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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칼럼

정치개혁 드라마를 보고 싶다

  • 조국 / 서울대 법대 교수

정치개혁 드라마를 보고 싶다

정치개혁 드라마를 보고 싶다
현재 우리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곡예하듯 걸어다니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경로는 후원회를 통해 돈을 받고 영수증을 발행하거나, 일정 범위 내 친척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로 정치자금을 모으는 정치인은 찾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인이 대가성 없는 돈을 받더라도 정치자금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만약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수수죄, 알선수재죄 등의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굿모닝게이트’는 정치부패 관련 사건이 수반하는 여러 장면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즉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정치인은 자신은 대가성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을 받았을 뿐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면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검찰의 수사권이 편파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비난한다. 사사건건 싸우던 여야는 ‘방탄국회’에 즉각 합의한다. TV 채널이 고장이라도 난 듯, 선택의 여지 없이 철 지난 드라마를 재탕 삼탕 봐야만 하는 것이다.

매 정권 ‘게이트’ 반복 … 구태 혁파 우리 모두의 책임

먼저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은밀히 수수한 수억원의 돈에 대가성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강변이 아닌가? 지구당 유지에만도 매월 수천만원이 들어간다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지구당의 축소·폐지 등을 포함한 정당개혁에는 왜 동의하지 않는가?



선거 때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고 푸념하면서도 왜 선거공영제는 대폭 확대하지 않는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엄정한 수사를 요구해놓고, 막상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면 정치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왜인가? 현재 정치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탓이다.

다음으로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입으로는 정치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며 정치인에게 ‘기름’을 치려 하지는 않았는가? 깨끗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치인에게 칭찬과 격려가 아니라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며 냉소를 보내지는 않는가? 고비용 정치를 비난하면서도 자기 집안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정치인이 화환을 보내지 없으면 그 정치인을 비난하지는 않는가? 정치인을 입법자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민원해결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정치인의 부패에 대하여 우리 역시 공범임을 자인해야 한다.

당대표가 연루된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여당은 미흡하나마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했다. 이제 야당이 할 일은 ‘우리는 공개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하는 여당이 숨겨놓은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야당도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게이트’의 교훈은 정치개혁의 제도화다. 역설적이지만 검찰의 수사가 집권당 실세 대표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검찰의 다음 수사대상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으므로.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검찰은 앞으로도 여와 야를 막론한 ‘거악(巨惡)’과의 대결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도개선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의 성과가 축적돼 있다. 그 요체는 정치자금의 양성화와 투명화다. 정치자금의 상한선을 일정하게 높이면서 후원금 계좌는 단일화하고, 선거비용 지출은 신용카드와 수표로만 이루어지도록 하며, 또한 고액 후원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어기는 정치인을 단호히 처벌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입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치부패에 편승하거나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용인하는 시민의 관념이 혁파되어야 할 것이다. 돈을 받은 자는 바로 우리가 뽑은 우리의 대표자이며, 돈을 준 자도 다름아닌 우리다. 반복되는 정치부패의 낡은 드라마를 종영시키고 새로운 정치개혁의 드라마를 제작·감독할 궁극적 권한과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주간동아 396호 (p100~100)

조국 /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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