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1

2002.02.07

뜻하지 않은 현대판 ‘내시’ 많다

  • < 이선규/ 유로탑 피부비뇨기과 원장 > www.urotop.com

    입력2004-11-12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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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하지 않은 현대판 ‘내시’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대 남근이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고대에는 거대 남근의 위력이 신앙에 가까울 정도. 원시 부족사회나 고대 이집트인들은 남근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것으로 신성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을마다 세워진 남근상 앞에서 절을 하며 만수무강과 소원을 빌었다.

    그렇다면 남근을 거세당한 남성들(거세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궁중의 내시들.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반쪽짜리 삶을 산 그들은 대개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남성을 잃어버린 경우로, 이후 내시의 양아들로 입적되어 엄격한 수양과 교육을 받으면서 내시로 생활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그들이 남성을 잃는 가장 주된 원인이 어릴 적 개에게 물린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것. 물론 집안 사정으로 자의로 내시가 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개에 물리는 사고로 반쪽짜리 인생을 살았다고 하니 웃지 못할 노릇이다.

    거세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진 일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는 패전국 포로의 남성 성기를 제거함으로써 힘의 우위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고대 중국에서는 범죄에 대한 형벌로 남성의 기능을 없애는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거세된 남성들의 일부는 규방에서 여성의 시중을 들거나 남성을 상대하는 애완물로 취급당하기도 했으며, 변태적 행위가 만연했던 고대 로마에서는 아이 때 완전히 거세해 여성화된 남성을 성적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교통사고나 질환의 후유증으로 뜻하지 않게 거세당한 남성들이 현대사회에도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거세남’은 과거의 내시들보다 사회적으로 조금도 나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분제도의 차별은 극복했지만 이제는 ‘성만능주의’가 거세남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것. 거세됐다 해서 성욕과 남성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 그들에게 사라진 것은 성적 상징과 표현 수단일 뿐 욕망은 그대로 남아 있다.

    거세당한 남성들에게 절반의 삶을 되찾아줄 명약은 없는 것일까. 현대의학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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