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환경 리콜은 ‘있으나 마나’

환경부 엉성한 검사, 탄화수소 배출 등 속수무책 … 95년 현대자동차 엘란트라 리콜이 유일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5-01-14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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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리콜은 ‘있으나 마나’
    환경부는 지난 7월13일 현대자동차의 트라제XG(LPG 차량), 기아자동차의 크레도스Ⅱ(LPG 택시) 등 10개 차종을 2001년도 배출가스 리콜 검사 대상 차종으로 선정해 올 12월 말까지 결함 확인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콜 검사 결과 배출가스 보증기간(상자 기사 참조) 내 자동차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하자로 운행차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경우 환경부는 자동차 회사로 하여금 해당 차 모두에 대해 관련 부품을 무상으로 교환해 주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차를 개발, 판매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 양산(量産) 전에 건설교통부의 형식승인과 함께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배출가스 인증이란 자동차가 규정한 조건에서 특정 주행모드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배출가스 가운데 탄화수소·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가솔린 LPG 자동차의 경우) 유해가스의 양이 환경부가 정한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검사해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아울러 자동차 출고 후 배출가스 보증기간 내 운행중 자동차에 대해서도 ‘운행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이를 배출가스 리콜 검사라고 한다. 일종의 환경 리콜인 셈이다. 지난 92년 도입한 이 제도는 운행중인 자동차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보증기간 동안에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자동차 회사에 부여함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자동차 배출가스는 90년대 후반 이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산업 및 난방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자동차의 급속한 증가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특히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가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60~85%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가운데는 유해가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환경 리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환경 리콜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공언하였는데도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은 ‘연례 행사’ 정도로만 받아들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환경부의 리콜 검사에 불합격한 차종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작년까지 환경부의 리콜 검사에 불합격한 차량은 95년의 현대자동차 엘란트라(1.5/1.6 DOHC) 한 차종뿐이다. 엘란트라는 당시 조사 결과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결함이 있다고 인정되어 리콜 명령을 받았다. 그동안 74개 차종에 대해 리콜 검사를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불합격률이 1.4%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리콜 검사 불합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기계연구원 엔진환경그룹 정용일 박사는 “최근 미국의 운행차 리콜 검사 불합격률이 15%라는 점에서 우리의 리콜 검사 불합격률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면서 “이는 우리 나라 차량 성능이 미국보다 우수하거나 리콜 검사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두 가지 중 하나다”고 말했다.



    환경 리콜은 ‘있으나 마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 중 후자에 가깝다. 리콜 검사제도 자체가 엉성하기 때문에 환경부의 리콜 검사 정도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리콜 검사대상 차종을 선정하면 회사 직원들이 갖고 있는 해당 차종을 대상으로 회사가 자체적으로 리콜 검사를 해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경부 리콜 검사에서 불합격되지 않도록 한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회사의 이런 행태는 현행 리콜 검사제도의 허점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사단법인 자동차환경센터 조강래 회장은 “현행 규정상 리콜 검사기관의 전문인력 부족으로 자동차 회사의 기술 지원을 허용하였으며, 검사대상 자동차의 점검 및 정비를 자동차 회사가 실시하도록 하는 등 검사과정에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의 참여를 인정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리콜 검사대상 차량을 선정할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차량은 여러 이유를 들어 선정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대상 차량이 리콜 검사에서 불합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행 리콜 검사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게 배출가스 검출 확인을 위한 시험 자체의 허점이다. 99년 10월 매연 과다 배출문제로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한 기아자동차의 99년식 카니발이 작년 리콜 검사대상에 포함되었지만 ‘여유 있게’ 합격한 것도 이런 허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카니발은 언덕길을 오르거나 에어컨을 켜놓는 등 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급가속할 때 매연을 다량 배출한다는 불만을 사고 있는데, 현행 리콜 검사법으로는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서의 매연 발생 여부를 체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자동차 양산 전 단계에서의 사전 인증에 초점을 맞춘 배출가스 인증제도를 전면 개편해 미국처럼 실제 운행중 자동차의 배출가스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올해부터 실시한 새로운 배출가스 인증제도(CAP2000)에 따라 판매 전 단계에서의 인증은 자동차 회사 자율에 맡기고, 배출가스 보증기간중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자동차는 모두 체크되도록 시스템을 완비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카니발의 매연문제도 당연히 걸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경부도 장기적으로는 CAP2000 제도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고윤화 대기보전국장은 “98년 한-미 자동차 협상 당시 미국측이 자동차 국내 배출가스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우선 외부에서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리콜 제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우선 리콜 검사과정에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의 참여를 배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동차 회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현대자동차 인증팀 노영숙 부장은 “현 상황에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정상적인 차량 유지 관리를 하고 있는지, 순정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리콜 검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도 리콜 검사대상 차량 선정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참여가 바람직스럽다”고 밝혔다. 노부장은 또 CAP2000 제도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도입 시점은 늦춰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90년대 초반 LEV(Low Emission Vehicle : 현행 국내 배출가스 허용 기준의 3분의 1 수준) 규제의 적용을 발표했을 때 아무도 LEV 규제의 최고치인 ULEV(Ultra Low Emission Vehicle)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 ULEV는 물론이고 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까지 거론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자동차 회사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환경부의 일관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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