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9

2003.11.13

성적은 꼴찌, 인기는 짱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3-11-07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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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은 꼴찌, 인기는 짱

    10월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미셸 위.

    ‘천재 소녀 골퍼’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나인브릿지클래식(10월31일∼11월2일)에 참가한 미셸 위가 대회 기간 내내 경쾌한 스윙에 이은 비거리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으로 갤러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LPGA 투어 베테랑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적인 샷을 날리며 골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대회 첫날 18번홀(파5·495야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345야드나 날렸고 150야드를 남겨놓고는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유의 장타와 미모는 인기를 한 몸에 모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구김살 없는 말투와 천진난만한 행동은 골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그로 하여금 아직 많은 경험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했을 듯하다. 부담감을 털어내지 못한 까닭인 듯 성적이 저조했던 것. 미셸 위는 무명의 안시현이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는 사이 17오버파 233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미셸 위와 한번 라운드해본 사람은 누구나 쉽게 그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183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스윙은 14살짜리 소녀의 스윙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그는 7월 피츠버그의 미스티락 골프장에서 우연히 장타자 존 델리를 만났다. 같이 라운드하는 동안 장타의 상징인 존 델리도 미셸 위의 스윙에 매료됐다. 라운드가 끝난 후 존 델리가 그에게 자신의 드라이버 헤드커버를 선물했을 정도. 프로가 자신의 헤드커버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그의 스윙을 극찬했다. 우즈는 한 골프전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미셸 위처럼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는 골퍼를 보지 못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올 8월경 자신의 측근을 통해 미셸 위의 부모에게 “기회가 되면 미셸 위와 9홀이라도 꼭 같이 라운드해보고 싶고,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셸 위의 샷에는 여자 골퍼들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워가 있다. 사실 여자 골프가 남자 골프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파워풀한 플레이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그의 상품가치는 매우 높다. 그는 미국 주간지 ‘스포츠 비즈니스 데일리’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상품가치가 가장 높은 여자 스포츠인 9위에 올랐다.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의 상품가치는 무궁무진한 셈이다.

    그는 한국에 온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자장면을 보고는 또래 아이들처럼 무척 좋아했다. 또 김치찌개가 맵다면서도 다시 김치찌개를 찾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그에게 제주도에서 먹은 다금바리회와 산낙지는 평생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당당하기까지 하다. 우즈가 우상이지만 그를 따라다니면서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생각은 없단다. 라운드를 함께 하며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는 것. 만일 기자가 됐다면 누구를 취재하고 싶냐는 질문엔 “연예인 소지섭을 인터뷰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당함과 꾸밈없는 말투, 활화산 같은 샷.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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