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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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녀’ 사진은 합성됐다?

주인공 오리무중 속 일본 여배우 얼굴 따 붙였을 가능성 높아 … 디카 보편화돼 합성 열풍

  • 명승은/ ZDNet Korea 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3-10-30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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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녀’ 사진은 합성됐다?

    새로운 문화 코드로 떠오른 합성사진.

    10월 초 희한한 표정의 여성이 등장하는 사진 한 장 때문에 사이버 세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소동의 주인공은 이름도 이상한 ‘딸녀’. 소동은 한 미모의 여성이 딸기밭에서 양손에 딸기를 들고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찍은 사진이 사이트마다 복사돼 올려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주간동아 405호 ‘인터넷 스타 딸녀와 얼짱 신드롬’ 참조)

    딸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던 네티즌들은 각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코너를 돌며 ‘딸녀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올렸고, 딸녀의 실체를 두고 별별 추측이 난무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 (www.daum.net)에는 딸녀를 찾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딸녀 찾기 범국민대회’(cafe.daum.net/ddalnyer), ‘딸녀는 우리가 찾는다’(cafe.daum.net/ ddalgirlfind), ‘딸녀 팬카페’(cafe.daum.net/ddalgirl), ‘딸녀는 누구인가’(cafe.daum.net/ddal1) 등의 카페가 연이어 생겨났다. 특히 ‘딸녀 팬카페’는 회원으로 등록한 네티즌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얼짱’들 화상카메라 덕에 유명세

    아직까지 딸녀 합성사진의 원 제작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딸녀의 실제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모 대학 MT(Membership Training) 때 한 여학생이 장난스러운 포즈로 찍은 사진에 일본 여배우의 얼굴을 합성해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추측으로 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에겐 딸녀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딸녀의 야릇한 표정은 지금 갖가지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제2, 제3의 딸녀가 태어나 복제되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딸녀의 얼굴이나 표정, 배경 등을 바꿔가며 새로운 아이콘을 만들고 있다.

    ‘딸녀’ 사진은 합성됐다?

    개벽이 추모 사이트와 추모사진.

    딸녀 신드롬을 일으킨 합성사진은 시사주간지나 신문, 잡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지만, 언론에서 합성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내용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네티즌이 합성사진을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재미’와 ‘유희’ 때문이다. 재미가 1차 목적이다 보니 엽기적이거나 인물을 희화화한 패러디가 합성사진의 주를 이룬다.



    ‘엽기’를 강조한 합성사진 캐릭터로는 ‘개벽이’가 있다. 몸은 주택가 담에 묻혀 있고 머리만 삐죽 내민 모습의 개벽이는 ‘벽에서 머리를 내민 개’라는 뜻에서 개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개벽이는 현재 사망한 상태. 자신을 개벽이의 주인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복날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 뒤로 개벽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벽이의 시신은 현재 ‘국립묘지에 안치돼 있는데’(합성사진) ‘개벽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 노무현 대통령’(합성사진)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개벽이 추모 사이트’(kebyuk.mxe.net)를 찾아 ‘헌화’했다.

    딸녀, 개벽이 등 합성사진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10월14일 마케팅 리서치업체 메트릭스(www.metrixcorp.com)는 9월 한 달간 이루어진 전체 검색 중 이미지 검색이 20~40%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www.naver.com)의 경우 지난달 검색 콘텐츠 이용자 1800만명 중 이미지 검색을 한 사람은 735만명으로 40.3%에 달했다. 다음은 검색 콘텐츠 이용자 1790만명 중 517만명(28.9%)이, 야후(kr.yahoo.com)는 1670만명 중 467만명이, 엠파스(www.empas.com)는 827만명 중 224만명이 이미지 검색을 이용해 약 27%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딸녀, 개벽이 등 재치 있는 내용의 합성사진을 편집할 수 있게 된 것은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됨으로써 이미지를 디지털화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로는 찍고 싶은 사진을 현상·인화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찍을 수 있다. 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컴퓨터 파일 형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진을 편집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여기에 인터넷이 자신이 합성한 사진을 뽐낼 수 있는 장까지 제공하고 있다.

    ‘딸녀’ 사진은 합성됐다?

    재기발랄한 합성사진들.

    디지털카메라뿐만 아니라 PC를 통해 간단하게 찍을 수 있는 화상카메라, 카메라폰도 디지털 합성사진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 얼굴이 예쁘게 나온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얼짱’ 박한별, 이주연, 현빈, 구혜선, 김은주 등은 화상카메라 덕을 본 경우다. ‘얼짱’들이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에는 화상카메라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할 수 있다는 ‘얼짱 되는 법’ 등이 퍼지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동영상 편집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얼마 전 종영된 MBC 사극 ‘다모’의 열혈 팬들은 다모의 방영 내용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재구성하기도 했다.

    디지털 합성사진은 마케팅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합성사진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재미있는 합성사진을 많이 보유할수록 네티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게 마련이다. 가장 양질의 합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 ‘포토앨범’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사진 DB(데이터베이스) 자료가 2500만장으로 하루 2만장 정도가 새로 업데이트된다.

    신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은 네티즌들에게 경쟁적으로 경품을 제공하면서 패러디 합성사진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자사 제품과 관련된 합성사진이 널리 알려지면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의 새로 출시된 모델을 패러디한 사진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면 판매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합성·패러디 사진 공모전도 열려

    ‘딸녀’ 사진은 합성됐다?
    미개봉 영화나 케이블TV 프로그램의 스틸 사진을 웹에 올려놓고 이를 바탕으로 합성사진이나 패러디사진 공모전을 여는 사례도 많아졌다. 실시간으로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돌아다니는’ 합성사진들은 신문 방송 잡지 등 기존 매체 못지않은 광고효과를 지닌다. 한 영화사 홍보 담당자는 “영화 스틸 컷은 합성사진 마니아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며 “합성사진의 소재로 스틸 컷을 제공하면 손쉽게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딸녀, 개벽이를 즐기고 이해하느냐는 세대를 나누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대체로 30대 초반을 기준으로 합성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데, 합성사진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세대는 10~20년 후 한국을 이끌어갈 세대고, 딸녀 개벽이를 모르거나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세대는 저물어가는 세대다. 딸녀와 개벽이를 문화코드로 여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합성사진이 상징하는 문화코드에 관심을 갖는 게 좋을 듯하다. 딸녀, 개벽이를 모른다면 젊은층을 공략하기는 틀렸다고 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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