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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방폐장, 왜 과학을 믿지 못하나

원자력발전소와 달라 화재 위험 없어 … 일본 롯카쇼무라는 실리 추구 산 교육장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위도 방폐장, 왜 과학을 믿지 못하나

위도 방폐장, 왜 과학을 믿지 못하나
긴급 현상수배 이름: 김종규(사진)직업: 부안군수 출생지: 전북 부안군 위도면 현주소: 전북 부안군 부안읍 ○○아파트 ○동 ○○호.죄명: 우리 모두의 고향인 부안을 돈 받고 팔아버린 수뢰죄 및 고향 배신죄. 독단적으로 군민과 군의회가 반대하는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해버린 민주주의 파괴죄. 수차례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한다고 해놓고 한순간에 말을 바꿔버린 사기죄.위 사람을 체포하기 위한 군민(郡民)행동단 활동에 참여하실 분은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전화 582-××××)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전단은 강현욱 전북도지사와 김종규 부안군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정동락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야바위꾼·사기꾼·원흉 등으로 묘사하며 부안을 팔아먹은 ‘`매향(賣鄕) 5적’으로 적시하고 있었다. 핵폐기물이 도대체 뭐기에 이렇게 험한 말이 오가는 것일까.

위도 방폐장, 왜 과학을 믿지 못하나

8월 24일 전주에서 위도 방폐장 유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태우며 격렬하게 시위하고 있다.

7대 7 대화의 장 마련 일단 한숨

위도 방사성 폐기물(이하 방폐물) 처분장 유치를 주도했던 김종규 부안군수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주소지가 공개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의 부인도 마찬가지다. 대책위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어서인지 김군수와의 접촉은 쉽지 않았다. 김군수는 8월28일 오후 서울로 올라와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음날 아침 부안으로 내려갔는데, 부안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 있는 그와 어렵게 통화가 이루어졌다. 그는 담담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유치에 반대해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군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에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 것이 우리의 교육열인데 그마저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방폐물 처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제(8월28일) 김두관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장관이 부안에 내려와 대책위측과 7대 7로 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정부측에서는 산자부와 행자부 부안군 등에서 선발한 7명의 대표가, 대책위측에서는 반핵단체와 종교단체 정치인 중에서 선발한 7명의 대표가 대화에 나서겠지요. 대결 국면으로만 치닫던 것이 대화의 장이 마련됐으니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안은 김군수가 방폐물 처분장 유치 선언을 한 7월11일 이후 ‘부안사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장의 도시로 변모했다. 바로 그날 일부 농민이 군청에서 시위를 벌인 데 이어 해상시위가 일어나고(7월31일), 차량을 돌진시켜 경찰관을 중태에 빠뜨렸다(7월22일). 그후로도 고속도로 점거(8월16일)와 고속도로 저속운행 시위(8월17일), 경찰차 방화와 취재기자 폭행(8월23일), 부안군청 부속건물 방화(8월24일) 등이 일어나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평시 2000여명, 유사시 5000여명을 투입해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부안은 외롭다”고 말했다. 그는 “17년을 끌어온 사업이다 보니 이제는 많은 국민이 방폐물 처분장이 필요하다 데 공감하게 됐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를 보면서 이 시설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나 싸움에는 휘말려 들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직 이 일에 연루된 부안의 관계자들만 외로이 반핵운동가들을 상대하고 있다. 사업은 국가적이되 대처는 지극히 국지적이다”라고 말했다.

위도 방폐장, 왜 과학을 믿지 못하나
부안에서는 과학을 신뢰하는 ‘믿음’과 공포를 맹종하는 ‘감정’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부안에 뿌려진 전단 중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핵 방사능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는 기형아 사진들이다. ‘핵폐기장이 들어선 부안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누가 먹겠습니까’라는 문구도 자극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반핵 시위대를 의식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핵물리학자는 “방사능 피폭으로 기형아가 늘어나고 암과 백혈병 환자가 급증했다면 실제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그것이 증명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하지만 인류의 몇 %는 암이나 백혈병에 걸리고 선천적 기형아로 태어나고 있다. 암이나 백혈병의 발병과 기형아 출생이 방사능과 관계가 있다면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어야 한다. 그러나 원자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늘었어도 이러한 병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보고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영광 지역에 원전이 들어섰을 때 반원전주의자들은 방사능 피폭으로 무뇌아(無腦兒)와 대두아(大頭兒)가 태어났다고 떠들어댔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도 무뇌아와 대두아의 비율이 늘어났다는 보고가 없는데, 이 아이들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소란을 피워댔다. 그 때문에 서울대병원 등에서 조사가 이뤄졌으나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한국에서 발생한 무뇌아와 대두아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근거가 불분명한 외국 사례만 제시하고 있다. 반원전주의자들은 선전선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전 근무자는 “사람에게는 신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신념은 객관성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해야 한다. 그럴듯한 소문에 근거한 신념은 덧없는 것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부안에서는 방폐물을 무시무시한 악마로 그리고 있는데 정말 그런가. 나처럼 원전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거의 매일 그러한 존재와 지내고 있다. 고리를 비롯한 4개 원전 단지 안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넣어둔 수조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담아놓은 임시저장소가 있다. 지금 위도에 짓겠다는 것이 바로 사용 후 핵연료를 넣어두는 수조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넣을 처분장이다. 수많은 원전 직원들이 이러한 시설 옆에서 살고 있지만 전혀 이상이 없다. 이러한 과학을 믿지 않고 왜 근거가 불분명한 소문을 신념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가.”

일본의 롯카쇼무라는 방폐물 처분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롯카쇼무라가 있는 아오모리현은 아오리 사과의 산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6기의 원전이 들어선 전남 영광은 동지나해 등지에서 잡아온 조기를 말려 그 유명한 영광굴비를 생산하고 있고, 월성 원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덕은 대게의 산지로 유명하다. 한 원전 종사자는 “방폐물 처분장이 들어선다고 부안의 농산물을 사먹지 않으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원전은 최악의 경우 원자로가 가열돼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다. 체르노빌 사고와 스리마일 사고가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방폐물 처분장은 쓰레기를 보관하는 곳이라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다. 한 원전 종사자는 “원전보다 더 안전한 것이 방폐물 처분장인데 반원전주의자들의 선동에 속은 주민들은 더 무서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롯카쇼무라에 방폐물 처분장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89년 허황된 공포에 현혹되지 않고 과학적인 사고로 실리를 추구할 줄 알았던 쓰치다 히로시씨가 촌장에 당선된 덕분이었다. 쓰치다 촌장은 일본원연(原燃)주식회사와 협상을 벌여 실리를 극대화하며 방폐물 처분장을 유치했다. 한국도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회가 될 수 없을까. 김종규 부안군수는 양성자가속기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그리고 전북대 제2 캠퍼스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방폐물 처분장을 유치했다. 김군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웅주의자도 정치인도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려면 어딘가엔 반드시 방폐물 처분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은 군민께서 저를 미워하시지만 언젠가 그분들이 `‘김군수가 편한 길을 택하지 않고, 한국과 부안의 현재와 미래를 놓고 고민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날이 오기를 저는 기도하고 또 기도할 것입니다.”



주간동아 401호 (p98~99)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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