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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공포’ 지구촌 오들오들

해마다 2만4천 명 희생 … 분쟁의 현장 무차별 사용, 금세기 내 제거 사실상 불가능

  •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 기자 > kimsphoto@yahoo.com

‘지뢰 공포’ 지구촌 오들오들

  • 장마철‘지뢰경보’가 발동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와 녹색연합은 지난 7월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6개월 동안 후방지역 대인지뢰 매설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 확인된 전국 36개 지역 가운데 13개 지역이 민간인 사고위험이 높은 곳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7개 지역이 경기도에 밀집해 있다. 두 단체는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 유출로 상당수 지뢰가 유실한 것으로 추정했다.
  • 2006년까지 후방지역 대인지뢰를 전면 제거한다는 방침 아래 지뢰를 제거중인 국방부 또한 장마철 호우로 인한 지뢰 유실을 막기 위해 고심중이다. 이를 계기로‘지구촌 지뢰 피해실태’를 긴급 진단했다. <편집자>
‘지뢰 공포’ 지구촌 오들오들
전쟁은 짧고 지뢰는 영원하다. 내전 또는 이웃 나라와 전쟁을 치른 나라들은 하나같이 지뢰가 골칫거리다. 국제적십자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뢰는 해마다 2만4000명(월 평균 2000명)꼴로 희생자를 내며, 그 가운데 1만 명이 어린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어린이들은 일생을 불구자로 살아간다. 이것이 분쟁이 그칠 새 없는 지구촌의 한 우울한 초상이다.

지뢰는 내전을 피해 집을 떠났던 난민들의 귀환을 막는 데도 한몫을 한다. 가난한 농부들은 지뢰의 공포로 경작지를 넓히지 못한다. 내전으로 파괴된 다리나 도로를 토목 기술자들이 고치려 해도 지뢰가 골칫거리다. 겨우 3달러짜리 대인지뢰 하나를 파내는 데 200∼1000달러가 든다. 현재 지구촌을 덮고 있는 대인지뢰는 64개국에 6000∼8000만 개로 추정한다. 이 모든 지뢰를 파내는 것은 21세기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이미 판명이 났다.

크메르 루주군에 의해 200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하여 ‘킬링 필드’로 알려진 캄보디아. 그곳 사람들은 1970~98년까지 이어진 내전 탓으로 지금도 지뢰의 악몽에 시달린다. 2000년 한 해 동안에만 1000명의 지뢰 피해자가 생겼다. 캄보디아의 지뢰 참상을 취재하러 현지에 갔을 때 거리의 걸인들이 목발을 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뢰 피해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국민 380명 가운데 1명이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수도인 프놈펜 시내는 물론이고 캄보디아 북부 바탐방 지역과 앙코르 와트 사원 등 어딜 가나 지뢰 피해자들과 마주쳐야 했다. 바탐방에서 태국 국경으로 이어지는 10번 도로 주변의 마을 곳곳은 지뢰밭 투성이다. 캄보디아에 묻힌 지뢰는 1100만 개(추정치). 국민 1인당 지뢰 1개꼴이다.

‘지뢰 공포’ 지구촌 오들오들
밀로셰비치의 ‘인종청소’를 겪은 코소보도 지뢰밭이었다. 세르비아군이나 코소보 해방군은 저마다 필요에 따라 지뢰를 묻었고 지금까지 피해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코소보 현지 병원들에서 지뢰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10세 안팎의 소년소녀들도 있다. 난민수용소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을 변두리에서 지뢰를 밟았다는 얘기들이다. 나토(NATO)군이 코소보에 들어간 지 1년 동안(1999년 6월∼2000년 5월) 모두 492명의 희생자가 생겼다는 게 국제적십자사의 보고다.

