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6

2003.10.23

“못마땅해도 그냥 가자”

전국여론 조사 국정혼란 우려 대안 세력 부재 반영 … 시간 갈수록 ‘재신임’ 비율 높아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10-15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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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마땅해도 그냥 가자”
    ‘못마땅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10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각 언론매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해 실시된 재신임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보인 반응은 ‘노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 7개월 동안 대통령으로서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지만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 재신임하겠다는 쪽에 표를 던지겠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노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보다 우월한 대안 세력을 아직 찾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반응은 재신임 선언이 나온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이 있었던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MBC와 코리아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0일에는 재신임 46.2%, 불신임 42.4%로, 둘 간의 차이는 표본오차(± 3.4%)를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나 12일 조사에서는 재신임 56.6%, 불신임 35.2%로 20%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재신임하겠다는 사람들이 이틀 사이에 10%포인트나 늘어난 것.

    “불신임 이후 상황 전개 생각할 여유 없었기 때문”

    다른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10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가 ‘재신임 45.2%, 불신임 42.6%’, 중앙일보의 조사 결과가 ‘재신임 47.7%, 불신임 44.4%’로 나오는 등 재신임률이 모두 40%대인 반면, 11일 조사한 KBS·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재신임 51.4%, 불신임 41.1%’로 재신임률이 50%대를 넘어섰다. 12일 조사한 SBS·TNS의 여론조사 결과는 ‘재신임 60.2%, 불신임 37.1%’로 재신임률이 6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10일의 경우 국민들이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불신임하면 그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지지율과 관계없이 국정운영 지지도는 계속 ‘형편없어’ 대조적이었다.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의 경우 ‘잘못한다 61.3%, 잘한다 35.3%’, SBS·TNS 조사의 경우 ‘잘못한다 62.5%, 잘한다 36.4%’로 잘못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조선일보·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잘못한다(55.7%)와 잘한다(25.6%)의 차이가 30% 이상이나 벌어졌다. 특히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지 않고 현재의 국정혼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질문에 포함시킨 12일 MBC·KRC 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국정혼란의 책임이 ‘노대통령과 현정부의 미숙한 국정운영’에 있다고 답했고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7%에 그쳤다.

    KRC 김정혜 이사는 “재신임률과 국정운영 지지도가 서로 반비례하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대통령 불신임에 따른 더 큰 국정혼란 또한 원치 않는 소위 ‘안정 희구층’이 재신임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특히 한나라당 텃밭인 TK(대구 경북) 지역에서 재신임률이 50% 가까이 나온 것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0일 동아일보 조사에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재신임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에 가까운 23.3%나 됐으며, 11일 KBS의 조사에서는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불만이 많은 세대인 ‘60대 이상’의 재신임률(51.4%)이 불신임률(36.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론조사의 ‘승부사’ 노대통령의 벼랑끝 전술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던 지난해 대선정국이 재현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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