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월드컵 5회 포옹 新나는‘삼바 축구’

1958, 62, 70, 94년 이어 2002년 우승 …‘개최대륙=우승’ 징크스 깬유일한 나라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lo54@yahoo.co.kr

    입력2003-12-3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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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5회 포옹 新나는‘삼바 축구’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으로 브라질은 통산 5회 우승을 이뤄냈다.

    브라질은 월드컵축구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전무의 기록을 갖고 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줄리메컵을 영구히 보관하는 영광을 누렸고, 이후 두 차례 더 우승컵을 품에 안음으로써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오른 것이다. 브라질이 월드컵 무대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30년 월드컵이 시작된 지 28년이나 지난 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다. 브라질이 스웨덴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월드컵=개최대륙 우승’ 징크스가 이어졌다. 그러나 브라질이 유럽대륙에서 벌어진 스웨덴월드컵을 제패함으로써 그 징크스가 비로소 깨졌다. 현재까지도 아시아와 북미에서 열린 월드컵을 제외하면 ‘개최대륙=우승’ 징크스를 깨뜨린 나라는 브라질이 유일하다.

    스웨덴월드컵은 축구천재 펠레가 17세 소년선수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대회이기도 하다. 에드손 아란데스 드 나시멘토란 긴 이름의 펠레는 경쾌한 드리블, 환상적인 패스, 절묘한 볼 컨트롤과 자로 잰 듯한 슈팅으로 스웨덴월드컵 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당시로는 혁명에 가까운 수비 4명, 미드필더 2명, 그리고 공격 4명을 내세운 4-2-4 전형은 상대팀들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가린샤, 디디, 바바, 펠레로 이어지는 4명의 공격수는 역대 최강이라고 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자랑했다. 브라질은 준결승전에서 펠레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프랑스를 5대 2로 제압하고 결승전에서 홈팀 스웨덴과 맞붙었다. 결과는 5대 2로 브라질의 승리. 펠레가 2골 바바가 2골, 자갈로가 1골을 터뜨렸다.

    줄리메컵 영구히 보관 영광

    월드컵 5회 포옹 新나는‘삼바 축구’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과 62년 칠레월드컵에서 연거푸 우승했다.

    브라질은 62년 칠레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연패에 성공한다. 더구나 브라질의 2연패는 펠레의 부상을 딛고 따낸 우승이라 더욱 가치가 있었다. 펠레는 체코와의 예선전에서 왼발을 크게 다쳤다. 그러나 브라질 팬들의 우려와 달리 펠레 대신 투입된 아마릴도가 펠레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브라질은 홈팀 칠레와의 준결승전에서 가린샤와 바바가 각각 2골씩 터뜨려 4대 2로 이긴 뒤, 여세를 몰아 체코와의 결승전에서는 아마릴도 지토 바바가 릴레이 골을 터뜨리며 3대 1로 승리해 줄리메컵에 키스했다. 이때까지 월드컵 타이틀을 방어하거나 두 차례 이상 우승을 거머쥔 나라는 34년 이탈리아월드컵과 3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잇따라 우승한 이탈리아, 30년 우루과이월드컵과 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우루과이 등 두 나라밖에 없었다.

    그래서 66년 영국월드컵부터는 과연 브라질과 이탈리아 가운데 어느 나라가 먼저 우승을 차지해 줄리메컵을 영원히 보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월드컵의 아버지 줄리메(프랑스)가 1회 우루과이월드컵을 앞두고 줄리메컵을 기증하면서 “어느 나라든지 먼저 세 차례 우승하는 나라가 이 컵을 가져가 영원히 보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66년 영국월드컵은 브라질도 이탈리아도 아닌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의 힘 남미·유럽 균형도 깨

    월드컵 5회 포옹 新나는‘삼바 축구’

    영원한 축구황제 펠레가 현역시절 골을 넣고 즐거워하는 모습.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공교롭게도 70년 멕시코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결승전에서 이긴 팀은 월드컵 세 차례 우승이라는 전무한 기록과 함께 줄리메컵을 영원히 보관하는 보너스를 얻을 수 다. 당시 브라질은 펠레, 자일징요, 토스타오, 리베리노 등의 진용으로 지구촌에 축구가 생긴 이후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면 가데나치오라는 빗장수비를 내세운 실리축구를 구사한 이탈리아는 축구사상 최강의 수비력을 갖춘 팀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브라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브라질은 전반 18분 펠레가 선취골을 터뜨린 후 21분 게르손이 추가골을 넣었다. 이탈리아는 전반 37분 보닌세냐가 한 골을 만회한 데 그쳐 전반전은 2대 1로 브라질이 이탈리아보다 한 골 앞선 가운데 끝났다. 후반전에 접어들어 브라질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호시탐탐 이탈리아의 골문을 노리던 자일징요가 후반 26분 대세를 가르는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41분엔 알베르토가 쐐기골을 터뜨려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4대 1로 대파한다. 줄리메컵은 그렇게 브라질의 품에 영원히 안기게 되었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다시 만난다. 당시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는 모두 월드컵 3회 우승의 타이 기록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브라질로서는 70년 멕시코월드컵 결승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이탈리아를 잡고 ‘월드컵 최초의 네 차례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세워야 했다. 반면 이탈리아로서는 24년 전의 수모를 갚고 명실상부한 축구 최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공교롭게도 또 결승전에서 조우한 두 팀은 전·후반과 연장전 120분 동안의 혈전을 벌이지만 0대 0 무승부를 기록한다. 하지만 하늘은 브라질의 편이었다.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공격수 로베르토 바조가 실축을 하는 바람에 브라질이 3대 2로 이긴 것이다. 브라질은 미국월드컵에서의 우승으로 월드컵 네 차례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다시 이탈리아와 독일을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100년 가까이 세계축구를 양분해오던 남미 최강 브라질과 유럽의 자존심 독일이 결승전에서 만났다. 이 결승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유럽과 남미 축구를 대표하는 독일과 브라질이 월드컵 무대, 그것도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맞부딪쳤다는 사실과 각각 8회씩 우승을 차지한 유럽·남미가 제3지역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점이었다. 또한 독일이 이기면 월드컵 통산 우승에서 독일과 브라질이 4대 4로 똑같아진다. 경기 결과는 브라질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호나우두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 칸에게서 후반 22분과 34분에 잇따라 골을 빼앗아 브라질이 2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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