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1

2002.02.07

시험대 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1-1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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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대 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
    아이디어의 탄생

    1998년 ‘퇴마록’의 편집실에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아이디어는 처음 싹텄다. ‘퇴마록’의 편집 과정을 지켜보던 김익상 PD(현 뮈토스필름 대표)는 만약 ‘퇴마록’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다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김PD의 말.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 널리 퍼진 게 패배주의였어요. ‘한국영화는 에로나 코믹만 해야 돼. 한국영화는 제작비가 10억이 넘으면 안 돼.’ 이런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로스트…’를 통해 한국영화도 여기까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였다.

    이시명 감독의 말

    김익상 프로듀서로부터 가상역사를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의 시놉시스를 건네받았다. ‘1945년 당시 한국이 일본의 강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역사적 가정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릴러로 풀기보다는 두 남자의 우정과 갈등의 드라마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갈등의 축은 우정 앞에 놓인 주인공들의 정체성 확인이다. 나는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 놓인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갈등을 그리고 싶었다.

    캐릭터와 캐스팅



    시험대 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일본제국의 제3도시인 경성(서울). 주인공인 사카모토 마사유키(장동건 분)와 사이고 쇼지로(나카무라 토오루)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사카모토와 사이고는 오랜 친구로 특수수사대 JBI의 요원. 이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으나 결국에는 각자 자기 나라의 운명을 위해 적으로 마주 서게 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사카모토는 장동건을 모델로 그려졌다. ‘로스트…’는 장동건이 ‘친구’ 이전에 선택한 작품.

    “솔직히 SF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럴듯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걱정도 했지만 이런 규모, 이런 시스템의 영화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었다.”(장동건)

    “홍콩영화에도 출연했고, 일본과 중국의 합작 드라마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기존에도 비슷한 형사 역을 한 적이 있는데, 사이고의 경우는 과격한 액션과 무게감 있는 연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나카무라 토오루)

    ‘로스트…’는 막대한 자본, 고도의 인력, 장기간의 투자와 기획, 엄청난 물량이 동원된 미래형 액션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총 제작비 80여억원, 3개국 1000여명의 스태프, 기획기간 2년, 프리 프로덕션 1년, 촬영기간 8개월, 촬영횟수 120회, 사용된 필름 18만자, 후반 작업에만 4개월 소요 등 ‘로스트…’의 기록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영화의 액션 신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화면으로 눈길을 끌고 여기에 쓰인 장비 또한 국내 최대 물량. 대규모 세트 제작에만 20억원의 돈이 들어갔고, 특수효과와 미니어처 제작에 들인 공도 남다르다.

    관객 반응은 어떨까

    시험대 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
    작년에 우리 영화계를 이끈 트렌드가 ‘조폭’이었다면, 올해는 SF영화에 대한 실험 혹은 도전의 해가 될 전망이다. ‘로스트…’를 시작으로, 2020년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예스터테이’, 장선우 감독의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사이보그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내추럴 시티’ 등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계에 유입된 대규모 자본의 뒷받침과 그동안 쌓아온 한국영화계의 기술적 진보는 SF라는, 한국영화로서는 먼 이야기처럼 들리던 장르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과감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 이제 한국영화는 SF로도 관객의 관심을 끌고 그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로스트…’는 이러한 전망을 가능케 할 첫 작품으로 영화계 안팎의 커다란 관심 속에 2월1일 개봉한다.

    보통 영화의 두 배가 넘는 촬영기간 동안 현장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의 역사는 고스란히 한 권의 책이 되어 곧 서점에도 깔리게 된다. 제목은 ‘2009 Another Memories of 장동건’. 300쪽이 넘는 잡지 크기의 책 역시 영화만큼이나 블록버스터급이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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