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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지하의 공포

“규제 위주 소방법 이젠 안 돼!”

대형 화재 땐 제어에 한계 … 선진국처럼 안전설계 가능한 성능 중심으로 바뀌어야

  • 김원국/ 서울대 ICP 방화공학센터 교수 wonkkim@snu.ac.kr

“규제 위주 소방법 이젠 안 돼!”

“규제 위주 소방법 이젠 안 돼!”

대구 지하철 화재 현장에서 119 구급요원과 의사, 간호사들이 부상자를 긴급히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온 세계를 경악케 한 대형 참사였다. 사고 발생 사흘 뒤인 2월21일 한국화재소방학회는 비상임원회의를 소집해 ‘지하철 화재 연구위원회’를 결성, 정확한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모든 연구결과는 2004년 2월18일 사고 발생 1주기 추모행사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우리나라 소방 안전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소방법규는 규제 위주의 법규다. 이러한 법규가 실효를 거두려면 다양한 공간에 대한 세부적 기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대상 공간이나 화재하중 혹은 사용자의 특성이 무시된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의 경우 역사에 설치된 제연설비 능력으로는 짧은 순간 방출된 많은 양의 연기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규제 위주의 법규로는 가정한 화재보다 더 큰 화재에는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전동차 내장재’ 화재 등급에 관한 엄격 기준 필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성능 위주의 소방설계 제도다. 성능 위주의 소방설계는 이미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방화공학이 발전하면서 탄생한 제도다.

성능 위주의 소방설계에서는 설계를 하기 전에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선정한다. 이때 건물주나 인허가자는 대상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다. 정해진 화재의 크기를 기준으로 가장 효과적인 소방설계를 하고, 초기 설계가 완성되면 공학적인 화재 분석방법이나 정량위험성 평가방법을 통해 설계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따라서 성능 위주의 소방설계는 대상 공간의 구조적 특색, 연소특성, 화재하중 및 사용자 집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화재의 공학적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선진국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화재 현상에 관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공간에 화재를 낸 후 화염의 크기, 화재 전파 가능성 및 속도, 연기의 발생 및 이동, 독성가스의 방출량, 스프링클러의 작동 시기, 수용인원의 안전 피난에 걸리는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선진국에서는 과거에 규제 위주의 법규 아래서 설계된 공간도 성능 위주의 소방설계를 이용해 안전도를 재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적으로 화재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화재 위험은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에 화재가 일어났을 때의 크기를 곱한 값이다. 그리고 화재 위험은 단위기간 동안의 사망자 수나 기대 피해액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의 정량화는 정량위험성 평가를 통해서 가능하고, 정량화된 위험은 위험관리의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존 공간 및 신규 공간에 대해 수용 가능한 위험의 범위를 설정하여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건물 및 시설의 대형화는 반드시 심각한 위험을 가져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 위주의 현행 법규를 고집한다면 제2, 제3의 대형 화재사고와 그로 인한 인명 및 재산 손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설계자가 발생 가능한 화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화재안전 설계를 할 수 있게 하고, 인허가 당국은 설계의 성능만 평가하면 된다.

또한 수용 가능한 위험의 크기를 설정하여 전반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물론 전동차 내장재의 화재 및 독성 등급에 관한 엄격한 기준의 설정 및 적용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간동아 374호 (p32~33)

김원국/ 서울대 ICP 방화공학센터 교수 wonk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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