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4

2001.07.26

‘자라 + 닭’의 하모니 원기 충전!

  • 시인 송수권

    입력2005-01-12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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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 + 닭’의 하모니 원기 충전!
    섬진강은 우리 국토의 남반부를 흐르는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가장 힘센 강이다. 장장 500여 리로 강마을이라 할 수 있는 지점은 하동에서부터 구례구(구만리)를 지나 곡성군 압록까지다. 압록은 남원에서 달려온 순자강과 곡성군 석곡-죽곡면을 돌아나와 만나는 보성강이 합류하는 델타 지역이다.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고 강줄기가 시원해 음식점이 연안에 줄을 잇고 있다.

    ‘광주가든’(서대익, 061-363-6700)은 죽곡 태안사로 건너가는 다리목에 있다. 남도에선 일찍이 용봉탕(龍鳳湯)으로 유명한 집이다. 알다시피 용봉탕의 재료는 강 자라다. 몸길이는 30cm 가량, 모양은 거북과 비슷하나 등딱지와 배에 각질(角質)의 비늘판이 없고 무른 등딱지로 되어 있다. 둥그스름한 등딱지는 푸르죽죽한 회색이며 배는 흰빛이고, 주둥이는 뾰족하며 5, 6월경에 알을 50개쯤 낳는다. 그에 비해 바다거북은 우리 연해에 여름철 난류를 따라 약 6종이 왔다갔다한다. 먹이는 소라고둥과 바지락 등이며 큰 것은 갑장(甲長)이 일곱 자인 등푸른 것도 있다. 수궁가(별주부전)는 자라가 바다 용궁에서 올라오는데 이는 잘못된 기록이다.

    ‘자라 + 닭’의 하모니 원기 충전!
    자라 대가리를 자세히 보면 연한 회색 또는 흰빛의 아롱진 점이 있다. 젖먹이 아이의 엉덩이 양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자국을 일러‘자라눈’이라 부르는데 실제로 비슷하여 그렇게 부른다. 자라의 피는 강장제 따위의 보신용으로, 자라목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라구이는 등 껍질을 벗기고 기름종이로 싸서 연한 짚불에 구운 음식인데, 올해 같은 여름은 하천이 말라 부르는 게 값이다. 남도의 식담에는 ‘자라알 보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나깨나 늘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자라구이나 자라탕(용봉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자라를 잡을 때는 반드시 긴 목을 칼로 쳐서 피를 받아 마신다.

    ‘(중중모리) 요내 평생 왕배탕(王背湯)이 원이더니 다행히 너를 만났으니 맛 좋은 진미를 먹어보자… 만병 회춘 영약이라 두말 말고 먹자꾸나. 으르르르르 으앙, 자라가 기막혀, 아이고 이 급살맞을 것이 ‘동의보감’을 살라 먹었는지 모르는 것이 없구나.

    (아니리) 에이 아서라 이놈(호랑이)에게 먹힐 바엔 패술이나 한번 쓰고 죽어야 것다. 별주부 한 꾀를 내어 목을 길게 빼고 앞으로 바싹바싹 달려들어 자, 목 나가요, 목 나가. 호랑이 깜짝 놀라 그만 나와요, 그만 나와. 이렇게 나오다가는 하루 1천5백발도 더 나오 것소. 어찌 그리 목이 들락날락 뒤움치기를 잘 하시오?’



    위의 중중모리와 아니리를 통하여 자라가 왕배탕, 뒤움치기를 잘하는 것을 보아 자라탕은 뛰어난 유감주술의 음식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여름날 허한 그것의 보기(補氣)를 위해 자라목을 칠 밖에. “네가 진정 호랑이냐? 도랑귀신 게 있느냐? 비수검 드난 칼로 이 호랑이 배 갈라 쓸개를 꺼내거라.” 이처럼 뒤움치기로 호랑이도 내빼는 그 패술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남근(男根)의 피스톤과 닮아 있음은 힘을 과시하고도 남는다. 용봉탕의 용과 봉은 이처럼 신성성과 주술성에서 유래한다. 용은 자라고 봉은 닭인데 임산부의 경우 자라 대신 잉어를 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힘이 넘치는 용봉탕을 들고 다리 건너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선경(仙境)인 태안사를 아니 가볼 수도 없는 일. 자유교→정심교(淨心橋)→반야교→해탈교→능파각→연못 속의 진신사리 3층석탑→봉황루(일주문)→천불보전→대웅보전, 이것이 바로 태안사의 가람 배치다. 봉황루를 들어서면 동리산의 오동나무에서 봉황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용봉탕을 들고 왔으니 어찌 봉황을 만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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