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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나”… 합병은행장 싸움 박터진다

국민 - 주택 합병 작업 두 달 가까이 제자리걸음 … 행원들 몸사려 거래기업만 죽을 맛

  • < 김준현/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 kimjh@jankyung.com

“나야 나”… 합병은행장 싸움 박터진다

“나야 나”… 합병은행장 싸움 박터진다
‘이런 식으로 합병하면 과연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보는 금융계의 눈길에는 이런 의문이 담겨 있다. 지난 4월23일 두 은행이 어렵사리 합병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한몸 만들기를 위한 합병작업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합병추진위원회를 통해 실무작업을 벌이지만 현재 속도라면 예정된 11월1일 출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합병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합병은행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계의 일치된 견해. 그러다보니 합병은행의 경영방침에 대한 예측성이 떨어져 다른 작업조차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두 은행이 시간에 쫓겨 합병 본계약을 맺었던 조급함에서 비롯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금융계에서는 두 은행의 합병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합병은행장 선임 등 핵심사안에 대한 원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합병 본계약을 맺은 후 두 은행의 합병작업은 사실상 중지상태다. 두 은행이 그동안 보인 가시적인 성과는 근무복 통일, 예금금리 통일, 두 은행 이사 상견례(6월14일) 등 미미한 분야에만 머물고 있다. 전산통합, 인사 및 조직규정 등 핵심적인 분야는 아직 손도 못 대었다. 합추위와 실무작업반에서 두 은행의 규정을 가져다놓고 훑어보고 있을 뿐이다.

합추위는 현재 내부적으로 합병과 관련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어느 하나의 사안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두 은행 실무자를 중심으로 외국 합병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가는 ‘신사유람단’을 파견하는 등 한가로운 모습조차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합병작업과는 별도로 뉴욕 증시 상장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몸 만들기에 나서야 할 두 은행이 여전히 따로따로 일하는 꼴이다.

“나야 나”… 합병은행장 싸움 박터진다
합병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합병은행장 문제 때문이다. 누가 합병은행장이 될 것인지에 따라 합병은행의 경영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쉽사리 실무 작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만약 A은행 인사 시스템을 쓰기로 실무선에서 합의했더라도 합병은행장이 B은행 출신으로 결정되면 뒤바뀔 수도 있다”면서 이같은 염려를 뒷받침했다. 합병은행장 결정 이전까지는 사실상 현 상황에서 한 발짝도 앞서 나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범수 합추위 간사위원은 이에 대해 “합병은행장을 조기에 선정하면 오히려 합병작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합병은행장을 선임하면 곧바로 모든 실무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미리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마치 주춧돌을 놓지 않고 기둥부터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금융계의 평가다. 합병은행장 선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통합작업도 지연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두 은행도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합병은행 출범 석 달 전에는 은행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희망을 비치고 있다.

합추위 관계자들은 통합은행장 선정작업이 6월21~22일 합추위 위원 및 대책본부 직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 이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히고는 있다. 아울러 합추위는 최근 통합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사전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추위의 통합 은행장 선정작업은 두 은행의 대주주로 구성한 행장 추천위원회를 구성, 통합 은행장 후보를 선정해 주주총회에 상정·의결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합병은행장 선임에 적극적인 곳은 주택은행이었다. 주택은행측은 김정태 행장이 김상훈 국민은행장보다 시장의 평가나 지명도 면에서 앞선다고 보기 때문. 주택은행 관계자는 “합병은행장이 선임되면 탈락한 은행측에서 실망감 때문에 작업이 늦춰질 수도 있지만 이는 은행원의 생리를 모르는 것”이라며 “행장이 결정하면 모두 따라가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행장이 합병은행장이 될 것임을 자신하는 발언이다.

국민은행측도 합병은행장 선정 일정을 늦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합병은행장 선임문제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도 가능하면 빨리 선정하자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며 “두 은행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선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행장이 합병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밀릴 이유는 없다는 생각인 셈이다.

정부측은 주택은행 쪽의 ‘선 (행장) 선임, 후 통합’ 논리보다는 ‘선 통합, 후 선임’을 주장하는 국민은행 주장에 기운 듯한 모습이다. 통합 행장을 먼저 선임할 경우 통합 행장을 내지 못한 은행 쪽에서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그러나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정부에서는 양쪽이 지칠 때까지 뜸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병은행장 선임문제가 아직 뚜렷한 해법을 보이지 못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두 은행 임원들은 요즘 행장 자랑에 발벗고 나섰다. 행장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자리’가 결정되는 임원들로서는 당연한 태도다. 금융계에서는 “업무는 제쳐놓고 은행장 나팔수가 되어 백방으로 뛰고 있는 두 은행 임원들의 입이 부르튼 지 오래”라고 비꼬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두 은행 직원들도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합병은행장이 타행 출신으로 결정되면 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즘 두 은행에서는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행원들이 규정상 책 잡힐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있어 거래 기업들만 죽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병은행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수록 은행장 결정 후의 후유증도 크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두 행장을 제외한 제3의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합병은행에서 2대 주주의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두 은행의 태도를 보고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일·상업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의 초대 행장에 외부인물(김진만 전 행장)을 임명했다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정부측이 쉽사리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은행이 우량은행인데다 지난해 합병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을 정도로 조직문화가 남다르다는 점에서 두 행장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상훈`-`김정태 두 은행장은 그동안 여러 번 우량은행 간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병주도권 및 경영통제권이 있는 형태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경영통제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의사결정이 불투명해지고 문제 해결이 복잡하게 꼬이거나 늦춰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두 은행의 합병이 시티그룹의 사례가 될 것인지, 미즈호 그룹의 전철(前轍)을 밟을 것인지(상자 기사 참조), 금융계가 주시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6.28 290호 (p32~34)

< 김준현/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 kimjh@j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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