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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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가는 길 금융업계도 ‘승차’

값싼 고급인력 풍부 ‘전문 서비스’ 기반 충족 … “2008년까지 100만개 일자리 옮길 것”

  •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입력2003-10-15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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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가는 길 금융업계도 ‘승차’

    인도 뭄바이의 증권거래소에 모여든 사람들.

    다국적기업 등 세계 대기업들이 회사의 한 부분을 인도로 옮긴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이제까지 소비자들의 불만을 접수하는 일 등을 담당하는 콜센터나 비제조 분야의 후선 업무를 맡은 부서를 인도로 옮긴 기업은 무척 많았다.

    인도 방갈로르 공항 부근의 위프로사에서는 인도인 방사선과 전문의 5명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환자들의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을 분석한다. 이 결과는 당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전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수술 일정이 잡힌다. 역시 방갈로르에 있는 인도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차세대 휴대전화 칩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의 연봉은 약 1만 달러로, 이는 미국에서 비슷한 능력의 전문가가 받는 돈의 7분의 1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수석부사장 해럴드 서킨은 “경쟁기업이 인도나 중국으로 가는데 당신이 따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먼저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보지 않으려면 따라가기라도 하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 기업들이 전체 업무 가운데 한 부분을 떼어내 다른 기업에 맡기는, 이른바 아웃소싱을 하는 규모는 2000년 40억 달러에서 2015년 136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노동 관련 전문 연구회사인 포레스터 리서치가 전망했다. 아웃소싱 대상이 되는 일자리 수는 330만개. 이 과정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외국에 맡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 30개월 동안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외국에 맡겨졌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존 매카시와 글로벌 인사이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리만 비라베시는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50만~60만개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해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매카시는 “높게 보면 80만개까지 나올 것”이라면서 “이 기간 중 미국 내에서는 33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 리서치 인력도 현지 채용

    인도 가는 길 금융업계도 ‘승차’

    뉴욕 월가의 적지 않은 투자은행, 증권사 등이 전산 부문 외에도 리서치 인력까지 인도에서 채용하는 추세다.

    일자리 유출이 더 심각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30개월간 잃어버린 일자리의 35%에 해당하는 99만5000개의 일자리가 바다를 건너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일자리는 해외에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 대부분 중국 인도 필리핀 러시아로 간다. 이들 나라 가운데 요즘 가장 관심을 받는 나라가 인도다. 맡겨진 일자리 숫자도 많거니와 가장 중요한 직종이 인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전처럼 인터넷이나 통신기업 등 실리콘밸리형 기업들만이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일자리의 해외 이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우선 최근 상황을 짚어보자.

    미국 최대의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이미 인도에 투자은행과 증권중개회사, 자산관리 합작회사 등을 두고 있다. 또 골드만 삭스는 금융영업과 테크놀러지 등의 분야에서 250명 규모의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아직 리서치 부문까지 옮기지는 않았다.

    인도 가는 길 금융업계도 ‘승차’
    레만 브러더스는 다른 기업들을 따라서 인도에 간 경우. 레만 브러더스는 시험적으로 데이터 정리나 프레젠테이션 관련 업무를 인도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또 시티그룹은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는 중이다. 시티그룹 웹사이트에는 ‘인도 사업 부문이 2년 사이에 급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또 현재 뭄바이(봄베이의 옛이름)에서 일하는 투자은행, 증권, 증권분석 업무 담당자가 40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금융 부문 가운데서도 전산 부문 일자리가 인도로 옮겨간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리서치 인력까지 인도에서 채용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아직은 인도 현지에서 수천명씩 선발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니다.

    JP모건 체이스의 자회사인 투자은행 JP모건은 연내 인도 뭄바이에서 수십명의 리서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 이미 투자은행과 뮤추얼펀드 운용회사를 인도에 설립한 모건 스탠리 역시 수십명의 리서치 요원을 뭄바이에서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리서치 요원들은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이다. 이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대차대조표를 분석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를 맡는다.

    미국 증권회사들이 인도로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는 싼 임금 때문이다. 월가(街)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절감이 시급한 처지다. 둘째는 10개 대형 증권사가 연루됐던 투자조언 스캔들 이후 증권사들이 공정한 리서치의 필요성을 절감해 영업 부문과 리서치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메릴린치 뭄바이의 수석부사장 앤드류 홀랜드는 인도가 리서치 쪽에서 각광받는 것이 값싼 고급인력과 영어 구사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어에 능통한 150만 인도인 대졸자들은 미국에 비해 약 4분의 1 비용으로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가의 리서치 회사들의 경우 비용의 75%가 인건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인건비가 월가의 10~20% 선에 불과하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주니어 애널리스트 연봉은 보통 15만 달러지만 인도에서는 잘나가는 비즈니스 스쿨 출신 연봉이 3만5000달러다. 효율성을 감안해서 사람을 많이 뽑아도 총비용이 미국 인력을 선발했을 경우의 50%가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도의 리서치 자회사들은 사람을 많이 확보해 24시간 열리는 세계 금융시장을 교대로 추적한다. 인도의 싼 부동산 가격도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던 것처럼 인도는 ‘전문 서비스 회사’가 될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인도는 과거 경제개방에 소극적이었으나 경쟁력을 의식해 도하라운드(2001년 11월14일, 카타르 도하 각료회의에서 합의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다자간 무역협상)를 통해 서비스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주장하고 나섰다.

    월街는 핵심 리서치·분석작업

    이런 추세 속에서 인도의 유명 비즈니스 스쿨인 인도경영대학원(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IIM)은 요즘 흥분 상태다. IIM 내의 4개 스쿨의 입학 경쟁률은 100대 1이나 된다. 작년 졸업생의 초임 연봉 평균치는 1만3226 달러로 현지에선 꽤 높은 수준이다. 방갈로르어 캠퍼스 졸업반인 가야트리 스리니바산은 “톱 클래스의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의 동기생 200명 중 50명 정도는 투자은행에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인도에 살면서 월가의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그는 말한다.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은행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런던 딜로이트 컨설팅의 크리스토퍼 젠틀 조사담당 이사는 “대부분 후선 업무와 전산 관련 일자리겠지만 금융회사들이 2008년까지 인도에 100만개의 일자리를 이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서치 분야 인력도 수천명은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도의 기술 축적을 요하는 업무도 점차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젠틀 이사의 진단이다.

    반면 컨설팅 회사 타워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 두샨트 샤라와트는 “애널리스트들은 자기가 컨설팅하는 기업 경영진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협회 서닐 메타 부회장은 “브라질제 엔진과 인도, 중국산 자동차 부품을 미국 미시간에서 조립하는 자동차 산업과 같은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어느 업종, 어느 기업이든 각 요소들을 가장 싼값에 사려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핵심 리서치와 핵심 분석작업만은 계속 월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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