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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낯선 파리 골목길, 아 그맛!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낯선 파리 골목길, 아 그맛!

낯선 파리 골목길, 아 그맛!

‘파리 샹송처럼 상큼한 샹그리아향을 음미할 수 있는 거위간 요리’라는 이름을 가진 ‘르 꺄레’의 싱싱한 사과채를 얹은 푸아그라 요리. 위는 ‘르 꺄레’에서 직접 만든 올리브 빵이다.

프랑스 파리에 처음 갔을 때 무엇보다 놀란 것이 거리를 걷다 아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가도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영국 런던에 갔을 때 놀란 것은 어디를 가 무엇을 주문해도 음식이 맛없다는 것이었다.

과장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파리에서는 걸어다니는 것이 즐겁다. 이른바 ‘길치’인 나는 낯선 곳에 가면 항상 길을 못 찾아 헤맬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작은 레스토랑들이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곳들 말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나는 케이크를 사기 위해 ‘에구찌’를 찾고 있었다. 서울 강남 씨네시티 근처 골목길을 헤매고 있는데 자그마한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해 다가가 보니 1층이 레스토랑이다. 그것도 프렌치 레스토랑. 이름은 ‘르 꺄레(Le Carre´)’. 지난해 가본 양평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랑 이름이 같다. 설마 하면서 들어갔는데 셰프가 어디서 본 분 같다며 인사를 건넨다. 알고 보니 양평의 ‘르 꺄레’가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었다. 결국 다음 일정을 미루고 이곳에서 2시간이나 머물고 말았다.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르 꺄레’도 아주 맘에 들어 할 것이다. 정말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르 꺄레’의 맛과 분위기를 전달하기에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문체가 너무 딱딱한 것 같다. 그래서…

‘르 꺄레’는 4인용 테이블 3개, 2인용 테이블 3개가 전부인 아늑한 분위기의 자그마한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이곳에 가면 잘 닦여져 반짝반짝 빛나는 실버웨어, 베르나르도(Bernardaud)의 접시, 정갈한 흰색 테이블클로스(table cloth)가 저를 기쁘게 합니다.



메뉴는 점심 한 가지, 저녁 두 가지죠. 점심 주제는 ‘보들레르의 서정’입니다. 저녁 주제는 ‘연인의 기쁨’과 ‘자연의 회화’고요.

연어, 허브크림 등을 허브, 식용장미, 식용국화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아뮈즈 부슈’가 테이블 위에 놓이네요. 너무 예뻐서 먹기가 죄스러울 정도죠. 이어 까만 올리브 조각이 박힌 따스한 올리브빵이 나옵니다.

에피타이저(본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음식)로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에 싼 가리비 3조각이 나오는데, 각각 사과, 비트, 시금치 잎으로 장식돼 있어요. 끝이 아니군요…. 망고조림을 깔고 시금치와 얇게 저며 조린 사과를 놓고 그 위에 푸아그라(특수사육한 거위의 간)와 싱싱한 사과채를 얹은 요리가 등장합니다.

흠…. 양파수프군요. 커다란 비스킷 덩어리가 들어 있어 빨리 먹지 않으면 국물이 다 사라질 듯한 느낌, 뭐랄까? 왠지 훈훈해지는 맛이네요.

낯선 파리 골목길, 아 그맛!

바삭하게 구워진 수플레와 그와 곁들여 먹기 좋은 망고 셔벗. 아늑한 분위기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꺄레’의 내부. 연어, 크림 등을 식용 장미, 식용국화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아뮈즈 부슈. 후식으로 나오는 초콜릿 ‘몽마르뜨의 표현주의와 파리 요정의 세레나데’(왼쪽부터 시계방향).

메인요리로는 ‘양파조림과 적채볶음을 곁들인 안심스테이크’ 혹은 ‘이탈리아산 파슬리향 짙은 농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농어구이가 화려해 보이네요. 구운 농어 밑에 여러 가지 색깔의 야채를 깔아놓아 눈이 즐겁습니다. 이에 비해 ‘심플’해 보이는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안심 위에 시금치와 버섯을 올려놓고 맨 위에 푸른 야채를 얹었습니다. 흰 접시에 붉은 고기와 푸른 야채가 정갈하게 담겨 있어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이네요.

클라이맥스를 넘기고 한숨 돌리고 있자니 최고의 디저트가 등장합니다. 우와∼. 수플레(거품을 낸 달걀 흰자에 그밖의 재료를 섞어 부풀려 오븐에 구워낸 요리나 과자)예요. 표면이 옅은 갈색이 나게 잘 구워진 따뜻한 수플레에 두 가닥의 바닐라 빈이 놓여 있고 흰색 파우더가 눈처럼 뿌려져 있습니다. 곁들여져 나온 망고셔벗을 한 스푼 입에 넣었다가 다시 수플레를 먹으면 그 따뜻함이 더 잘 느껴지네요.

프랑스어로 ‘부풀다’라는 뜻인 ‘수플레’는 말 그대로 달걀 흰자에 포함된 공기가 오븐 속에서 열을 받아 부풀어오르게 하여 만듭니다. 수플레를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수플레가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수플레를 기다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니까요.

마지막으로 진한 커피와 향긋한 허브크림을 얹은 초콜릿!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죠. 꼭 한 번 가보세요.(02-3445-7661)

무슨 일정을 미루고 2시간이나 식사를 했냐고요. 음…. 실은 영화 ‘올드보이’ 보는 것을 미룬 거예요. 수플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15년 동안 군만두만을 먹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프랑스 파리의 꼬르동 블루 정규과정을 이수하고 파리의 ‘Pierre Gagnaire’(미슐랑 가이드 별 3개)와 ‘L’Astor’호텔에서 일한 ‘르 꺄레’의 오너 셰프 박민재씨는 자신도 ‘미식여행’을 즐긴다고 합니다.





주간동아 414호 (p100~101)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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