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2001.11.29

버스보다 싼 항공 요금 … ‘라이언에어’ 돌풍

초저가 전략으로 5년 연속 흑자 행진 … 유럽 국제공항들 취항 요청 쇄도

  • < 안병억/ 런던통신원 > anpye@hotmail.com

    입력2004-11-24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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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보다 싼 항공 요금 … ‘라이언에어’ 돌풍
    10월 스위스에어 파산, 11월 벨기에 국영항공사 사비나 파산. 유럽의 항공사는 9·11 미국 동시다발 테러의 직격탄을 맞았다. 각 나라는 자국 항공사 지원에 발 벗고 나섰으며 항공업계도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러한 업계 분위기와 반대로 고속버스 요금보다 싼 항공사 라이언에어(www.ryanair. com)가 5년 연속 흑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영국 최대 항공사인 브리티시에어가 올해 7억7500파운드(약 1조37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라이언에어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작은 항공사가 거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는 현재 영국을 기점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9개국 48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4월1일~9월30일)의 세전 이익은 7500만 파운드로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난 것이다. 또 이 항공사는 지난 1998년부터 해마다 20% 넘는 이익 증가율을 기록해 왔다.

    영국의 고속버스 요금보다 싼 가격을 고수하는 라이언에어가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독특한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대도시 외곽에 있는 2류 공항을 이용하고 예약의 80%는 인터넷으로 받아 운영 경비를 대폭 줄였다. 런던~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예로 들면, 라이언에어는 런던 근교의 소형 공항인 스탠스태드 공항과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공항을 이용한다. 비수기 요금은 공항세를 포함해 왕복 20파운드 정도. 다른 국제 항공사의 평균 요금이 80~90파운드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정도 싸다.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버스나 기차 비용까지 고려해도 평균 3배는 싼 가격이다.

    2류 공항의 공항 이용료는 국제공항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이용하는 비행기가 적어 활주로가 붐비지 않는다. 덕분에 라이언에어의 비행기는 착륙 후 30분 내에 다시 이륙하는 초스피드를 자랑한다. 또 라이언에어의 비행기에는 기내식이 없다. 오히려 승객이 돈을 주고 기내에서 식사나 음료수를 구입해야 한다. 유럽 상당수의 도시가 영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승객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최저가를 고수하는 라이언에어를 이용하고 있다.

    항공 요금이 싸다고 해서 안전성이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라이언에어는 지난 1년 동안 런던 루턴 공항~더블린 노선에서 경쟁사인 브리티시에어와 시티플라이어를 제치고 정시운행률 1위를 기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테러사건 이후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 노선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되자 그동안 라이언에어를 쳐다보지도 않던 유럽 국제공항들이 라이언에어의 취항을 ‘읍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라이언에어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대형 공항의 취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85년 15인승 소형 항공기로 아일랜드와 영국 노선에 취항한 라이언에어는 97년 국제 항공 노선 진입을 규제해온 유럽연합(EU)의 규제가 해제되면서 유럽 각국으로 노선을 확대해 왔다. 이 항공사는 현재 뉴욕 나스닥시장과 런던 증권거래소, 아일랜드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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