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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되는데 충치쯤이야”

‘치아 액세서리’ 부작용 우려에도 여대생에 인기… 흔들리고 썩고, 심하면 뽑기까지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멋쟁이 되는데 충치쯤이야”

“멋쟁이 되는데 충치쯤이야”
하얀 치아 사이로 웃을 때마다 반짝이는 보석, 치아 액세서리가 스마일 라인을 살려준다’.

일반인에게는 치아에 금이나 보석 액세서리를 붙이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서울 강남지역 여대생들 사이에서 치아 액세서리는 이미 ‘부’(富)와 ‘튀는 여성’의 상징물이 되었다. 지난해 초 치아에 보석 치장을 한 몇몇 연예인들의 모습을 TV 카메라 앵글이 잡으면서 지금은 지방 대도시 지역의 ‘개성파’ 여학생들도 이 유행에 동참할 정도로 ‘붐’을 이루는 것. 보석 값과 시술비를 합해 10만~1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이들은 “귀걸이나 손톱에 붙이는 액세서리와 다를 게 뭐냐”며 치아 액세서리에 대한 ‘개성론’을 펼친다.

그런데 문제는 ‘반짝이’(트윙클)라는 이 치아 액세서리들이 치과 의사들조차 부작용 때문에 시술을 꺼린다는 점이다. 보석과 금을 붙이기 위해 멀쩡한 치아를 갈아내야 하기 때문에 충치가 생길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치아 액세서리에 실증이 나 떼어낸 사람의 경우, 갈아내거나 구멍을 뚫은 부분의 충치 발생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게 치과 의사들의 경고다. 충치가 생기지 않더라도 떼어낸 부분을 다시 메워야 하는 번거로움과 보기에 흉한 단점도 있다.

각 대학병원 교수들과 양식 있는 치과 개원의들은 “충치와 치아 흔들림 등 심각한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리지는 못할망정 이런 시술을 권하는 의사는 의사로서의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고까지 비난한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실제 치아 액세서리를 권하는 ‘양심불량’ 의사는 적지 않고, 좀더 예뻐지려다 결국 생니를 뽑는 피해 사례 또한 속출하고 있다.

서울 Y여대 1학년 김모씨(19)는 지난 7월2일 치아 액세서리 때문에 멀쩡한 송곳니 하나를 통째로 빼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올 2월 대학 입학 기념으로 부모님을 졸라 20만 원을 주고 치아에 붙인 보석 액세서리가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6월 다이아몬드를 떼어낸 후 썩은 그녀의 송곳니는 치과의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한 달 사이에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김씨는 시술한 치과를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의사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충치 발생은 환자의 책임이다”는 말뿐이었다. 김씨에게 치아 액세서리를 시술한 강남 지역 모 치과의원 원장은 “시술 당시 환자에게 충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경고했으므로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충치는 환자가 치아 관리를 소홀히 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반박했다.



“멋쟁이 되는데 충치쯤이야”
충치도 충치지만 여기에다 바가지를 씌우는 ‘악덕’ 의사도 있다. S여대에 다니는 이모씨(21)는 충치뿐만 아니라 치아에 박은 보석의 가격 때문에 또 다른 다툼을 벌인 경우. 이씨는 올 3월 백금에 0.0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박은 치아 액세서리를 송곳니에 붙였지만 한 달 만에 떼어냈다. 칫솔질도 불편하고 음식물과 같은 이물질이 끼인 듯한 불쾌감 때문에 참을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액세서리를 떼어낸 후 보석상에 들러 백금과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물어보면서 불거졌다. 액세서리의 가격이 세공비를 합쳐도 4만 원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가 치과의원에 지불한 가격은 시술비를 합해 무려 50만 원에 달했다.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의 환불과 액세서리를 떼어낸 후 생긴 충치의 치료를 요구했지만 치과에선 이씨의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다.

“시술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료를 많이 받은 것이고 세공비 자체가 비싸게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충치가 액세서리 때문에 생긴 것인지 확진이 불가능하므로 변상 책임이 없다.” 이씨를 시술한 강남의 모 치과의사는 한술 더 떠 “아름다움은 선택이며 거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논리로 반론을 펼쳤다.

이런 액세서리 부착 피해에 대해 일부 치과 전문의들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치아에 전혀 피해가 없고 시술이 간단한 액세서리 부착법이 개발되었는데도 일부 치과들이 종전의 액세서리 시술법을 고집한다는 것.

“지난 4월 이후에는 치아를 갈거나 구멍을 뚫지 않고 접착제를 써서 액세서리를 부착하는 시술법이 개발되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특히 기술 개발국인 미국과 스웨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종류의 접착식 액세서리를 수입했는데 종래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강북 삼성병원 심미치과 이종업 교수). 이교수는 “접착식 액세서리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많은 치과 전문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원하는 사람은 즉시 시술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보석 세공사는 치과의사들이 기존 부착법을 고수하는 속내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입한 치아 액세서리의 가격이 2만~7만 원으로 워낙 저렴하게 반입되는데다, 시술도 간단해 웬만해선 돈이 안 된다. 하지만 기존 방법으로 할 경우 세공비도 숨길 수 있고, 치아를 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기술료를 붙일 수 있다.” 그는 또 “일부 부유층에서는 좀더 큰 다이아몬드를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붙이기를 원하는데, 수입 제품들은 대중화·정형화했기 때문에 기존의 시술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최근 치아 피해가 전혀 없다는 접착식 액세서리에도 부작용 논쟁이 벌어진다. 수입제품이 붐을 이루자 국내의 한 업체가 지난 6월부터 이들 제품을 본떠 치과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개인이 직접 붙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 업체는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 광고까지 지하철에 부착하고, 조만간 할인점과 팬시점에서도 이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4만~6만 원으로 그 종류만 24가지에 이른다. 제품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각종 실험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거쳤기 때문에 하등의 지장이 없다”며 “의료용이 아닌 일반 상품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치과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치아 피해가 없다는 것은 전문의가 시술했을 때 피해가 없다는 것이지 일반인이 붙여도 부작용이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M치과 원장은 “접착식 치아 액세서리는 치아를 갈거나 구멍을 뚫지 않는 대신 치아에 인산처리를 해야 하는데 인산을 너무 많이 바를 경우 치아가 녹을 가능성도 있고 구강 내 살에 닿을 경우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며 “특히 인산제를 어린아이가 만지거나 마실 경우 사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또 접착물을 억지로 뗄 경우 치아의 흔들림까지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좀더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경구가 떠오르는 세태다.



주간동아 2001.07.26 294호 (p40~41)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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