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10월 재·보선에 목숨 건 여야

민주 ‘거물급’ vs 한나라 ‘스타군단’ … “무조건 될 사람 공천” 절박감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5-01-14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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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재·보선에 목숨 건 여야
    ”재·보선에서 후보를 낼 때는 반드시 당선 가능성 위주로 하라”(김대중 대통령). “전체 지역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구도를 고려, 후보를 결정할 것이다”(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오는 10월25일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의 물밑 암투가 치열하다. 김대통령과 이총재가 직접 나서 ‘무조건 이기는 선거’를 강조할 정도로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 거는 의미는 각별하다. 단적으로 말해 이번 선거가 내년에 치를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부상한 것이다.

    여권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지방선거와 정권 재창출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대선 후보들의 조기 전당대회 소집 요구 및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 기승을 부릴 것이며, DJP공조의 해체로 인해 여당의 원내 과반수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이 “이기는 선거를 해달라”는 주장은 이같은 절박감을 담은 호소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고 공천 작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여권은 ‘인물 대결’로 갈 경우 여론상 승산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승부수를 준비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조기 당정 개편설도 그 가운데 하나다(상자 기사 참조). 먼저 김대통령의 ‘청남대 구상’이 조기에 터질 가능성을 예상한다. 판을 바꾸어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시도는 8·15 전후, 늦어도 9월 정기국회 전에는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인사의 분석이다.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 답방 등과 같은 외부에서의 ‘한 방’도 기대하고 있다. 한화갑 최고위원의 방북이 갈지자걸음을 걷다가 결국 방북으로 결정된 것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10월 재·보선에 목숨 건 여야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잡은 목표는 일단 5할 승률. 그렇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현재 선거가 확정된 지역은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 등 2군데. 재판 진행절차에 따라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서울 금천, 경남 마산 합포, 강원 강릉 등도 같은 날짜에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지역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가상 후보와 민주당이 생각하는 후보를 내세워 여러 번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민주당은 정치적 결단을 통한 외부 지원과 함께 ‘중량급’을 차출해 선거에 투입한다는 양동작전으로 이번 선거에 임할 예정이다. 김중권 대표, 한광옥 비서실장, 이수성 전 총리 등이 중량급 후보로 거론된다. 당에서는 김대통령의 청남대 구상을 통해 마련된 당정쇄신 플랜에 따라 이들을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김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김대표가 7월20일 청와대 단독 주례보고 때 구로을 등에서 치르는 재선거에 자신이 출마할 필요가 있다는 당의 의견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김대표가 8·15 이후에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구로을 출마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여권의 당정 개편 등 큰 틀의 변화와 관련해 한실장의 출마설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실장에겐 다른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며 출마설을 부인해, 청와대 핵심과 동교동계가 아직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수성 전 총리의 구로을 출마설도 갈수록 무게를 더한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를 구로을의 자민련 몫 후보로 내보내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통해 당선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동대문을 공천 가능성도 거론된다.

    10월 재·보선에 목숨 건 여야
    그러나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여권의 당정 개편 구상에는 이 전 총리의 역할이 다른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출마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측근이 말하는 다른 역할은 이한동 총리의 후임. ‘자가 발전’의 성격이 없지 않으나, 이런 흐름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민주당 공천은 개혁성을 가진 소장파 인사들의 전격 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보궐 선거에 대한 열기는 한나라당이 훨씬 뜨겁다. 한나라당은 전 지역 석권을 목표로 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한나라당의 전략은 정부·여당의 계속된 실정(失政)을 집중적으로 따지고 공격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 언론사 세무조사, 의약분업 파동, 건강보험 재정 파탄, 공교육 붕괴 등 서민의 실생활과 관계된 문제와 대북정책 등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칠 태세다. 이총재가 직접 필승 카드를 고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를 선거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대선전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보강이라는 전략적 사고로 접근한다.

    이런 차원에서 ‘노·장·청’이 조화를 이룬 스타 군단의 전진 배치론이 일단 떠올랐다. 홍준표 이철 박계동 전 의원 등이 먼저 차출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홍 전 의원의 출마는 확실해 보인다. 홍 전 의원은 지난 7월 이총재를 만나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이총재의 한 측근은 밝혔다. 홍 전 의원은 당시 “영남 지역(마산)에 출마하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이총재는 “서울 지역에 출마하라”는 암시를 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총재는 “홍준표 전 의원 같은 인물이 국회에 들어와야 당의 대여 대책이 선다”고 말했다는 것. 이번 선거 공천을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한나라당 공천장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 현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기 위해 ‘소신’을 펴다 공직에서 물러난 인물을 전격 공천할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99년 의약분업정책에 반발해 사퇴한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세론 형성에 도움을 주는 인물들을 8월중 대거 영입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도 한나라당의 주요 선거전략. 조순 전 부총리의 영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조순 전 부총리의 서울대 제자인 유승민 여의도 연구소장이 채널을 형성하고 멀어진 이총재와의 거리를 좁히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조 전 총리가 입당할 경우 국가혁신위원장 자리를 맡길 계획이다. YS 정권 때 의전 및 통역을 담당한 박진 연세대 교수와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의 입당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들 3명과 홍 전 의원을 묶어 8월에 입당식을 전격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재·보궐 선거의 승리는 물론 이를 대선 대세몰이로 연결하려는 한나라당의 공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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