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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함 크루즈 미사일 ‘海龍’ 승천

사거리 150km 한국 독자 개발 성공 ‘판정승’ … 北도 AG(안골)-1 수차례 시험 개발 경쟁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대함 크루즈 미사일 ‘海龍’ 승천

대함 크루즈 미사일 ‘海龍’ 승천

8월21일 동해에서 있었던, 국방과학연구소가 1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대함 미사일 ‘해룡’의 시험발사 모습.www.bemil.chosun.com

1993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심혈을 기울여 독자 개발해온 사거리 150km의 대함(對艦)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이름은 ‘해룡(海龍)’이다. 8월21일 해군 호위함에서 발사된 해룡은 70km 떨어진 바다 위에 떠 있던 표적함을 정확히 명중시켰다고 한다. 이 미사일 개발이 갖는 정치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동북아를 무대로 은밀히 펼쳐지는 대함 미사일 경쟁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대함 미사일은 적 함정을 공격하기 위해 주로 지상(연안)이나 함정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저승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저승에는 한 번 건너면 살아서는 다시 건너올 수 없는 ‘스틱스(Styx) 강’이 있다고 한다. 1950년대에 대함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던 소련은 1957년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후 이 대함 미사일을 ‘P-15’(사거리 95km)라고 명명했다.

미국은 소련이 신형 대함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을 알아냈으나 그 이름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미사일 한 방이면 미국 함정에 탄 모든 이들이 저승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스틱스’라고 명명했다. 소련은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어온 이집트측에 이 미사일을 제공했다.

소련제 ‘스틱스’ 무시무시한 명성

제3차 중동전쟁 직후인 1967년 10월21일 이집트 해군은 이 미사일 세 발을 발사해 사이드 항에 있던 이스라엘의 에일라트(Eilat) 구축함을 격침시켰는데, 이것은 대함 미사일에 의해 대형 함정이 격침된 세계 최초의 사건이다. 1971년 인도 해군은 파키스탄 유조선을 향해 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가 이란 함선을 향해 이 미사일을 발사해 큰 피해를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스틱스는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중동전에서 스틱스가 명성을 떨치기 전인 1959년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P-15 제조기술을 도입해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1974년 ‘해응(海鷹)-1’ ‘비룡(飛龍)-1’로 명명한 독자적인 대함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 이름을 몰랐던 미국은 중국이 비단 생산국으로 유명한 것에 착안해, 이 미사일을 ‘실크 웜(Silk Worm)’이라고 불렀다.

스틱스나 실크웜은 길이 6.5~7.4m에 무게 2500kg인 비교적 작은 미사일이다. 스틱스 제조기술을 넘겨준 소련은 같은 해 ‘오사’와 ‘코마’라고 불리는 두 종류의 고속정 건조기술도 중국에 전수했다. 중국은 오사급을 모방해 170t짜리 후앙펜급 고속정을, 코마급을 모방해 75t짜리 고속정을 개발하고(함정명은 확인되지 않음) 여기에 실크 웜을 탑재했다.

대함 크루즈 미사일 ‘海龍’ 승천

중국제 실크 웜 미사일(위) www.wikipedia.org/wiki/Silkworm_missile.러시아제 스틱스 미사일.북한은 실크 웜과 스틱스를 모방해 대함 순항미사일인 AG-1을 개발해 오고 있다. www.fas.org/man/dod-101/sys/missile/row/hy-1.htm

북한은 1970년대 후반 소련으로부터 스틱스를 탑재한 오사급 고속정을, 1980년에는 중국에서 실크 웜 미사일을 탑재한 후앙펜급과 코마급 고속정을 도입해 서해에 집중 배치했다. 당시 한국 해군의 주력 함정은 미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2600t짜리 기어링급 구축함이었다. 이집트 해군이 이스라엘의 에이라트 구축함을 격침시킨 사건은 3000t 이하의 함정은 스틱스나 실크 웜을 제대로 맞으면 한 번에 ‘수장(水葬)’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 서해함대는 ‘심심하면’ 후앙펜급과 코마급 고속정을 북방한계선 부근으로 남하시켰다. 그때마다 한국 해군의 구축함 등은 실크 웜의 사거리인 95km 밖으로 물러나곤 했다. 1975년부터 미국 해군은 ‘하푼(Harpoon·작살)’으로 명명된 최신형 대함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었다. 견디다 못한 한국이 미국측에 “하푼을 팔라”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미국측은 “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실크 웜이나 스틱스는 ‘지령 유도’에 따라 목표물을 찾아가는 미사일이다. 지령 유도란 발사된 미사일을 레이더 기지에서 쏜 전파로 목표물까지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후앙펜급과 코마급 고속정은 너무 작아서 지령 유도를 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하지 못한다. 따라서 연안에 건설된 레이더 기지에서 전파를 발사해 코마급 고속정 등에서 발사된 실크 웜을 유도한다.