보스니아도 지뢰라는 고민을 안은 국가다.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회교도(일명 보스니악) 연합세력 사이의 내전이 끝난 지 6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금도 300∼600만의 대인지뢰가 묻혀 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따라 7km 정도로 길게 펼쳐진 사바 평원. 이스라엘군이 지난 67년 6일전쟁 무렵에 점령한 이래 22년 동안이나 머물다 지난해 5월 철군한 레바논 남부지역이다. 이곳도 버려진 지뢰밭이다. 이곳 원주민들이 예전에 살던 땅으로 돌아가려 해도 지뢰가 큰 장애물이다.



현재 유엔(UN)은 비정부기구들(NGOs)과 손을 잡고 5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전 세계에 묻힌 지뢰를 파내고 있다. 지뢰를 모두 없애려면 1100년에 걸쳐 33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환경보호와 사회개발은 흔히 충돌하는 상반된 개념이지만, 지뢰는 둘 모두에게 부정적이다. 환경을 파괴할 뿐더러 개발도 막는다.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치명적이며 오래 가는 형태의 오염’이 바로 지뢰다. 값싸고 설치가 간편한데다 인명 살상에 효과적인 것으로는 지뢰를 이길 게 없다. 그래서 정규군이든, 반군이든 지뢰를 선호하는 것이다.

지뢰의 위험성은 전쟁 때보다 전쟁이 끝난 뒤가 더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전후 지뢰 희생자가 전시 지뢰 희생자의 10배다. 지뢰의 수명은 길다. 북아프리카(특히 리비아)와 유럽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 심어놓은 지뢰로 인해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즈음 나오는 신형 플라스틱 지뢰는 방수 처리를 해 수명이 훨씬 더 길어졌다.

지뢰의 종류에는 크게 보아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가 있다. 대인지뢰는 10∼250g으로 5∼50kg의 압력을 가하면 터지도록 고안했고, 대전차지뢰는 2∼9kg으로 100∼300kg의 압력에 터지도록 고안했다. 지뢰선을 건드리면 터지도록 고안한 지뢰도 있다. 지뢰 제조회사는 사람이 장난감인 줄 알고 만지면 터지는 나비모양의 지뢰도 만들었다.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 회의에서 빛을 본 대인지뢰 금지협약(일명 오타와 협약)은 일종의 국제법이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인류의 비무장 역사에 하나의 기념비적 진전”이라 평가했다. 이 협약을 성사시킨 공으로 지뢰금지국제운동(ICBL)과 주창자인 조디 윌리엄스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지구상의 193개국 가운데 5월 현재 오타와 협약에 서명과 비준을 마친 나라는 114개국,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26개국, 불참국은 53개국이다. 오타와 협약이 출범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 세계 절반 가까운 나라가 “대인지뢰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는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한 지난날 냉전시대 주요 분쟁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오타와 협약 미비준국들은 대인지뢰 생산과 개발, 비축, 수출 등을 계속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우려 속에 미사일방어망(MD) 구축에 바쁜 미국은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지뢰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미국이 오타와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구실이 바로 ‘한국의 안전’이다. 미 클린턴 행정부는 1998년 “2003년까지 대탱크-대인 겸용 지뢰를 제외하고, 일반 대인지뢰를 한국(주한 미군)말고는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06년까지는 한국을 포함한 어디에서든 모든 종류의 대인지뢰를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다음에야 오타와 협약에 서명하겠다는 것이다.

