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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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파업 연기는 집안 사정 때문?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9-17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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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파업 연기는 집안 사정 때문?
    대한의사협회(회장 신상진)가 지난 4월17일 강행하기로 했던 파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에도 전혀 반응이 없던 의협이 파업 돌입 직전 이런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놀란 표정이다. 의협이 갑자기 파업을 연기한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16일 오후 의협의 공식 발표는 일단 이렇다.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많은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총파업 재개 여부와 시점,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의협 주수호 대변인)

    파업 연기에 대한 그럴싸한 해명인 듯하지만, 의료계 주변에서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식적인 발표 내용은 말 그대로 ‘대의명분’일 뿐, 파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파업 강행을 둘러싼 의협 내부의 동요에 있다는 지적. 의협 인사들조차 “내부 이견으로 2000년 의사파업 당시만큼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이 파업 연기의 결정적 배경”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의협의 한 간부는 “4월14일 오후 국민건강수호 투쟁위원회(이하 국건투) 회의에서 많은 시·도 의사회장들이 파업에 참가한 회원을 보호할 구체적 대안이 없고,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며 반발한 게 사실이다.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전공의협의회가 파업 동참을 유보하고, 의대교수협의회, 대한병원협회까지 파업에 등을 돌리자 의협 집행부가 파업 강행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보건복지부와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 이런 정황은 파업 연기 발표 후인 4월17일 신상진 회장의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향후 대정부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2000년의) 의쟁투와 같은 투쟁체를 5월 초까지 구성하기로 했다. 만일 이 투쟁체가 구성되지 않으면 회장직을 사퇴하겠다.”

    ‘국건투’라는 전국적 조직이 건재한데도 신회장이 회장직까지 들먹이며 새로운 투쟁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허윤정 보좌관(민주당 김태홍 의원실)은 “국건투 조직이 결국 회장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며 “이는 의협의 대다수 회원들이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 등 강성 정책으로 일관하는 집행부를 불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수호 대변인은 “‘국건투’는 투쟁체가 아니라 집행부와 시·도 회장단을 아우르는 연석 협의체일 뿐이다. 파업과 관련한 약간의 이견이 있을 뿐 동요란 있을 수 없고, ‘의약분업의 전면적 재검토’라는 의협의 기본 방침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불만이 없다”며 조직 동요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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