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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력에 굴복 분통터져”

레저용 픽업 특소세 한 달 만에 폐지 … 4천6백만원짜리 ‘다코타’ 화물차로 인정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미국 압력에 굴복 분통터져”

“미국 압력에 굴복 분통터져”

정부의 입장 변화로 특별소비세가 면제된 쌍용자동차의 무쏘 스포츠(위)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다코타.

회사원 김모씨(33)는 10월 초 캠핑용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희한한 경험을 했다. 김씨가 구입한 레저용 차량은 건설교통부의 형식승인상 승합차. 김씨는 당연히 관련 세금이 승용차보다 저렴할 거라고 여겼지만 자동차 가격의 14%에 이르는 특별소비세(이하 특소세)를 내야 했다.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소관의 특소세법상에는 캠핑용 자동차가 승용차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김씨는 차량 구입시 납부한 세금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재경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앞으로는 레저용 차량에 특소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트럭처럼 생기면 세금 안 낸다?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레저용 픽업에 대한 특소세 부과 결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이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경부는 11월22일 5인승 레저용 픽업에 대한 특소세 과세 방침을 불과 한 달 만에 뒤집었다. 무쏘스포츠와 디자인이 비슷한 5인승 픽업 트럭인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다코타에 대한 특소세 부과문제를 미국이 한미 통상 현안의 주요 의제로 올리자 태도가 180도 돌변한 것. 재경부는 9월 쌍용자동차의 무쏘스포츠에 대해 “승용 공간이 화물 적재 공간보다 넓고 광고도 레저용 픽업으로 한 점으로 미루어 승용차로 분류된다”며 특소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경부는 11월22일 현재 용도별로 규정돼 있는 특소세법 시행령과 적재 중량으로 구분돼 있는 자동차관리법의 승용차 기준을 적재 중량으로 일원화하는 특소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11월 말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소세법상 승용차 기준을 자동차관리법과 일치시키면 자동차관리법상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은 5인승 픽업 차량은 특소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써 쌍용의 무쏘스포츠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다코타도 화물차로 인정된다.

10월12일 쌍용차의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부과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세예규심의의원회에서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할 경우 미국 유럽연합 등과 대외 통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서도 특소세의 승용차 분류 기준이 자동차관리법과 달라 혼란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재경부는 미국의 압력을 받기 전까지 관련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한 차례도 밝힌 적이 없다.



김씨처럼 세금을 내고 차량을 구입한 구매자들은 특소세가 과세 시점에 내는 세금이어서 되돌려받을 수 없다. 세금 정책은 일관된 원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압력이나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면 납세자들이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 재경부는 지난해 말에도 2003년부터 9~10인승 차량에 대한 특소세를 부과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물러선 ‘전과’가 있다.

재경부는 무쏘스포츠에 대한 과세를 결정하면서 “실제 용도가 레저용으로 사실상 승용차”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다코타는 뒤에 요트 등을 싣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고급 레저용 픽업으로 대당 가격이 4600만원에 이른다. 특소세법의 원래 취지와 재경부의 과거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특소세 부과 대상이다.

1000만원도 안 되는 소형 승용차에는 특소세가 물려지는데 최고급 승용차에 버금가는 가격에 팔리는 다코타에는 ‘트럭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특소세를 한푼도 부과하지 않는 기이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재경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부를 믿은 게 잘못이다” “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느냐”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주간동아 362호 (p15~1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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