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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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기술+α …’ 뭉쳐야 살 수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IT 산업 성장 새 키워드 … 인간 사고·생활 방식 진화 가장 큰 변수

  • 김용섭/ 디지털 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입력2003-01-15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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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기술+α …’ 뭉쳐야 살 수 있다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홈네트워크와 홈오토메이션이 보편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개인정보단말기에 이동전화, 화상회의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PDA(아래).

    미디어와 콘텐츠, 그리고 기술이 통합한다는 의미의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는 기술적 진보의 수준을 넘어 이젠 IT(정보통신)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뭉쳐야 산다’는 말에는 다의적인 뉘앙스가 있다. 뭉쳐야 살(buy) 수 있는 것은 디지털시대의 ‘소비자’지만,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생산자 역시 뭉쳐야만 살(live)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관련 산업에서 살아남고, 개인은 디지털 컨버전스가 구현한 디지털 라이프를 향유하게 되는 것. 디지털 컨버전스는 IT로 대표되는 디지털산업의 성장을 위한 키워드인 동시에 향후 디지털 라이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요소인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단순한 제품간, 기술간의 통합에 그치지 않고 인간생활의 진화를 유도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경험할 디지털 라이프는 ‘컨버전스(융합)’와 ‘하이브리드(잡종)’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련 산업간 다양한 합종연횡

    가장 먼저 디지털 컨버전스가 가시화된 것은 미디어 분야다. 인터넷을 필두로 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확산과 디지털TV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미디어 체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방송(Webcasting)을 경험했고, 기존 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터넷TV(셋톱박스 이용), 인터넷 콘텐츠를 TV로 구현하는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경험하고 있다. 또한 KT와 두루넷이 2002년 11월부터 인터넷 VOD를 TV로 구현하는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했고, 하나로통신도 곧 가세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인터넷방송’ 수준의 기능적 차원에 머물러 있으나 앞으로는 디지털TV와 데이터방송을 통해 좀더 편리하고 완벽하게 구현될 것이다.

    가전기기는 홈네트워크(Home Network) 기반을 중심으로 디지털 컨버전스가 이뤄지고 있다. 가전기기가 본원적인 기능에 그치지 않고, 통신과 제어의 기능을 갖춰 스스로가 미디어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조만간 각 가정의 상당수 가전기기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을 하고, 집 안에서는 물론 집 밖에서도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가전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홈네트워크는 사이버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용화의 초기 단계를 거치고 있다. 향후 홈네트워크 시장은 가전업계의 새로운 중심 영역이 될 것이며, 올해만 해도 상당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수년 내에 홈네트워크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전화의 디지털 컨버전스는 음성 송수신의 기능에서 시작해 텍스트 송수신, 무선인터넷 접속, 사진 및 오디오,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의 생산 및 송수신, 전자결제 등의 다양한 기능과 기술의 융합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가 부착된 이동전화에서 진일보하여 동영상 캠코더가 탑재된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예정된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서비스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통화가 가능한 동화상 이동전화도 상용화될 것이다. 이미 이동전화는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체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PDA는 개인정보단말기에서 진일보하여 이동전화나 화상회의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에서부터 MP3, 보이스레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의 다양한 기능으로 컨버전스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디지털 제품과 기술, 그리고 서비스들은 본래의 기능 이외에 새로운 무언가와 컨버전스되고 있는 것이 이미 보편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기능+기술+α …’ 뭉쳐야 살 수 있다

    PC와 TV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이동전화가 카메라 기능을 소화하는 등 디지털 컨버전스가 IT산업의 화두가 됐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관련 업계끼리의 관계도 변화시키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가 하면 전혀 관계없던 기업들과도 갑자기 경쟁관계에 돌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PC 생산 회사와 TV 생산 회사가 가장 심각한 경쟁관계가 되고, 자동차 회사와 통신서비스 회사, 카메라 회사와 이동통신 단말기 생산 회사도 서로 밀접하면서도 경계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이처럼 관련 산업간의 다양한 합종연횡을 가속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제휴와 M&A가 활발해질 것이다.

    ‘디지털 격차’ 더 크게 벌어질 것

    과연 앞으로도 이동전화를 ‘전화’로 분류하고, 디지털TV에 TV로서의 정체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디지털 컨버전스가 계속되면 이동전화, TV, PC가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이미 PC와 TV가 통합의 수순을 밟았고, 이동전화가 PC의 기능을 첨가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통합과 융합을 거듭하면 결국 이 세 가지 기기는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까.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정체성의 교집합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터’ 기능이기 때문이다.

    ‘기능+기술+α …’ 뭉쳐야 살 수 있다
    이렇듯 디지털 컨버전스가 보편화되면 각각의 기기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고, 이것이 고유 영역을 공격하는 ‘위기’가 될 것이다. 각각의 기기들이 통합과 융합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면 고유의 서비스는 점차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산업과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에게도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기술적 진보에 조응하는 사회적 진보를 통해서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디지털 라이프의 풍요를 가늠할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관련 디지털 문화와 사회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기술은 세대간, 계층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의 세대와 계층은 더 이상 나이나 지역 등의 물리적인 기준이 아니라 신기술이나 정보, 지식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분명 디지털 라이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컨버전스로 구현될 기술적 진보에 대한 지체현상을 겪는다는 것은 상당히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디지털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대로 살아갈 ‘생존기반’의 의미로서도 중요한 키워드인 것이다. 미래의 디지털 라이프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대한 컨버전스도 필요하다. 자, 이젠 우리의 머리도 디지털로 뭉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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