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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美 항공모함 ‘키티호크’를 타다 … 파도에 흔들리는 함체 위로 비행기들 분주히 뜨고 내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유사시 한반도로 가장 먼저 달려오는 키티호크 항모

8월3일 기자는 동해에서 ‘서머 펄스(Summer Pulse·여름의 맥박) 훈련’을 벌이고 있는 미 7함대 소속 키티호크 항모를 방문했다. 기자를 태우고 키티호크로 가기 위해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와 있던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는 서울에서 타고 온 CH-47 치누크 헬기처럼 후미의 발판으로 타고 내리는 구조였다. 24개 좌석 모두는 C-2의 꼬리 쪽을 향해 ‘역방향’으로 배치돼 있었다.

이륙을 위해 발판을 닫자 조그만 전등 빛만 남기고 칠흑 같은 어둠이 둘러쌌다. C-2는 꼬리 쪽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창을 제외하고 창이 없었던 것이다. 온몸은 좌우 허리와 양 어깨 쪽에서 나온 안전벨트로 결박하듯이 의자에 붙여놓았는데 창마저 없다니…. 천만다행인 것은 냉방장치였다. 수송기 안이 너무 더운 탓에 에어컨의 냉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이마저 없다면 고혈압이나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발작을 일으켰으리라.

부드러운 이륙. 처음에는 역방향 비행이 불편하게 여겨졌으나 곧 익숙해졌다. 그렇게 날아가길 한 시간여, 어둠과 침묵을 뚫고 맨 앞좌석(꼬리 쪽에 가장 가까운 좌석)에 있던 미군 부사관 두 명이 두 손을 위로 쳐들고 “히어 위 고우(Here We go, 이제 내린다)”라고 외쳤다.

함체 길이는 100여층 빌딩 높이와 맞먹어

“쿵!” “캑.”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정복을 입고 모여 비행갑판에서 ‘FREEDOM(자유)’이란 글자를 만든 수병들

고함을 들은 후 2초도 안 돼 ‘쿵’ 하는 충격이 왔고, 이어 머리와 등짝이 의자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면서 “캑” 하는 신음이 나왔다. 내렸나? 곧 머리에 쓰고 있던 헬멧의 리시버에서 “키티호크의 비행갑판에 안전하게 착함(着艦)했다”는 미군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C-2의 발판이 열리자 작열하는 햇빛과 함께 숨막히는 열기가 뿜어져 들어왔다. 화끈한 열기와 함재기의 엄청난 폭음으로 어수선한 키티호크의 비행갑판에 발을 디딘 기자는 곧바로 이 배에서 가장 높은 ‘플라이 데스크’로 안내되었다.

키티호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옆으로 뉘여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라는데, 그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간 것이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잔잔해 보였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키티호크는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바다는 키티호크를 꺼떡꺼떡 흔들어놓을 만큼 거대한 존재였다. 아래의 비행갑판에는 전투기와 급유기 경보기 수송기 등이 분주히 뜨고 내리고 있었다.

함재기는 비행갑판의 끝이 아닌 중간쯤에서 착함하는데, 그곳에는 팽팽히 당겨진 쇠줄 네 개가 가로 질러져 있었다. 쇠줄은 함재기의 바퀴가 밟고 지나갈 수 있는 높이로 비행갑판에서 약간 떠 있었다. 함재기들은 세 개의 바퀴와 함께 꼬리 쪽으로 쇠막대 하나를 내린 채 갑판으로 내려왔다. 그 쇠막대 끝에는 ‘후크(hook)’라고 하는 고리가 있는데, 착함 순간 이 고리가 쇠줄에 걸리면서 급제동했다. 어느 쇠줄에도 걸리지 않으면 함재기는 나머지 활주로를 달려 바다로 떨어질 것이다.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제임스 켈리 키티호크 항모 전단장.

그래서 모든 함재기는 엔진을 풀 파워로 올린 채 비행갑판으로 내려온다. 이때 고리가 쇠줄에 걸리면 멈춰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 출력을 이용해 바로 이함(離艦)한다. 엔진을 풀 파워로 한 상태에서 ‘발만 댔다’가 바로 이함하는 순간 고리가 쇠줄에 걸리면서 착함이 이루어지니, 기자와 같은 ‘외부 손님’은 “캑” 하는 신음을 내는 것이다. 이 충격을 덜 받으라고 역방향 좌석에 안전벨트로 묶어놓았던 것이다.

