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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우리도 우주시대

날고 뛰고 ‘동북아 우주전쟁’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성공 ‘개발 가속’ … 일본도 자력으로 첩보위성 올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날고 뛰고 ‘동북아 우주전쟁’

우주를 통해 지구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강대국 간 ‘별들의 전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주”라고 선언했다.

동북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우주전쟁’의 최전선이다.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발사하면서 전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직까지 독보적인 강자는 미국. 빠른 속도로 달아나는 미국의 뒤를 중국이 힘겹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북한과 일본이 호시탐탐 전선을 기웃거린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은 지구상의 병기(兵器)가 아니라 우주 통제를 통해 세계의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코소보, 아프간, 이라크 전쟁은 우주를 대상으로 한 전쟁의 서막이다. 미국의 우주 통제계획은 정교하다. “펜타곤(국방부)의 임무는 잠재적 반미 세계에서 벌이는 우주 차원의 군사 활동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정책 목표의 핵심은 다른 국가가 우주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미 우주사령부 정책성명서 ‘비전 2020’)

실제로 미국은 2003년 자국의 위성을 지상과 우주에서 잠재적 적으로부터 방어(혹은 적의 위성을 공격)하는 군대(제614 우주정보대)를 창설했다. 위성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의 첨단무기는 모두 ‘장님’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MD(미사일 방어 계획)도 우주지배 전략의 일환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같은 미국의 군국주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우주를 선점,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우주 자산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방어하고, 타국이 적대적으로 우주를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우주에서의 국가적 잠재력을 이용해 국내적·경제적·외교적 및 국가 안보상의 목표를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다.”(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장관 취임 직전 작성한 ‘럼스펠드 보고서’)



미국 ‘우주전쟁’ 주적은 러시아 아닌 중국

이러한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강대국이 중국이다. 미국은 ‘우주전쟁’의 주적을 러시아가 아닌 중국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MD가 자국의 핵 억제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구상된 프로그램이라고 여긴다. 한 관계자는 “럼스펠드 같은 이들은 중세 유럽이 해양을 지배해 세계를 지배했던 것처럼, 우주를 지배해야만 21세기 미국이 세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서 “현대전에서 우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리 막강한 재래식 군사력도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중국 역시 우주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아시아 출신 첫 우주인인 양리웨이(楊利偉)를 싣고 지구 궤도를 선회한 선저우 5호의 발사 성공은 중국에 “우주에서 미국과 헤게모니 다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건이다. 한국의 NASA(미 항공우주국) 격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MD를 무력화하는 우주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저우 1~5호의 성공은 자국 상공의 적(미국) 정찰첩보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위성발사체(로켓) 창정(長征)을 보유, 자체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린다. 선저우 우주선 등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모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냉전 시절 러시아 기술을 들여와 독자 기술로 발전시켰다는 것. 중국의 우주기술은 미국이나 러시아보다 5~10년 정도(미국과 러시아를 100으로 봤을 때 90 정도) 뒤처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기술 격차는 일부 분야의 경우엔 조만간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은 이미 위성 정찰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첩보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의 MD를 뚫을 수 있는 기술력, 다시 말해 미국의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우주전쟁의 또 다른 축은 일본이다. 일본은 차근차근 우주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중국의 질주에 크게 긴장하고 있는 일본은 NASA와 공동작업을 벌이면서 조금씩 역량을 키워왔다. 일본은 발사체 개발에 성공해 이미 독자적으로 군사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그리고 첩보위성을 통해 한반도를 감시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위성은 해상도 1m의 광학센서로 지구를 내려다본다.

한국은 위성방송 GPS(위성항법장치) 등 위성 활용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위성개발이나 위성발사체 기술에선 중국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현재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정도. 발사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도 10여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2선의 선두그룹에서 발사체 기술 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7개의 위성을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앉혀 쏘아 올렸다. 우리별 1·2·3호와 무궁화 1·2·3호, 아리랑 1호가 그것. 아리랑 1호는 사실상 첩보위성 구실도 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할 수 없지만 북한의 움직임을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국방부와 합참 국가정보원 등은 아리랑 1호가 보내오는 자료로 북한군의 동태와 국군이 파병돼 있는 이라크 전황을 분석한다. 그러나 아리랑 1호는 ‘눈’은 있으되 ‘귀(감청 능력)’는 없는, 첩보용으로는 반쪽짜리 위성이다.

북한은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의 잔해가 6000km나 떨어진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동북아 각국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상용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발사체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자체 제작한 광명성 1호를 대포동에 실어 쏘아 올렸으나 기술적 결함으로 광명성 1호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궤도에 띄우지 못했다. KARI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북한보다 실력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 자체제작 광명성 1호 궤도 진입 실패

동북아 우주전쟁은 흡사 구한말을 연상케 한다. 한국은 의사와 무관하게 벌써부터 우주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열강이 모두 우주 강국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한테선 MD에 참여하라는, 중국에게선 참여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우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유인우주 계획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에 한국인을 보내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사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비용은 돈을 주고 선진국의 발사체를 이용하는 게 오히려 싸다. 선진국 대비 30~40%의 기술력으로 뛰어들어 봐야 허투루 돈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 우주인 배출 계획 역시 우주개발사업의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선언적 효과가 매우 크지만, 비용 대비 효과만 따지면 유인우주선을 자체 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시기를 미루는 게 더 낫다는 것.

어쨌든 한국은 유인우주기술을 확보하기로 하고 파트너로 러시아를 선택함으로써 ‘우주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파트너로는 러시아 외엔 대안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이전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의 창정에 위성을 앉혀 올릴 계획을 세웠다가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이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겠다고 나서 러시아로 눈을 돌린 일이 있을 정도다. 아무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은 우주인 얘기로 요란할 것 같다. 공교롭게도 2007년 차기 대선 직전 첫 우주인이 탄생한다.



주간동아 449호 (p36~38)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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