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조기유학, 고액 영어유치원이 왕도일까?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17 14: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기유학, 고액 영어유치원이 왕도일까?
    모처럼 방학을 맞아 살 판 난 아이들과 그 모습을 보며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에게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먼저 영어. 혹시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이미 자녀를 해외 영어캠프에 보냈는지? 아니면 국내에서 영어 특훈이라도? 조기유학 준비에 한창 바쁜 것은 아닌지? 모든 결정은 송순호 박사의 ‘조기유학, 절대로 보내지 마라’를 읽고 나서 하는 게 좋겠다.

    뉴욕시 교육위원인 저자는 유학의 최적기를 대학 졸업 후 대학원 과정이라고 주장하니 조기유학 반대론자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쓴 이유도 ‘조기유학을 대신하는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가 접한 조기유학파들의 숱한 실패와 성공 사례는 접어두고 ‘18개월이면 혼자 영어책을 읽게 만드는 어린이 영어의 정석’을 보자.

    솔직히 ‘비법’은 없다. 다만 ‘Reading Kids, Leading Kids’(책 읽는 아이가 앞서간다)의 원칙 아래 단계별로 영어로 된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제시했다. 영어의 자음과 모음을 읽고 쓰는 훈련부터 짧은 문장 만들기 등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간단히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 고로 비싼 영어유치원 보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음은 책을 읽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먼저 한글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긴 뒤 그림이 많은 영어책을 읽히는 게 순서다. 그때 80% 이상 이해가 가능한 아주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영어책은 동화만 있는 게 아니라 우화·팬터지·논픽션·유머 등 여러 가지인데 한국 부모들은 오로지 영어 동화책밖에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다.

    조기유학, 고액 영어유치원이 왕도일까?
    영어 읽기의 핵심은 독해력이다. 강의차 한국에 온 송박사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기존 영어학습법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독해력이라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독해력을 문법 따져가며 분석하는 것으로 이해한 탓인데, 독해력은 말 그대로 책 속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해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는 뜻이다. 독해력을 증진하려면 부모도 책을 읽고 아이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요약이나 독후감)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조기유학을 해도 영어 못하는 아이는 계속 못하고, 한국의 안방에 앉아서도 잘 하는 아이는 잘 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송박사는 고국에서 공부 못 하던 학생이 미국에 와서 잘 하게 된 예는 지난 15년 간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기유학 절대로 보내지 마라’ ‘고액 영어유치원에 돈 퍼붓지 마라’ ‘무턱대고 영어동화 읽히지 마라’ ‘우리 말도 못하는 아이 비디오 앞에 붙잡아 놓지 마라’ 이 책에는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 새삼 교육의 정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조기유학, 고액 영어유치원이 왕도일까?
    ‘내 공부는 내가 한다’는 민족사관고(강원도 횡성) 유학반 아이들의 이야기다. 민족사관고 체험기인지 아이비리그 유학기인지 아니면 유학 안내서인지 헷갈리게 하는 내용이 좀 걸리지만 일단 유학준비 안내서의 성격이 강하다. 책의 3분 1 가량을 유학시험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유학 준비절차와 방법은 무엇이며 선택 가능한 미국의 명문대학 소개에 할애했다. 이 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만 보지 말고 왜 공부했나에 주목하기 바란다. 책 제목이 된 ‘내 공부는 내가 한다’는 스탠퍼드대에 재학중인 정주현군의 이야기다.

    그는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공부의 뿌리를 찾았다고 말한다. 근대 유럽사를 공부할 때는 그 시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어떤 일상생활을 했을까, 그 시대 환경은 어떠했을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을 눈으로만 읽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책 속의 시대와 나 사이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마치 책 안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소설만 읽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게 바로 그의 공부방식이었다.

    끝으로 이 방학을 마지막 기회로 삼는 수험생에게 정찬용의 ‘입시공부 그만해라’는 달콤한 유혹이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저자가 입시준비법을 들고 나왔다. 한마디로 1년 공부할 분량을 2주 정도에 끝내는 ‘날라리 공부법’을 소개했다. 그것도 현재 고3 수험생에게 적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해마다 널을 뛰는 입시제도에 갈팡질팡하지 말고 여유만만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다.

    ㆍ 조기유학, 절대로 보내지 마라/ 송순호 지음/ 사회평론 펴냄/ 288쪽/ 8800원

    ㆍ 내 공부는 내가 한다/ 박원상 외 지음/ 창작시대 펴냄/ 320쪽/ 8900원

    ㆍ 입시공부 그만해라/ 정찬용 지음/ 푸른숲 펴냄/ 214쪽/ 7500원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