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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맘 알죠?” 박근혜 호남 껴안기

DJ와 화해 시도 西進 정책 가속도 … 구례·곡성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개최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제 맘 알죠?” 박근혜 호남 껴안기

“제 맘 알죠?” 박근혜 호남 껴안기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월12일 오전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느닷없이 경질된 7월28일, A그룹 정보팀은 급작스러운 경질 이유를 파악키 위해 안테나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11시께 정보팀이 올린 보고서엔 ‘강장관 경질은 호남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내용은 이랬다.

“청와대의 요즘 주된 관심사는 호남 민심 달래기다. 호남 출신 각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법무부 장관을 호남 출신으로 임명함으로써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서 자연스럽게 호남 인사를 배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얘기이지만 호남 민심의 동요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민주당은 요즘 여권으로부터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당의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 ‘반(反)개혁세력’이라고 민주당을 몰아붙이던 여권은 “우리당과 민주당이 따로 있지만 개혁 노선에 같이 가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포 발언’ 이후 오히려 민주당과의 동질감을 부각시키는 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원기 국회의장, 문희상 의원 등은 심심찮게 합당론을 거론한다.

“동서화합의 제일 적임자” 발언에 고무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민주당과의 연합론이 거론된다. DJP연합과 비슷한 권력 분점을 통해 정권교체와 동서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지만, 호남의 달라진 민심이 한나라당의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남도지부 관계자는 “노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커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엿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서진(西進)에 성공해 호남에서 상당한 득표를 해야만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선 플랜에서도 서진은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박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예방해 유신 문제에 대해 일부 사과하면서 서진 정책의 신호탄을 울렸다. DJ와 화해한 박대표는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에 나설 태세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에 대해 박대표가 DJ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한 것은 유신과의 화해를 시도했다기보다 호남 구애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권은 힘들다’는 인식에 박대표도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DJ-박대표 만남을 적극 촉구한 이들은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DJ와 박대표의 만남은 정치권에 여러 ‘해몽’을 낳고 있다. 특히 박대표가 DJ에게 “동서화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 것과 DJ가 박대표를 “동서화합의 제일 적임자”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당은 DJ의 발언이 덕담 수준이었다고 평가절하한다. 우리당 한 의원은 “호남 민심은 침 발린 행동에 혹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예상치 못한 호재를 만난 한나라당은 서진 행보에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득표를 해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라면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대표는 ‘4·15’ 국회의원 총선 때 광주 시민들에게 의외의 환영을 받은 일이 있다. 개중엔 당원들도 일부 섞여 있었지만 박대표를 반갑게 맞이하는 광주 젊은이들의 모습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예쁘게’ 보이기 위해 쏟는 노력은 눈물겹다.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최고위원 경선 첫 합동유세 장소로 광주를 선택하는 등 벌써부터 ‘서쪽에’ 눈짓을 보내왔다. 8월2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의원 연찬회 역시 전남 구례와 곡성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원내대표실 한 관계자는 “연찬회 장소가 호남으로 결정된 까닭은 영·호남 화합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들은 ‘짝사랑’ 말라?

연찬회 프로그램엔 호남 주민들과 몸을 부대끼는 행사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농촌 봉사활동을 벌이며 농민들과 숙식을 함께할 요량으로 농가를 알아보고 있다. 영·호남의 경계인 섬진강에서 ‘걷기 행사’를 여는 등 동서화합을 테마로 한 일정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찬회가 끝난 후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등을 찾아 지역 현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호남을 향한 ‘각개약진’은 이전부터 이뤄져왔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외에 호남 지역구 한 곳을 함께 챙기는 ‘호남 지역구 갖기 운동’을 펼칠 구상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원희룡 정병국 박형준 의원 등은 지난달 전남 강진군으로 농활을 다녀왔는데, 호남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자는 아이디어도 강진 농활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남 껴안기’에 대한 영남권 의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영남권 인사들은 박대표가 소장파들의 얘기에 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호남에서 지지율을 3배로 늘리더라도 5%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쓸데없이 ‘짝사랑’에 나서지 말고 텃밭이나 잘 관리하라는 주장이다. 동요하는 호남이 가지고 있는 ‘선택지’에 한나라당의 이름은 아직 없다. 과연 호남 껴안기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주간동아 449호 (p26~2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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