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3

2001.09.27

“이교도를 공격하라, 그들을 몰아내라”

오사마 빈 라덴 ‘지하드 선언서’ …”시오니즘과 십자군을 격파하자”

  •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 kimsphoto@yahoo.com

    입력2004-12-22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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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교도를 공격하라, 그들을 몰아내라”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테러사건의 주범으로 미 정부가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은 아랍권에서 나름의 논리를 갖춘 투쟁가로 통한다. 빈 라덴의 주장과 투쟁 방향을 보여주는 여러 문건 중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지난 96년 10월에 발표한 ‘빈 라덴 서한: 전쟁 선언’과 98년 2월에 내놓은 ‘유대인과 십자군에 저항하는 세계 이슬람 전선의 성전(jihad)’이 그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이교도 축출서 시작

    98년에 나온 문건은 96년 문건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문건에 담긴 주장은 기본적으로 같다. 시오니즘(이스라엘)과 십자군(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국가)의 연합세력이 아랍세계를 침략해 회교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루살렘을 점령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 이교도들을 몰아내는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96년 문건은 두 가지 부제를 달고 있다. 각각 ‘두 성지를 점점령한 미국인에 대한 전쟁(아라비아 반도에서 이교도들을 추방하라)’, 그리고 ‘전 세계, 특히 아라비아 반도의 이슬람 형제에게 보내는 오사마 빈 라덴의 메시지’라는 제목이다. 이 문건에서 빈 라덴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90년대 전반기 보스니아 내전에서 회교도들이 이슬람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이교도들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투쟁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 라덴 역시 79년부터 1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투쟁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아프간 내전에서 체득한 기본이념은 탈레반 정권의 그것처럼, 이교도들을 몰아내는 동시에 아랍권의 세속적이고 부패한 정부를 쓰러뜨려 회교원리주의에 바탕한 신성국가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빈 라덴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활동하다 미 CIA의 압력을 받은 수단 당국이 그를 추방하자,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온 바로 그해에 쓴 것이다.

    “이교도를 공격하라, 그들을 몰아내라”
    두 번째 문건 ‘유대인과 십자군에 저항하는 세계이슬람 전선의 성전’은 현재 벌어지는 미국과 아랍 테러조직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자료다. 이 문건은 전 세계 범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뭉쳐, 아랍권에서 미국과 서방세력, 그리고 이스라엘 등 비이슬람 세력과 세속적 이슬람 정부를 몰아내자는 주장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들 주장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을 회교율법에 따라 운용하자는 이른바 이슬람 원리주의, 또는 이슬람 근본주의(Islamic fundamentalism)다.



    이 문건에는 아프가니스탄에 본부를 둔 알 카이다(기지) 조직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필두로 해 이집트 지하드 그룹의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이집트 이슬람 그룹의 아마드 타하 등 5명이 공동 서명했다. 빈 라덴은 맨 앞에 서명했다. 3억 달러의 재산가로 미국이 ‘테러 주범’으로 낙인찍어 온 아랍권 무장조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온 중심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명서에서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들은 지하드(성전)를 위해 전 세계 미국인을 죽이는 것은 모든 회교도의 의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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