미국은 “코마급 고속정을 잡아서 뭐 하느냐. 차라리 황해도 해안에 있는 실크 웜 지령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는 데 적합한 ‘스탠더드 함’ 미사일을 구매할 것을 제의했다.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해 백구급 초계함에 이 미사일을 탑재했다. 그와 동시에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박정희 대통령은 프랑스가 개발한 엑소세 대함 미사일을 도입했다. 엑소세는 하푼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1982년 4월,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남대서양에 있는 포클랜드섬 영유권을 놓고 전쟁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영국 해군에 밀려 패퇴를 거듭했지만 엑소세 미사일을 발사해 영국의 세필드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그러자 엑소세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러·일·중 이어 남북한이 꼴찌

엑소세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자 ‘콧대 높게 나오던’ 미국은 갑자기 한국에 하푼을 팔겠다고 나섰다. 하푼의 사거리는 실크 웜보다 훨씬 긴 120km다. 하푼은 목표물 근처까지는 관성유도 방식으로 날아가고, 목표물에서 20~30k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간 뒤에는 미사일에 탑재돼 있는 레이더를 작동시켜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돌진하는 능동 레이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성능이 우수한 하푼을 탑재함으로써 한국 함정은 오사급과 코마급 고속정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하푼을 도입한 뒤 곧바로 하푼을 모방한 독자적인 대함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1982년부터 88년 사이에 ‘80식’ ‘88식’ ‘93식’ 등으로 명명된 대함 미사일을 개발해 해상자위대 함정에 배치했는데(88년), 이 미사일의 성능은 하푼과 아주 유사하다. 이 시기 중국은 해응과 비룡을 발전시켜 사거리 135km의 ‘수응(水鷹)’과 ‘응격(鷹擊)’을 배치했다. P-15라는 원조 미사일을 개발한 소련은 1960년 사거리가 160km에 이르는 P-30 대함 미사일을 개발해냈다.

동북아의 대함 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가장 쳐진 것은 남·북한이었다. 한국은 1993년에야 대함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이번에 ‘해룡’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해룡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미사일이 목표물에서 20∼30k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을 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해 정확히 목표물을 찾아내는 능동 레이더 장치의 개발이었다. 이 장치만은 미국을 비롯한 그 어떤 나라도 판매하지 않기에 반드시 독자개발해야 했다.

8월21일 시험발사에서 해룡이 표적함을 명중시킨 것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이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도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대함 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1997년 5월23일 북한이 ‘안골’이라는 곳에서 사거리 160km, 탄두 중량 500kg에 이르는 대함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실을 처음 포착하고, ‘안골’의 이니셜을 따 이 미사일을 ‘AG-1’으로 명명했다.

지난 2월24일 북한은 함경남도 신상리 해안에서 바다를 향해 AG-1을 처음 시험발사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공중폭발시키고 말았다. 이어 3월10일 같은 해안에서 110km 떨어진 바다 위에 표적을 설치하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으나 역시 명중시키지 못했다. 이는 북한이 목표물까지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하는 장치를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2일 북한측 동해 공해상에서는 북한 공군의 전투기 4대가 일본의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미 공군 RC-135 정찰기에 15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사격자세를 취하며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있었다. 미 공군은 RC-135기의 정찰을 통해 북한이 두 번째로 준비하는 AG-1 발사 상황을 알아보려고 한 것이었고, 북한 전투기는 이를 막으려고 위협한 것이다.

1993년 시작된 1차 북핵 위기는 ‘노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탄도미사일과 함께 시작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2차 북핵 위기는 순항(크루즈) 미사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대함 미사일과 짝을 이뤄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의 대함 미사일 경쟁은 미국과 러시아가 앞선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그 뒤를 쫓고, 이어 간발의 차이로 한국이 앞선 가운데 북한이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군 관계자들은 “북한의 추격 정도로 볼 때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미녀 응원단을 보낸 북한의 의도를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주간동아 401호 (p44~46)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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