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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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세계와 손잡고 이륙 준비

국제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 가입 … 회원사와 공동 마케팅 가능 ‘고객유치 청신호’

  • 이명재/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mjlee@donga.com

    입력2003-02-27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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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세계와 손잡고 이륙 준비

    아시아나항공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가입을 계기로 세계일주 상품을 기획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월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 세계 항공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르겐 베버(루프트한자) 로버트 밀튼(에어캐나다) 청충공(싱가포르항공) 등의 최고경영자들은 대형 비행기모형 앞에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의 주역은 한국의 아시아나항공. 기자회견은 아시아나의 오랜 숙원이었던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가입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였다.

    스타얼라이언스 가입이 아시아나의 ‘숙원’이라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15번째 회원사로 받아들인 스타얼라이언스는 세계 최대 국제항공동맹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빅3’로 불리는 스타얼라이언스, 스카이팀(Sky Team), 원월드(One World) 3개 동맹체가 주도하고 있다. 2000년 6월 대한항공이 창설 멤버로 참여한 스카이팀은 현재 6개사가 회원사로 있고, 이보다 앞서 98년 탄생한 원월드에는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 주도로 8개 항공사가 가입해 있다.

    이 셋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바로 스타얼라이언스(이하 스타)다. 3대 항공동맹체 중 가장 빠른 97년 5월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주도로 발족한 이 동맹체에는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에어뉴질랜드, 오스트리아항공, 타이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북미와 유럽 아시아 대양주 등 세계 곳곳의 항공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마일리지 공유 ‘이점’… KAL따라잡기 발판

    스타 소속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노선망은 124개국 729개 공항으로 세계 항공수송 분담률의 24%를 차지한다. 그 같은 촘촘한 노선망에 합류하게 됐으니 아시아나로선 대단한 ‘경사’일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아시아나항공 박찬법 사장이 “스타얼라이언스 가입은 ‘매듭 없는 노선망’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며 도전”이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그런 기쁨이 묻어난 것이었다.



    항공동맹에는 가입 의사가 있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회원사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아시아나의 스타 가입은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스타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이후 8개월여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아시아나는 스타 가입으로 많은 이득을 누리게 되는데 이는 승객들을 유치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경쟁해온 아시아나는 무엇보다 기업의 역사가 짧은 탓에 후발주자의 약점을 몇 가지 갖고 있다. 대한항공에 비해 노선망이 다양하지 못하고 국제적 인지도 등에서도 아직은 대한항공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항공동맹에 가입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대한항공은 이미 2000년부터 스카이팀이라는 항공동맹을 결성해 제휴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세계 항공시장에 항공동맹이 출현한 건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항공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항공동맹 가입은 생존의 조건으로까지 꼽히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는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돼가고 있는 것. 아시아나의 스타 가입은 그래서 일단은 이 같은 국제 조류에 합류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나, 세계와 손잡고 이륙 준비

    2000년 대한항공이 창설 멤버로 참여한 스카이팀은 아시아나의 스타얼라이언스 가입에 맞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럼, 고객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 역시 마일리지 공유가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클럽 회원들은 아시아나항공과 모든 스타 회원사의 항공편에 탑승할 때 아시아나 비행기를 이용할 때처럼 마일리지를 100% 인정받게 된다. 마일리지를 꼼꼼히 따지는 요즘 승객들로선 그동안 마일리지 혜택이 없어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이용을 꺼렸지만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회원사의 비행기로 갈아탈 경우 원스톱 체크인도 가능하다. 세계 각국 공항에서 회원사들의 항공편을 연결해 이용할 경우 승객들은 별도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전 세계 주요 공항에 있는 500여개의 회원사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는 ‘스타 효과’를 당장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할 움직임이다. 이미 2월부터 3월 말까지 인터넷을 통해 총 341명에게 항공권과 마일리지 등을 제공하는 경품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내놓을 ‘세계일주 노선’은 스타 회원사들의 노선망으로만 구성돼 있다. 향후 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환태평양 요금’에도 아시아나항공 노선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유러피언 에어패스’ ‘북미 에어패스’와 같이 지역별 항공운임 할인상품으로 승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유러피언 에어패스 상품’의 경우, 유럽대륙 41개 국가를 스타 회원사들의 항공편을 이용해 기차표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파격적인 건 뭐니뭐니해도 할인 폭이다. 이 상품은 이동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파리-비엔나-뮌헨-코펜하겐-런던-파리 코스로 여행하는 경우 525달러에 항공권을 살 수 있다는 게 아시아나측의 설명. 이 여정의 항공권을 정상가격으로 구입할 때 가격은 2000달러 정도. 이와 함께 아시아나는 이미 진행중인 공동구매와 프로모션, 공동 터미널 및 라운지 공유 등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스타는 이미 마이애미와 파리 공항 등에서 터미널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 같은 시설 공유는 항공사의 운항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정상화 여부 관건

    그러나 스타의 앞날에 서광만 비치는 건 아니다. 스타는 지난해 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었다. 스타의 맹주이자 얼굴마담 격인, 미국 2위의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원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고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측은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보호 신청 이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고객들에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나이티드항공의 정상화 여부는 아시아나의 스타 효과를 좌우하는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의 스타 가입으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역시 국내 라이벌인 대한항공이다. 이미 2000년 6월부터 에어프랑스 등 5개사와 ‘스카이팀’이라는 항공동맹을 만들어 공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그동안 스카이팀 가입 사실을 내세워 아시아나에 대한 비교우위를 누려왔다.

    이 때문인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스타 가입을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특히 스타가 최대 규모 동맹체라는 점을 의식, “규모보다는 질”이라고 강조한다. 스카이팀은 주요 항공동맹 중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팀은 현재 114개국 512개 도시에 취항중인 동맹체로 규모는 스타에 비해 상당히 처진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스카이팀은 결속력이나 서비스의 질에서 어느 동맹체보다 우수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스카이팀은 대한항공이 창설 멤버로 참여해 발언권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한편으론 ‘몸집 불리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4위 항공사인 노스웨스트항공과 미국 5위 항공사인 컨티넨탈항공이 이미 스카이팀 참여를 발표했다. 여기에 네덜란드 국적 항공사 KLM의 영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노스웨스트항공, 컨티넨탈항공, KLM은 윙스(Wings)라는 별도의 동맹체를 결성하고 있던 항공사들이다. 3개 항공사가 가세하면 스카이팀 역시 세계 최대 동맹체로 급부상하게 된다는 게 대한항공측의 주장이다.

    이에 맞서 스타 역시 스페인항공과 폴란드항공을 새로 회원사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의 ‘날개싸움’은 항공동맹이라는 새로운 전장을 무대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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