‘지뢰 공포’ 지구촌 오들오들
그런데 여기에는 “만약 현재의 지뢰를 대신할 만한 것들(alternatives)을 발견한다면”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금처럼 생산원가가 3달러에 지나지 않는 대인지뢰가 지닌 파괴력을 대신할 만한 것이 2006년까지 나올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계속 대인지뢰를 고집할 공산이 크다. 지난 96년 5월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멍텅구리지뢰(dumb mines)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지만 스마트지뢰(smart mines)는 계속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가 스마트지뢰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스마트지뢰는 미리 맞춰놓은 일정한 시간(보통 4~48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터지는 지뢰를 말한다. 이 지뢰는 사람 손으로 땅에 묻는 게 아니라, 헬리콥터나 비행기로 작전지역에 뿌리거나, 대포로 쏴보내는 형식이다. 걸프전에서 쓰인 대인지뢰는 멍텅구리지뢰와 스마트지뢰가 섞여 있다. 전 세계에 지뢰를 수출한 미국은 “우리는 전 세계 지뢰위기에 책임 없다”(1999년3월 의회에 제출한 미 국방부 보고서)는 태도를 보여왔다. 해당 국가들이 무차별적으로 지뢰를 묻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인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의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69~92년 사이에 440만 개의 대인지뢰를 32개국에 공급했다. 이란(250만 개), 캄보디아(62만 개), 태국(30만 개), 엘살바도르(10만 개) 등이다. 미국은 비밀리에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니카라과의 반군조직에도 지뢰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M18 클레모어 지뢰, M14와 M16 멍텅구리지뢰가 주요 품목이다. 작전지역에 쉽게 뿌릴 수 있는 스마트지뢰가 수지 맞는 사업으로 판명이 난 1985~92년 사이에 미국은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5개국에 모두 25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1999년 3월에 나온 미 국방부의 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100만 개의 멍텅구리지뢰, 900만 개의 스마트지뢰, 100만 개의 대인-대전차 지뢰 등 모두 합쳐 1100만 개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7년 3월 미 국방부는 120만 개의 M16과 M14 멍텅구리지뢰가 한국의 방어를 위해 비축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지에 20만 개의 지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대인지뢰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은 오타와 예비회담에 옵서버조차 단 한 번도 파견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중국은 또한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추진하려는 지난 96년 12월 ‘유엔 결의안 51/45’ 투표 때 기권한 10개국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일반적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중국의 긴 국경선, 다른 하나는 개발도상국으로 지뢰를 대체할 만한 더 발전된 기술과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항공기 대포 등에서 뿌릴 수 있는 GLD 112 등 4가지 종류의 지뢰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두 종류는 자동 파괴될 수 있는 지뢰다.

현재 중국은 1억1000만 개의 지뢰를 보유하였고, 그 가운데 1억 개가 72형 지뢰로 추정한다. 중국은 러시아-인도-베트남 국경선을 따라 1000만 개의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400만 개가 대인지뢰고, 600만 개는 대전차지뢰다. 특히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베트남과 국지전을 벌이며, 국경선 일대에 많은 지뢰를 살포했다. 이로 인해 국경선 마을 농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도 대인지뢰가 유용한 무기이며,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소련을 이어받은 러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엄청난 양의 대인지뢰 보유국이다. 러시아제 지뢰는 ‘PMN형’을 기본으로, 종류에 따라 PMN-2, PMN-4 등으로 나뉜다. 이 PMN형은 중국의 72형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는데, 1998년부터 생산을 중단하였다.

러시아가 현재까지 국영 군수업체에서 생산하는 지뢰는 APM 지뢰다. 소련 해체 전엔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발트해 주변에 군수공장들이 몰려 있었다. 러시아는 그 후 다시 군수공장들을 세웠지만 지뢰 수출은 전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비축량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나, 97년 오타와 협약 비준 당시 6000∼7000만 개로 추산되었다. 구소련은 1991년까지 세계적인 지뢰 수출국이었다. 아프가니스탄말고도 소말리아, 니카라과, 모잠비크, 앙골라, 쿠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캄보디아, 베트남, 그리고 북한이 소련제 지뢰를 사용한 국가들이다.

지구촌은 그칠 날 없는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런 동안에도 지뢰는 계속 사용할 것이다. 미국은 1993년부터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등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의 지뢰 제거를 위해 2억4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써왔다. 만들고, 뿌리고, 캐낸다. 땅 밑의 보이지 않는 작은 악마, 지뢰만이 갖는 낭비의 사이클이다(2003년도 미 회계연도에 잡힌 지뢰 제거 지원예산은 1억500만 달러다). 우리 세대, 정확히 말해 21세기 안에 지구촌이 이 낭비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간동아 2001.08.09 296호 (p50~52)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 기자 >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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