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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식의 아프리카 문화기행 | 말리-도곤족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 < 글·사진/ 전화식 (Magenta International Press) > magenta@kornet.net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도곤의 나라’로 불리는 곳은 서아프리카 말리(Mali) 남동부 지역에 있는 도곤족의 거주지를 말한다. 이들이 사는 곳을 유독 ‘도곤의 나라’라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부족 우위의 개념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여러 부족이 모여 한 나라를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족의 개념이 국가라는 개념보다 앞서서 한 나라 안에서도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그로 인해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많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는 지금도 경제적·문화적으로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식민지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면 다부족으로 구성된 이곳에서 부족간 언어 소통이 안 될 정도다. 이러한 형편에서 유난히 도곤족이라는 한 소수 부족이 사는 곳을 ‘나라’라 칭하고 그들의 문화가 널리 알려진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흔히 아프리카에는 깊이 있는 전통문화가 없다는 서구의 선입관을 깨고 도곤족은 고유의 무속적 신화와 가면 제례 등으로 일찍이 유럽에 알려졌다. 고유의 전통문화가 드문 아프리카에서 그 독특함을 인정 받았고, 아울러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은 도곤의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아프리카 일대에 그들과 비슷한 여러 무속적 제례나 부족 축제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곤족 것만큼 신비롭거나 화려하지는 못하다. 사흘 동안이나 이 부락 저 부락을 다니며 수소문한 끝에‘티레리’란 한 작은 부락에서 제례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한여름 한낮에는 무려 46∼48℃나 간단히 오른다. 탱크 같은 랜드로버의 창문을 열고 달리노라면 거대한 열풍기를 틀어놓은 듯 뜨거움이 땀마저 말려 버린다. 티레리 마을은 그렇게 달려가다 차가 더 이상 못 들어가는 곳에서 내려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야만 했다. 땅 밑에서 올라오는 건조한 열기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누런 색 대지와 사이사이에 드문드문 서 있는 기괴한 모습의 바오밥나무는, 상상 속의 화성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티레리 마을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부르키나파소 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사바나 지대는 정말 척박한 땅이라는 느낌 외에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감상적 사고를 하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불지옥 같은 곳에 서 있었기 때문일까.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마을에 도착한 나는 겨우 찾아낸 나무 그늘 밑에 늘어져 버렸다. 호기심 어린 눈길로 몰려드는 사람과 눈을 맞추기도 힘들 정도로 지친 나는, 마을 위쪽의 바위 언덕에서 울려 나오는 탐탐 소리에 겨우 언덕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 고유의 북인 탐탐의 강력하고 원초적 리듬에 이어, 맨 선두에 길이 4∼5m가 족히 넘는 긴 가면을 쓰고 붉은 허리 도롱이를 찬 무용수가 나타났다. 그의 뒤를 따라 다른 가면을 쓴 무용수도 괴성을 지르며 내려왔다.

행렬이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공터에 이르자마자 숨돌릴 겨를도 없이 뱀을 상징하는 긴 가면의 무용수가 몸을 이리저리 틀며 지글거리는 땅바닥을 내려치기 시작한다. 목이라도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는 나무로 만든 긴 가면으로 세찬 파열음과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고, 그 주위를 원숭이와 영양·토끼·하이에나·악귀 등을 상징하는 가면을 쓴 무용수들이 몸을 좌우로 격렬히 틀면서 주문을 외치며 돌았다. 곧이어 나무로 만든 긴 다리를 낀 서너 명의 가면수들이 허공을 휘저으며 춤추고, 계속해서 새와 죽은 이를 상징하는 가면수들이 뒤따랐다.

원초적 생명력 ‘신비의 가면춤’
춤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가면 속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와 땀으로 범벅된 검은 피부는 오후의 강렬한 태양빛에 반사해 번질거린다. 가면수 모두는 하얀 장식이 달린 헝겁 띠로 된 가슴 가리개를 착용하였고, 그 중에서도 여자 역할의 가면수는 바오밥나무 열매로 만든 여성용 가슴 가리개를 하고 있다.

예술적 조형미가 뛰어나 더욱 잘 알려진 도곤족 가면은 독특한 상징성을 담았다. 가면 하나하나는 도곤족 사회의 신화와 그들의 주변에서 흔히 대할 수 있는 동물, 그들 상상 속의 악귀들과 죽은 이들을 형상화한 영혼 등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붉은 허리 도롱이에도 그에 얽힌 신화가 있다.

즉 도곤의 신인 ‘안마’가 대지를 창조한 뒤 인간을 만들었으나, 그 중 한 인간이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어머니격인 대지와 어우러졌고, 이때 흘러 나온 피가 근원이 되어 붉은 허리 도롱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근친상간으로, 이러한 태초의 죄업으로 인해 인간에게 죽음이란 것이 생겼고, 평온한 삶에도 혼란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도곤족은 죄업을 씻고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죄업의 상징인 붉은 허리 도롱이를 차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도곤족 제례는 죽음과 관련한 내용이 많고, 장례식과 탈상 등에는 반드시 이런 제례를 열고 있다. 하지만 도곤족이 가장 크게 생각하는 제례는 60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대제례다. 대제례에는 또 다른 신화가 전해 오는데, 태초에 인간은 불사신이었고 늙으면 뱀 모양으로 변한다고 믿었다. 이런 뜻에서 도곤족에게 뱀 가면은 아주 중요한 것인데, 영험한 피그미의 신성한 가면을 보관하던 중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한 도곤족 젊은이가 뱀 가면을 사용하는 바람에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그때부터 마을에는 온갖 재앙이 닥쳤고, 이에 놀란 부락민이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60년마다 대제례를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선두에 선 족장이 두드리는 탐탐 소리는 가면수들이 내뱉는 주문 소리와 섞여 묘한 분위기의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가면수들의 현란한 몸짓은 무속적 제례라기보다는 잘 짜인 무용단 움직임 같다. 그렇게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제례. 그러나 살아 날뛰는 붉은 불꽃 같은 도롱이의 휘날림도, 가면 속에서 흘러 나오던 괴이한 울림도 모두 한순간에 멈추었다. 그리고 어지러울 정도의 현란한 혼란은 물러가고 염원하던 태곳적의 정적이 일시에 몰려온다.





주간동아 2001.09.27 303호 (p96~97)

< 글·사진/ 전화식 (Magenta International Press) > magenta@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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