이함은 비행갑판 앞쪽에서 비행갑판의 일부로 있던 ‘캐터펄트(catapult·사출기)’가 수직에 가까운 70~80도 각도로 일어선 곳에서 이뤄졌다. 함재기가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 이 힘은 수직에 가까운 벽(캐터펄트)에 부딪혀 훨씬 더 강해진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풀면 함재기는 아주 짧은 활주로를 달려 바다로 살짝 내려갔다 ‘기우뚱’ 하늘로 치솟는 것이다. 여기서 제임스 켈리 전단장(준장)은 “함재기의 이·착함은 디즈니랜드의 롤러코스트보다 훨씬 더 스릴이 있다. 당신은 공짜로 즐겼다”며 밝게 웃었다.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키티호크의 핵심부인 전투정보실

주간 착함은 야간 착함에 비하면 일도 아니라고 한다. 달빛이 있든 없든, 밤하늘에서는 키티호크가 보이지 않는다. 조종사는 오직 계기만 믿고 ‘바다로 뛰어드는데’, 손바닥보다 작은 비행갑판의 불빛이 보이는 순간 착함에 성공하든지 아니면 다시 이함해야 한다. 그래서 함재기 조종사들은 누구보다도 담대해야 한다. 원래 ‘탑건’은 함재기 조종사 중에서만 뽑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항모가 없어 공군 조종사 중에서 뽑고 있다.

왜 이 항모는 ‘새끼 매’라는 뜻의 키티호크(Kitty Hawk)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키티호크는 대서양에 면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지역 이름이다. 서울에 응암동(鷹岩洞)이 있듯, 노스캐롤라이나 주에도 그런 언덕이 있었던 것이다. 1903년 12월3일, 오하이오 주 출신의 라이트 형제는 이곳에서 57초간 ‘라이트 플라이어’라는 이름의 비행기를 날려 근대적인 항공기 시대를 열었다. 61년 4월29일, 미 해군은 이를 기려 필라델피아의 해군조선소에서 새 항모를 취역하며 키티호크란 이름을 붙였다.

키티호크는 미 해군이 보유한 12척 항모 중에서 최고령이고, 미국이 아닌 외국(일본 요코스카)에 배치한 유일한 항모이며, 존 F. 케네디함과 더불어 ‘유이(唯二)’한 재래식 항모다.

중무장 구축함들의 호위 받아

키티호크에는 두 개의 부대가 ‘주둔’해 있다. 하나는 이 배를 조함(操艦·함정을 조종)하는 수상함(항모) 부대이고, 다른 하나는 이 배를 이용해 함재기를 운용하는 비행단 부대다. 수상함 함장과 비행단 단장은 똑같이 대령이다.

바다 위 비행장 … 그 웅장함에 “와~”

캐터펄트를 등진 채 이함을 준비하고 있는 전투기. 착함한 함재기는 하나같이 날개를 접어 공간 사용을 줄인다. 꽁무니에 후크(고리)를 내린 채 착함하는 FA-18 전투기의 모습(위 왼쪽부터).

키티호크는 움직이는 해상 비행장 구실에 치중돼 있어 자체 무장은 약하다. 따라서 토마호크 등으로 중무장한 구축함 여러 척으로 편성된 ‘구축함전대’의 호위를 받는다. 구축함 함장은 중령이나, 구축함전대의 전대장은 대령이다. 수상함 부대와 비행단, 구축함전대는 늘 같이 다니므로 이를 통합 지휘하기 위해 키티호크 항모전단이 편성된다. 기자에게 농담을 한 켈리 준장이 바로 전단장이다.

미 7함대는 키티호크 항모전단 외에도 잠수함전단(준장), 상륙함전단(준장), 서태평양 군수지원전단(준장), 해상정찰전단(준장), 해군특수전단(대령)을 지휘한다. 7함대 사령관은 중장인데, 그가 해상에서 지휘할 때는 ‘블루리지’함을 타고 나간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벌어지면 7함대 사령관은 한미연합사의 해군구성군 사령관이 되어 부사령관을 맡은 한국 해군의 작전사령관(중장)과 함께 연합 작전을 구사한다.

7함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한 3함대, 중동에 나가 있는 5함대와 함께 미 해군 태평양함대(대장)의 통제를 받는데, 세 개 함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평시 다섯 척의 항모를 보유하는 3함대다.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태평양 지역의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통합 지휘하는 태평양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태평양사령관인 파고 해군 대장은 최근 북핵 문제와 중국-대만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7함대에 항모 한 척을 더 배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올린 바 있다.

키티호크에 착함한 함재기는 좌우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실려 비행갑판 밑의 격납기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연료를 채우고 무장을 달고 정비를 받은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이함하는 것이다. 넓고 넓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몇 시간 만에 다 보기는 불가능했다.

작열하는 여름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쯤 다시 C-2 수송기에 올랐다. 온몸을 안전벨트로 묶고 두 손으로 앞좌석의 등받이를 강하게 밀고 있었지만, C-2가 날아오르는 순간 기자는 방아를 찧듯이 고개를 꺾고 말았다. “캑” 하는 신음과 함께…. 함재기는 이 맛에 타는가 보다.



주간동아 449호 (p30~3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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