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2002.05.03

‘盧風’ 지방선거로 방향 선회

“PK 광역단체장 전패 땐 재신임 각오” 배수진 … YS 지근거리 인사들 제1후보군 물망

  • < 천영식/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kkachi@munhwa.co.kr

    입력2004-09-20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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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風’ 지방선거로 방향 선회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 후보가 6·13 지방선거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노후보는 이번 경선 기간중 언론을 통해 “부산 울산 경남 등 PK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할 경우 재신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그의 영남 단체장 확보 복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노후보는 최근 들어 부쩍 “PK 지역 세 곳 중 한 곳에선 반드시 승리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후보 선출 기준을 설명하거나 예비 후보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노후보는 과연 무슨 비책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노풍’을 믿고 외쳐보는 ‘허풍’에 불과한 것일까.

    노후보가 일단 주력하는 곳은 영남에서도 PK 지역이다. ‘노풍’이 TK(대구·경북) 지역까지 상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고향인 PK 지역에서 승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노후보가 이처럼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우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받았기 때문. 노후보는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PK 지역에선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근소하게 앞서거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TK 지역에선 근소하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노후보의 인기가 지방선거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최소한 PK 지역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부산시장 최후의 카드로 문재인 변호사 거명



    ‘盧風’ 지방선거로 방향 선회
    노후보의 지방선거 관련 발언도 갈수록 구체성을 띤다. 노후보는 지난 4월19일 부산 지역을 순회하면서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선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면서 “우리가 후보로서 당선시킬 수 있는 사람이 두세 명은 된다”고 말했다. 노후보는 또 “부산시장, 경남지사 후보는 다 회심의 카드가 있다”며 “마음대로 임명하라면 (부산시장 후보는) 문재인 변호사로 하겠는데 문변호사 자신이 고사하고 있고, 또 여러 정치적 관계와 시민을 설득하는 문제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후보는 4월20일 부산 지역 경선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는 영남 단체장과 관련, “좀더 의욕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추고, 시민적 눈높이를 가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정서로 시민들에게 봉사하며, 대외적으로 치열한 세일즈맨의 열정을 가진 시장·지사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춘 후보를 내어 당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후보의 일련의 발언을 종합하면 영남 단체장 카드가 어느 정도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후보 캠프는 이미 후보자 물색과 타진에 들어간 상태며, 여론조사 등을 통해 경쟁력과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후보가 당선을 가장 확신하는 영남 단체장은 부산시장이다. 부산시장은 노후보가 언급한 문변호사가 대안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문변호사는 경남고 출신으로 부산민변 회장을 지냈으며 올해 49세다.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쌓고 있으며 호감을 주는 인상이라고 한다.

    노후보측은 문변호사의 참신하고 비권위적인 이미지 등이 노후보의 배짱과 맞아 의외로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문변호사의 최대 약점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승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후보측 관계자는 “그래서 문변호사는 마지막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도박’을 걸 후보라는 것.

    노후보측이 일차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노후보측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YS와 손을 잡아야 하며, 그래야 시장 당선은 물론 향후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노후보가 주장하는 비장의 카드란 바로 YS 카드”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YS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 전 의원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김광일 변호사 등이 있다. 노후보측은 강 전 부총리의 경우 IMF사태와 관련된 점을 들어 다소 부담스럽게 여긴다. 김광일 변호사의 경우는 노후보측이 비공식적으로 YS측에 타진해 본 결과 YS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 유력 후보군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서 거론되던 김기재 의원은 주소지가 서울로 돼 있어 출마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노후보측은 일단 문변호사와 한이헌 카드로 시장후보감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변호사에 대해서는 YS도 정계 입문을 권유했던 만큼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보가 말한 창의적이고 시민적 눈높이를 가진 인물은 문변호사, 치열한 세일즈맨의 열정을 가진 인물은 한 전 의원을 각각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도 민주당에 희망을 주는 요소다.

    울산의 경우 노후보와 친분이 두터운 송철호 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송변호사가 최근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송변호사는 지난 울산시장 선거에서 2위를 할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경선으로 박맹우 전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이 선출됐지만, 비교적 ‘약체’로 인식되고 있다. 노후보는 다시 한번 송변호사를 설득해 본 다음 여의치 않을 경우 고원준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대타로 내세울 복안도 갖고 있다.

    경남은 김혁규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재출마할 것이 확정된 상태여서 다소 벅찬 분위기. 노후보측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중인 김두관 남해군수와 정해주 전 국무조정실장,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유력한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물론 PK 지역에서 의외의 카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후보측 관계자는 “노후보가 후보 선출 이후 가장 먼저 YS를 방문한 뒤 영남 지역 단체장 후보 추천을 비공식으로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가 깜짝 놀랄 만한 후보를 추천하리란 예상보다 YS만 움직이면 누구를 내세워도 당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깔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당내 일각에선 “노후보가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YS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거나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로 역풍을 맞는다면 지방선거 이후 커다란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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