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2003.07.24

‘직장 성폭력’ 처벌 강화해도 여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07-16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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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성폭력’ 처벌 강화해도 여전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에도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직장 내 성폭력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회사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여성 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여성노동센터가 올 상반기 상담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과 관련한 상담은 105건으로 전체 상담(292건)의 36%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의 36.9%와 비교할 때 거의 줄어들지 않은 수치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해자의 67.9%가 피해자의 직속 상사나 사업주라는 점.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은폐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우회에 따르면 접수된 상담 사례 중 상당수는 성희롱 사건을 회사에 신고한 피해자가 사업주로부터 ‘가해자를 선처하고 없던 일로 하라’는 요구를 받은 경우나 사업주가 성희롱 피해자의 진술을 가해자에게 공개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당하도록 방치한 경우 등 2차 성폭력에 대한 것이다.

    이처럼 사업주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 미온적일 경우 피해자는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돼 부득이하게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소 및 진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측이 성희롱 사건 증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로 지적됐다.



    민우회 여성노동센터 박정옥 간사는 “예전에는 ‘성폭력을 당했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묻는 전화가 많았지만 요새는 10명 중 8명은 ‘회사에 성폭력당한 사실을 신고했는데 모른 척 넘어가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상담한다”며 “성폭력에 대한 사업자의 의식이나 기업문화가 여성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행정기관이 직장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고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행정지도를 벌이는 데 소홀한 것도 피해를 방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우회 여성노동센터 등 여성단체들은 하반기 동안 사업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직장문화 개선 운동을 벌이며 행정지도 강화를 요구하는 등 2차 성폭력 예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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