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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시한폭탄’ 김홍걸

체육복표 사업 홍걸씨 와는 무슨관계?

타이거풀스 송재빈 대표 정·재계 로비 의혹 증폭… 사돈 황인돈씨는 왜 차명으로 주식 보유했나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체육복표 사업 홍걸씨 와는 무슨관계?

체육복표 사업 홍걸씨 와는 무슨관계?
한때 ‘김대중 정권 마지막 이권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으로 관심을 모았던 체육복표 사업. 이에도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일까. 최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은 스포츠토토㈜ 대주주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씨의 정·재계 커넥션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무엇보다 세간의 눈길은 홍걸씨와 최규선씨, 전 서울시 부시장 김희완씨, 그리고 TPI 대표 송재빈씨의 ‘4각 커넥션’에 모아지고 있다. 송씨가 평소 자신과 가까운 김희완씨 소개로 최규선씨를 만나 최씨를 통해 홍걸씨에게 체육복표 사업권 선정과 관련해 청탁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송씨는 잘 알려진 대로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사위.

체육복표 사업을 둘러싼 정치권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씨가 2000년 말 당시 32세의 젊은 나이에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낸 직후부터 증권가에는 송씨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떠돌았다. 물론 그중에는 젊은 나이에 막대한 이권사업을 따낸 송씨를 음해하는 차원의 내용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은 작년 4~5월 TPI 대표 송재빈씨가 최규선씨에게 15억원을 주었고, 최씨가 수만주의 TPI 주식을 싼값에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홍걸씨 동서 황인돈씨가 TPI 주식 1만3000주를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15억원 가운데 일부가 홍걸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은 아닌지, 그리고 황씨가 관리해 온 TPI 차명 주식의 실제 주인이 홍걸씨가 아닌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희완씨도 TPI 주식을 싼값에 매입해 자신의 운전기사 명의로 차명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재빈→김희완 →최규선 →홍걸씨 ‘4각 커넥션’

체육복표 사업 홍걸씨 와는 무슨관계?
송씨는 이런 ‘수상한 거래’에 대해 “최씨에게 외자유치와 주식 매매 알선을 부탁하고 지급한 사례일 뿐 체육복표 사업권 선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스포츠토토의 외자유치는 회사 내부 관계자가 추진해 왔다”고 송씨 측근이 증언해 송씨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작년 4월 최규선씨를 처음 만났다”는 송씨의 해명과 달리 두 사람이 2000년 말 이전에 만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씨 주변에서는 송씨가 정치권 로비를 생각한 것은 2000년 여름 무렵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체육복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이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관계 요로 인사를 찾아다니는 등 체육복표 사업을 ‘선점’했던 송씨에게 한국전자복권(당시 대표 김현성) 컨소시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

송씨와 가까운 한 지인은 “당시 송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이 출현한 데다 그 배후에 막강한 권력 실세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상당히 긴장했다”고 증언했다. 이 지인은 이어 “그런데 그 후 우연히 송씨를 만나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해 뭔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최규선씨도 사정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때였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가정보원 등에서 한때 ‘최규선씨가 홍걸씨를 팔고 다닌다’는 보고를 올렸지만 오히려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 고문을 배경으로 한 최씨의 위세에 눌려 2000년 3월 이후에는 최씨를 견제할 수 있는 사정기관이 없었고, 최씨는 이런 틈을 타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씨 주변에서는 “송씨가 체육복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철저한 사업성 분석보다는 정치권이나 재계 인맥을 활용한 ‘줄타기’에 더 치중한 듯한 태도를 보여 그렇지 않아도 아슬아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송씨가 여야 국회의원들의 보좌진을 자기 회사에 영입하는 것을 두고 “경영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을 정상화해야지 정치권에만 신경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회사에 전면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매형인 박모 전무를 비롯해 장인 김윤환 대표의 조카 김모 이사 등이 주요 포스트를 맡았고, 한때는 김윤환 대표의 보좌진도 이 회사에 적을 두었다. 정치권 출신 인사들과 신일고 출신이 회사를 주도하는 핵심 멤버라는 얘기가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이들이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좀더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송씨의 정치권 로비설이 불거지면서 사업 초기부터 그를 도왔던 재계의 ‘신일고 인맥’은 송씨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을 설득해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한 ㈜경방 김준 전무는 “올 초부터 사업 정상화를 위해 송대표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는데, 이제는 시기도 완전히 놓쳐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가 처음 체육복표 사업을 추진할 때만 해도 송씨 주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송씨는 당시 광고사업에서 실패해 거의 무일푼 처지였기 때문에 선뜻 거금을 투자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 투자자를 모으는 데는 그가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사위라는 점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복표 사업 홍걸씨 와는 무슨관계?
이런 상황에 그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 신일고 동문들이었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작년 말 현재 TPI 지분 12.83%를 갖고 있는 1대 주주 밸류라인벤처 권상훈 사장은 송대표의 신일고 6년 선배다. 김준 전무는 말할 것도 없고, 삼보컴퓨터 이홍순 부회장이 주주로 참여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였다.

송씨는 우여곡절 끝에 체육복표 사업권을 획득하긴 했지만 이후 경영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체육복표 발매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매회차 40억원 이상이 팔려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데 10분의 1도 팔리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 로비설에까지 휘말려 회사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물론 스포츠토토 관계자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복표 사업에 대한 텔레비전 광고를 막는 등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송대표가 체육복표 사업보다는 기업 인수 합병 등을 통한 머니게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송대표가 애초부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

현재로선 송씨의 로비 의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체육복표 사업은 정치권 로비설에 휘말리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스포츠토토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체육복표 발매 중단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체육복표 사업은 국내에 도입된 지 7개월 만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의 송씨를 가능하게 했던 정·재계 커넥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2.05.03 332호 (p18~19)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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