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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메뉴에 없는 코스모폴리탄, 몰트클럽 유행 … 저알코올에 분위기 섞어 마시며 개성 추구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보보스’라는 새로운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20여년 전 X세대가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호들갑이다. 여성잡지들은 앞다투어 ‘보보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도한다. 옷은 무엇을 입고, 차는 무엇을 좋아하고, 취미생활은 어떻고, 여행지는 어디를 좋아하고, 섹스는 어떻게 하고….

그런데도 ‘보보스’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이라면 HBO-TV에 방영되었던 ‘섹스&시티’(Sex and the City)를 볼 것을 권유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보그’의 칼럼니스트로 뉴욕 상류층 사람들의 생활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재한 캔디스 부시넬의 ‘섹스&시티’를 읽어보든지. 이 책이야말로 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섹스&시티’의 원작이니까.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분위기 띄우기 ‘블루러시안’ 최고

인상적인 한 장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맨해튼식 사랑의 종말’에 대해 전혀 무지한 한 영국 여성 저널리스트가 뉴욕에 왔다가 은행가와 사랑에 빠지고 보기 좋게 차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선 남녀가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함께 오래 지내고 싶어지면 어떡하죠?”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이봐, 순진한 언니. 당장 보따리 싸들고 맨해튼을 떠나시지!”

이쯤이면 부족한 대로 대충 감이 올는지. 어쨌든 서울의 맨해튼 ‘청담동 보보스’ 사이에서 ‘섹스&시티’가 한동안 화제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요즘 청담동의 수많은 바에서 유행하는 칵테일은 ‘코스모폴리탄’이다. 왜? ‘섹스&시티’에 자주 등장했던 칵테일이니까.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물론 ‘코스모폴리탄’은 칵테일 메뉴에는 없다. 그러나 청담동 등지의 바에서 단연 인기 끄는 유행 상품이다. 하기는 청담동 자체가 로마 파리 뉴욕 도쿄 방콕 등이 코스모폴리탄적으로 마구 뒤섞여 있는 퓨전 동네이니 ‘코스모폴리탄’이 유행한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이 칵테일은 보드카와 크렌베리 주스가 베이스. 거기에 라임 주스를 첨가한다. 색은 정열적인 붉은색.

보보스를 위해 이 봄에 새롭게 등장한 칵테일이 또 있다. 이름하여 ‘몰트클럽’. 자연스러움과 품격을 동시에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처럼, 깨끗하고 순순한 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보보스들을 위해 스코틀랜드의 글렌피딕 본사에서 특별히 제조한 칵테일이다. 글렌피딕 더블 샷에 오렌지 껍질과 클로브를 넣어 글렌피딕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과 향을 완성시킨 다음, 슬러시 아이스를 섞어 ‘몰트클럽’만의 산뜻함을 강조했다.

이왕 칵테일 얘기를 시작했으니 메뉴판에는 없지만 청담동 인근의 바에서 ‘뜨고’ 있는 칵테일 몇 가지를 더 소개하겠다. 그중 하나가 ‘블루러시안’. ‘블랙러시안’이나 ‘화이트러시안’은 알겠는데, ‘블루러시안’이 있는지는 몰랐다고? 당연하다. 바텐더들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최근에야 유행을 타기 시작했으니까. 러서피는 이렇다. 블루 큐라소 1/2온스, 말리부럼 1/2온스, 피치트리 1온스, 라임 주스 1/2온스. 당연히 예쁜 푸른빛이고, 맛은 달콤하다. 뭔가 분위기고 싶지만 아직 서먹서먹한 여성에게 권하기에 적합한 칵테일.

연인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것으로는 ‘퍼지네이블’(Fuzzy navel)이 있다. 일명 ‘피치오렌지’(Peach Orange)라 불리는데, 복숭아의 부드러운 맛과 오렌지의 상큼한 맛이 결합돼 있기 때문. 복숭아 주스와 브랜디를 결합해 만든 피치트리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 만든다. 칵테일 자체의 ‘부드러운 상큼함’으로 연인들 사이에서는 ‘그대와 함께’로 불리기도 한다.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마지막으로 ‘닥터그린’(Dr. Green). 요즘 인기 있는 허브를 이용한 칵테일이다. 원래는 바텐더 경연대회 중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카이퍼 한국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텐더 조셉(26·청담동 바 ‘태번스빌’ 소속)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강남 일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바에서 인기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주스 같은 칵테일만 찾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만든 제품. 허브의 종류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 달라지지만, 강한 향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강한 종류의 허브는 사용하지 않는다. 보드카와 허브의 향취가 초록색으로 어우러지면서 일과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준다.

‘보보스’는 칵테일도 뭔가 다르다
요즘 젊은 세대의 보보스, 특히 청담동 일원의 음주 문화는 ‘섞어 마시는’(Mixed drink) 것이다. 보드카 ‘앱솔루트’, 드라이진 ‘봄베이 사파이어’, 쿠바산 럼주 ‘바카디’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에서 스카치를 싱글 혹은 더블로 ‘원샷’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술을 마시러 바를 찾는다기보다는 분위기를 마시러 가는 경우가 많은 것. 당연히 알코올 도수가 강하지 않은 쪽을 선호한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우수 깃든 남자의 대명사인 험프리 보가트는 한 손에 칵테일을 들고 잉그리드 버그먼을 그윽하게 응시하며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의 눈동자를 위해 건배!” 조금 닭살이 돋을지 모르지만, 오늘 저녁에는 근사한 바에서 칵테일 한잔 놓고 당신의 여인 혹은 남자에게 이렇게 속삭여보라. 당신의 눈동자에 취했노라고….



주간동아 2002.05.03 332호 (p72~73)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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