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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피우고 빈둥거리면 오래 산다

조깅보다 낮잠이 좋은 ‘잠꾸러기 건강법’… 운동중독증 현대인에 따끔한 충고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게으름피우고 빈둥거리면 오래 산다

게으름피우고 빈둥거리면 오래 산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생활시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7분. 그러나 지난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교생들의 생활습관을 조사한 결과, 인문계 고교생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7분이고 특히 고3 수험생은 5시간27분에 불과했다. 그것도 모자라 4당5락(4시간 자면 대학 붙고, 5시간 자면 낙방)이란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수면부족의 생리적 효과를 측정한 결과 잠을 적게 자면 탄수화물 대사량과 호르몬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젊고 건강한 남자라도 당뇨병 환자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팀이 전국 100세 이상 장수노인 63명의 생활습관을 조사했더니 하루 평균 8~9시간의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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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이상 푹 자는 잠과 7시간 미만의 부족한 잠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독일의 건강연구학자인 페터 악스트씨와 그의 딸이자 내과의사인 미하엘라 악스트 가더만 박사가 함께 쓴 ‘잠꾸러기 건강법’(동아일보사 펴냄·원제 ‘게으름의 행복’)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잘 것”을 권한다. 심지어 조깅이나 스쿼시 같은 운동보다 낮잠 자는 쪽이 낫다고 말한다.

‘잠꾸러기 건강법’의 핵심은 생명에너지의 절약이다. 모든 생명체는 가득 찬 ‘에너지 배낭’을 메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 에너지가 다 소모되면 삶도 끝난다. 그래서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생명에너지를 가급적 적게 천천히 써야 한다. 반대로 신진대사 속도를 빠르게 하고 열량 소모가 많은 삶의 방식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게으름을 부리고 빈둥거리는 것만큼 훌륭한 장수비결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 가도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8년 정도 오래 산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잠꾸러기 건강법’의 저자들은 에너지 절약형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체격과 체중이 동일한 경우 여성의 기초대사량이 남성보다 10% 정도 적은데, 실제 여성이 남성보다 10% 정도 오래 산다. 만약 인간이 쓸데없이 생명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면 130년까지는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한다.



생명에너지를 절약하려면 생활습관부터 바꾸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보통 활기 넘치는 삶의 표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필요한 것보다 잠을 적게 자면 부족한 수면 시간당 약 50칼로리의 생명에너지가 소모된다. 냉수로 샤워하고 추운 공간에서 생활하면 신체는 강해질지 몰라도 생명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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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운동 중독증에 걸려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몸을 좀 내버려두라고 조언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력을 키워주고 수명을 연장시키지만 과도한 운동은 거꾸로 수명을 단축한다. 1주일에 두 번 헬스 클럽에 나가고,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조깅을 1주일에 한 번씩 하는 식으로 스무 살 때부터 평생 운동을 계속하면 수명은 어느 정도나 늘어날까? 2년.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장 전문의인 제이코비 박사는 이만큼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러닝머신, 헬스 클럽 혹은 테니스 코트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2년이라고 했다. 결국 운동으로 얻은 시간을 운동에 바치는 삶인 것이다.

매일 운동에 열중하는 운동선수들이 왜 평균수명에도 이르지 못하고 사망하는지 생각해 보자. “치료제가 독약이 되는 건 오로지 처방량에 달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에 답이 있다. 운동의 유용성은 그저 ‘적당한 선’에서 그칠 때의 이야기다. 강도 높은 운동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최근에 의학자들도 지나친 운동과 암, 또는 다른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상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란,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장을 보거나 계단을 오르고 잔디를 깎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흔히 마른 사람들은 살찐 사람들 앞에서 “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반면 살찐 사람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조건으로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쪽이 낫다. 먹는 것마다 살로 가서 체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사람들과 달리 마른 사람들은 대체로 빠르게 대사활동이 이루어져 그만큼 생명에너지도 빨리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먹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공통점은 하루 1200~1900칼로리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정상체중 이상으로 비만해져서는 안 된다. 비만 자체는 매일 밤낮으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신체에 부담을 준다. 충분히 먹기보다 의식적으로 하루에 한 끼를 거르거나 1주일에 하루, 한 달에 3일 혹은 1년에 세 번 정도 단식 주간 갖기 등의 방법으로 규칙적으로 적게 먹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침을 거르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올빼미 타입은 아침을 포기하는 쪽이 좋고, 아침이 활기찬 종달새 타입은 저녁을 포기하는 게 낫다. 어쨌든 배불리 먹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지난해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2000명의 심장발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158명이 평소보다 많이 먹은 후에 발작이 일어났다고 했다.

넉넉히 자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추울 때는 신체대사를 촉진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다량으로 분비하게 되고, 우리 몸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와 햇빛을 지닌 이탈리아나 그리스 사람들이 북유럽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명에너지를 가장 많이 빼앗아가는 요소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각종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신진대사 속도도 빨라진다.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칼로리 소모가 10~15% 증가한다. 빠른 노화와 수명 단축은 자명한 결과다. 그래서 게으름과 여유는 건강 장수의 출발점이다. 결론적으로 굼뜬 사람이 오래 산다.





주간동아 2001.11.29 311호 (p38~39)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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