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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우리 풍수 | 꽃절, 굿절 그리고 떡절

땅 기운 묻어나는 순 우리말 절(寺)이름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땅 기운 묻어나는 순 우리말 절(寺)이름

땅 기운 묻어나는 순 우리말 절(寺)이름

순 우리말 이름을 가지고 있는 ‘굿절’, ‘꽃절’, ‘떡절’은 땅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왼쪽부터).

우리나라 절들은 대부분 공식 명칭에 ‘사(寺)’를 쓴다. 예컨대 ‘해인사(海印寺)’라고 하지 ‘해인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절’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절 모르고 시주하기’ ‘절에 가면 중노릇 하고 싶다’ ‘절에 가서 젓국 달라 한다’ 등 ‘절’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그만큼 ‘사’라는 말보다는 ‘절’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더 친숙했음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공식 명칭에 ‘절’을 쓰는 곳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잘 알려진 곳을 꼽자면 ‘떡절’(경북 청도군 화양읍 소라리) ‘굿절’(경기 여주읍 가업리) ‘꽃절’(충북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 정도다. 순수 우리말로 붙여진 이런 절 이름은 풍수와도 특별한 관련이 있어 흥미롭다.

풍수의 개념 가운데 하나는 ‘땅의 성격을 파악하여 그에 걸맞은 용도를 결정하는 행위’다. 땅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땅의 생김새, 산의 높이, 물의 위치,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 땅의 성격을 파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 특히 순 우리말로 된 땅이름은 땅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된다. 땅의 기운이 더러 그 땅이름으로 나타나기(現象)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굿절’은 굿을 하기 좋은 절이고, ‘떡절’은 절 자체가 하나의 떡을 의미하며, ‘꽃절’은 절과 주변 형세가 꽃과 같아 그 이미지(象)를 취한 것이다.

‘굿절’은 과거 무당들이 굿을 많이 하던 곳이다. 지금은 조계종으로 귀속되어 ‘구곡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지만, 지금도 그곳 사람들은 ‘굿절’이라고 부른다. 또한 절의 기능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곳 김명철 주지 스님은 “인근의 여주 신륵사가 대중 교화지자 관광지로서 사람이 들끓는 반면, 이곳은 기도처자 천도재를 올리는 곳이라 사람이 없는 편”이라고 밝혔다. 기존 ‘굿절’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꽃절’은 절을 둘러싼 주변 형세가 마치 꽃과 같다. 절은 그 꽃의 씨방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이른바 풍수 물형론에서 말하는 ‘화심형(花心形)’이다. 그에 걸맞게 이곳은 현재 미모의 비구니가 혼자서 지키고 있다. 산세와 절 이름, 그리고 그곳 주인이 모두 하나로 어울리는 듯하다.



‘떡절’은 청도군 화양읍 강 건너 주구산(走狗山) 끝자락에 있다. 주구산은 마치 굶주린 개가 달리는 듯한 형상이다. 굶주린 개의 형상이 이곳 주민에게 편안함을 줄 리 없다. 그래서 16세기 중엽 이곳에 부임한 군수 황응규가 이 산 이름을 개가 달리는 모양의 산이라 하여 주구산이라 이름짓고, 이 굶주린 개를 달래는 방법은 떡을 먹이는 것이라 하여 달리는 개의 입에 해당하는 곳에 절을 지어 ‘떡절’이라 했다. 풍수에서 말하는 일종의 진압풍수다. 그 후 청도에서 큰 부자가 줄지어 나왔고, 이를 감사히 여겨 훗날 사람들은 황군수를 위한 사당을 지어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땅의 성격을 대변하는 우리말로 된 절들을 요즈음 한자를 병기하거나 한자 이름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예컨대 떡절은 병사(餠寺), 꽃절은 화암사(花岩寺), 굿절은 구곡사(舊穀寺)로 쓴다. 우리말로 된 좋은 절 이름이 오히려 절의 흥성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이름을 바꾸려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주간동아 387호 (p89~89)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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