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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동차 메카라 불러주이소”

‘르노삼성’ 재출범 계기로 민·관 역량 결집… 모터쇼·부품단지 추진 등 ‘꿈을 현실로’

  • < 윤영호 기자 / 부산 > yyoungho@donga.com

부산 “자동차 메카라 불러주이소”

부산 “자동차 메카라 불러주이소”
부산시가 96년부터 개최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가 터뜨린 ‘대박’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는다. 부산시가 당시 이 행사를 기획했을 때만 해도 일반인뿐 아니라 영화계 관계자들도 이 행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날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9월13일 개막해 11일 동안 부산시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리는 제1회 부산국제모터쇼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준비한 또 하나의 ‘역작’. 안상영 부산시장은 개막 당일 모터쇼 개막식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5년 만에 아시아권 최대의 영화 축제로 만든 시민과 함께 부산모터쇼도 우리 나라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교두보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모터쇼는 부산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르노삼성자동차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모터쇼 자체가 작년 9월3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출범을 계기로 기획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4년여 동안 ‘삼성자동차와 지역경제 살리기’에 모인 부산 시민의 열기를 지역경제 회생의 전기로 승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부산국제모터쇼를 격년제로 열기로 하고 이번에 제1회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항만인데다 공업도시 인접 ‘입지 최적‘

부산 시민도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유치한데다 빅딜 파문에 휩싸인 회사를 자신들 힘으로 지켜냈고, 이것이 부산국제모터쇼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서세욱 사무총장은 “삼성자동차가 르노삼성자동차로 재출범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산업도 선의의 경쟁으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졌고, 부산 경제도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부산시와 부산 시민의 기대대로 부산은 과연 ‘한국의 디트로이트’가 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 신호공단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순항이 예상된다며 몇 가지 문제만 해결한다면 부산시의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르노삼성차가 작년 9월3일 출범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손익분기점 도달 시기를 당초 2004년에서 2003년 말로 앞당겼다.

부산 시민의 지지와 성원도 르노삼성차에는 큰힘이 된다.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기아자동차 부산지사 관계자들이 “현대-기아자동차는 부산에서 완전히 찬밥 신세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르노삼성차가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지만 부산시청은 특정 회사를 위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르노삼성자동차만 감싸고 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부산 시민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개인택시 기사 정태진씨는 “아무리 부산시와 부산 시민이 밀어준다 해도 르노삼성차의 품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를 모는 정씨 역시 다음에는 르노삼성차를 선택할 생각이라는 것. ‘르노삼성차가 잔 고장이 없다’는 동료 기사의 평가를 믿기 때문이다.

부산 “자동차 메카라 불러주이소”
르노삼성차는 입지도 좋다. 자동차란 기본적으로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부품업체들의 네트워크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부산은 자동차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항만시설을 갖춘데다 현대자동차의 터전인 울산과 기계공업도시 창원, 그리고 부산을 연결하는 트라이앵글의 한축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남·북이 우리 나라 자동차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 부산시청 김영환 공업기술과장은 “부산 경남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수는 85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이 부산 자동차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박종대 이사도 “르노삼성자동차 주변 50km 이내에 부피가 큰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이 모두 포진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 나라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해 있다. 한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체 한 곳에만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95년 설립 인가를 받은 삼성자동차가 기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에서 부품을 공급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부산 경남 지역에 부품업체가 많이 포진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삼성차를 택해 삼성차에 큰힘이 된 것이었다.

현재도 르노삼성차의 파워트레인 계통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는 경인지역에 분포해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자동차의 물류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는 게 이들 업체 관계자의 설명.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경기도 안산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굳이 물류에 신경쓰지 않고 부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되므로 공장을 부산지역으로 옮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산 “자동차 메카라 불러주이소”
르노삼성차는 당초 부품업체를 신호공단 옆 녹산공단에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부피가 큰 부품이나 모듈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녹산공단에 집중 배치하려 했다. 그러나 삼성전기가 자동차 부품사업을 포기한 현재 녹산공단에 남아 있는 르노삼성차의 부품업체는 시트를 생산하는 동성기공 한 곳뿐이다.

많은 업체가 녹산공단 입주를 포기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비싼 땅값 때문이다. 96년 한-일합작으로 설립한 자동차 배기 시스템 생산업체 ㈜쎄스코 관계자는 “김해 일대에 있는 2, 3차 협력업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다 땅값이 녹산공단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녹산공단 입주를 포기하고 김해시 한림면에 공장을 지었다”고 밝혔다.

녹산공단에 부품업체를 집중 유치하려는 르노삼성차의 당초 계획이 어긋나긴 했지만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월 8000대 정도를 생산하는 상황에서는 부품 공급문제가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앞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일본식 생산방식을 본격 도입했을 때는 부품 공급의 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 점은 르노삼성차가 현대자동차보다 크게 불리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울산시청은 이미 울산시 북구 매곡동 일대 17만 평을 내년까지 부품 소재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청 김기수 경제통상과장은 “작년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입주 여부를 조사했는데, 입주 희망업체의 공장 면적을 모두 합하면 매곡동 부품 소재단지의 75% 정도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김기수 과장은 또 부산이 자동차 산업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한 채 “부산은 울산보다 산업기반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고만 답했다. 그는 또 “자동차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체의 수직 계열화에서 벗어나면 울산 쪽 부품업체가 르노삼성차에 부품을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울산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산지역 부품업체의 대형화·전문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는 자본금 5억 원 미만 및 종업원 수 50명 미만 업체가 각각 전체의 55%, 65.7%에 이르는 등 영세한 수준에 머문다. 또 지역 부품업체의 30% 정도가 임대공장을 운영하는 관계로 입지 여건이 불안정해 설비투자가 미흡한 실정이다.

르노삼성 생산량 늘면 전력난도 우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게 28만 평 규모의 자동차부품 협동화 단지 조성. 부산시는 현재 이를 위한 기본 계획 용역을 맡긴 상태. 부산시는 협동화단지를 조성하면 기술 지원체계 구축, 실험검사에서 공동 장비 이용, 정보비 및 물류비 절감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항만시설 미비와 전력 및 용수 공급 부족. 르노삼성차 박종대 이사는 “르노삼성차의 생산량이 늘고 신호공단 및 녹산공단 입주업체가 늘면 전력 및 용수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덕도를 중심으로 신항만을 건설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차의 수출 비중이 50%까지 올라가는 2004~2005년까지 완공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부산지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수출기지로 부산만큼 입지조건이 좋은 곳은 없다”고 말한다. 닛산자동차 공장이 있는 일본 규슈 지역과도 가깝기 때문에 여건만 조성되면 규슈 지역에 부품을 트럭째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볼 때 부산이 자동차 산업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부산시와 부산 시민의 역량에 달린 셈이다.





주간동아 2001.09.27 303호 (p30~32)

< 윤영호 기자 / 부산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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