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4

2001.07.26

흐르는 계곡물에 탁족, 어 시원하다!

시원한 여름나기 물 피서법 3가지… 혈액순환 촉진 냉온욕, 피로 푸는 데 좋아

  • < 이성환/ 자생한방병원 진료과장 > www.jaseng.co.kr

    입력2005-01-12 13: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흐르는 계곡물에 탁족, 어 시원하다!
    선풍기나 에어컨 없는 여름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물’이 없다면 더위를 쫓는 그 어떤 방법도 무의미하기 때문. 불볕 더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물 피서법 3가지를 소개한다.

    ●탁족 : 선인들 역시 물로 더위를 이기는 지혜를 한껏 발휘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탁족’(濯足)이다. 조선 중기 화가 이경윤의 작품 ‘고사탁족도’를 보면 고매한 선비 체면에도 저고리를 과감히 풀어헤친 채 배를 불룩 내밀고 계곡물에 발을 담근 모습이 해학적으로 잘 그려졌다. 잎이 무성한 나무와 잔잔하게 일렁이는 맑은 물 그리고 걷어올린 바지 아래로 나온 선비의 쭉 뻗은 다리 등이 간결한 구도와 더불어 시원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선 후기에 나온 ‘동국세시기’도 탁족을 언급한다. 탁족이란 쉽게 말해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는 것을 말한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 찬물에 담그면 온몸이 금세 시원해진다. 뿐만 아니라 간장·신장·위장 등의 기운이 흐르는 경락을 자극해 각 장기의 기능을 북돋우는 효능까지 있다. 그러나 탁족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찬물에 발을 넣으면 찬기운이 복부로 올라와 복통이나 설사, 구토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손발이 찬 사람도 탁족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탁족을 할 땐 진경에 둘러싸인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굳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가정에서 샤워기로 발바닥을 꾸준히 자극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냉온욕 : 찬물과 뜨거운 물에 번갈아가며 몸을 담그는 냉온욕도 건강 피서법 중 일품으로 꼽힌다. 인체는 찬물에서는 산성이 되고, 뜨거운 물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바뀌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냉온욕을 하면 몸의 체액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된다. 또 림프액을 정화하고 순환을 촉진하여 몸의 저항력을 높여 피로를 빨리 풀어준다. 신경통·류머티즘·당뇨병·고혈압 등의 치료에 냉온욕이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어 많은 사람이 이를 애용한다.



    그런데 찬물과 뜨거운 물의 온도 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통 찬물은 14~16℃, 뜨거운 물은 41~43℃ 정도가 알맞다. 즉 30℃의 온도 차가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허약체질이거나 냉온욕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면 온도 차를 단계별로 서서히 높이는 게 현명하다. 탕 안에서는 가슴을 쭉 펴고 폐활량을 늘려야 효과가 더욱 높다.

    주의할 것은 냉온욕은 번갈아가며 하되 마무리는 언제나 찬물로 하는 게 좋다는 사실. 찬물로 마무리하면 모공이 수축해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냉온욕은 또 공복에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단, 열로 인해 체온이 38℃ 이상일 때는 냉온욕을 절대 피해야 한다.

    ●물맞이욕: 시설이 잘 갖춰진 목욕탕이나 온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맞이욕(일명 폭포욕) 역시 더위와 건강을 동시에 잡는 일석이조의 목욕법이다. 찬 물의 자극과 함께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의 압력으로 피부혈관을 단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심혈관 계통의 기능에도 관여해 피부와 피하조직, 근육과 관절 부위의 영양상태를 호전시킨다. 또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함으로써 위와 장도 튼튼하게 한다. 물맞이욕을 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야 하며, 갑자기 세찬 물줄기를 맞지 않도록 한다. 목욕이 끝난 뒤 물과 소금, 비타민 C를 보충해 주면 ‘금상첨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