건비가 싸다고 쉽게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선배들을 많이 접해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일단 사이트 번역과 수백개에 이르는 국내 게시판 관리를 인건비가 싼 조선족들에게 맡기며 중국 진출을 시도했습니다.”(김유식 대표)

한국 IT 기업들 “열려라 만리장성”

디씨인사이드의 중국어 번역과 게시판 관리를 담당하는 베이징 현지의 조선족 직원들.

중국인과 50대 50 합작을 해야 하는 피곤함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2006년까지는 현지 진출이 아닌 국내에서 조선족을 채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의사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기업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현재 직원 3명과 사무실을 운영하는 비용은 월 200만원 내외. 알뜰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짠돌이’ 경영방식이지만 중소업체라면 한 번 채택해볼 만하다.

해외 IT기업 진출의 산파 아이파크

아이파크(iPark)란 국내 아파트 브랜드가 아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설립한 한국 벤처기업의 해외 전초기지다. 전 세계 7개 주요 도시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이파크는 국내 IT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사무공간 제공, 국내 IT기업의 현지 마케팅 지원, 현지 정보통신 시장정보 및 기술정보 획득 지원, 법률·회계 등 분야의 현지 전문 컨설팅사 연계 서비스 지원 등을 통해 해외 교두보를 원하는 중소기업의 훌륭한 동반자로 성장했다. 아이파크-베이징 사무소 역시 현재 14개 업체들을 품고 있었다. 모영주 소장은 정보통신부 출신으로 만 10년째 중국에 거주하며 중국 IT 시장을 지켜봐온 한-중 교류의 산 증인이다.



주간동아 449호 (p40~42)

베이징=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klee@d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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