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2

2001.05.03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 < 방콕·페낭=소종섭 기자ssjm@donga.com >

    입력2005-01-21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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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바, 프랑스제 고급 식기에 일류 요리사가 만든 최고급 요리, 그리고 창가를 스치는 아름다운 자연. 이쯤 되면 사람들은 최고급 호텔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헌데 호텔이 아니라 열차 얘기라면 믿어질까. ‘꿈의 열차’라고 하는 호화열차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가 바로 그것. 영국의 유명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의 무대로도 잘 알려진 열차다.

    188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운행을 시작, 유럽 사교계를 주름잡던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현재 유럽, 호주, 동남아에서 운행한다. 이 가운데 태국 방콕에서 싱가포르까지 한 달 평균 3~4회를 운행하는 ‘이스턴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를 지난 4월9~10일 이틀간 타봤다. 1993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특급열차는 22개 차량으로 연결되어 있고, 총길이는 400m,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20여 분이 걸린다.

    특급열차의 객실은 3종류로 나누어져 있다. 상하 2단 침대형으로 되어 있는 풀맨 캐빈(36실)과 트윈 침대형으로 되어 있는 스테이트 캐빈(28실), 그리고 특실인 프레지덴셜 스위트(2실) 등. 2인 기준 모두 132명이 탑승할 수 있다. 벽면은 고급스런 나무로 장식하였고, 환풍기 덮개에서 전등 장식까지 모든 것을 우아하고 격조있게 꾸민 객실은 최고급 시설을 갖췄다. 그래 봐야 기차인데…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우선 냉-온수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사우나 시설이 있다. “고객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샤워실 문에 기대는 것은 삼가 달라”는 주의사항과 약간 좁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 샤워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화장실과 세면대도 객실마다 모두 있다. 최신형 에어컨을 설치하여 실내는 30℃를 오르내리는 바깥과 완전히 별세계다. 뿐만 아니다. 종업원이 배달하는 중국산 차나 커피를 언제든 마실 수 있고,동남아 특산품인 과일도 객실에서 즐길 수 있다. 옷장 헤어드라이기 금고 비누 샴푸 린스 로션 타월 잠옷 등도 다 갖춰져 있다. 최고급 호텔이 열차에 그대로 옮겨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열차의 매력은 객실에만 있지 않다. 내부를 중국과 태국풍으로 꾸며 동양적인 이미지가 물씬 나는 분위기로 장식한 4대의 식당차, 음료와 술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전망 바와 메인 바 등도 있다. 맨끝 칸은 ‘오픈카’여서 탑승객들이 동남아의 아름다운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벽이 뚫려 있다.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룸도 있어 승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단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사위와 카드를 이용한 게임은 환전하지 않는 칩을 이용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 법으로 도박을 금지하기 때문에 현금을 써서 게임을 하다 적발되면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바에서는 짬짬이 피아노 연주와 가수의 공연이 벌어져 승객들에게 한껏 여행의 흥취를 돋워준다. 전망 바에서는 원하는 승객들에게는 시가도 나눠준다. 바에서 만난 점술가는 “당신은 내년에 돈을 많이 벌 것”이라 말하고 카드를 이용한 기막힌 마술을 보여주던 마술사는 “(속칭)야바위에서는 돈을 딸 수 없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승객들에게 충고한다. 야릇한 흥분과 여행의 설렘이 열차를 가득 메운다. 가방 등 각종 소규모 고급품들을 최대 70%까지 할인해 살 수 있는 간이판매소도 승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 중 하나.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특별한 시설을 갖춘 특급열차라 일반인이 이용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찮다. 방콕에서 싱가포르까지(2박 3일간) 풀맨 캐빈을 이용할 경우 한 사람이면 2090달러, 둘이라면 각각 1390달러를 내야 한다. 우리 돈으로 치면 최소 160만원이 넘는 돈. 방콕에서 페낭까지(1박 2일) 간다고 해도 혼자면 1460달러, 둘이면 970달러를 내야 한다. 최소 1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스테이트 캐빈이나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이용할 경우는 풀맨 캐빈을 이용할 때보다 50~100% 정도가 더 비싸다.

    워낙 유명한 특급열차다 보니 가끔 특별한 이벤트도 열린다. 이번에는 코냑으로 유명한 헤네시 사(社)에서 열차를 통째로 빌려 ‘The Luxury Journey of Discovery’라는 이름으로 신제품 출시 기념회를 가졌다. 헤네시 사는 이 행사를 위해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헤네시 관계자들을 특급열차로 초청했다. 헤네시 사 관계자는 1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해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헤네시 사가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 코냑은 14종의 포도 원액으로 만든 ‘프라이빗 리저브’. 부드러움 속에 강렬한 향이 숨어 있는 이 코냑은 특히 여성들이 즐기기에 적합해 코냑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헤네시 사 한국 지사인 모엣 헤네시 코리아의 배보수 사장은 “한국인들에게 코냑이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특급열차를 이용한 ‘특별한’ 이벤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급열차는 중간 기착지인 후아 힌 역에서 지역주민들도 대거 구경나온 가운데 출시 기념회 겸 이색 환영회를 치렀다.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코끼리 세 마리에 나눠 탄 모델들이 헤네시 사의 최고급 코냑인 ‘리처드 헤네시’와 ‘파라디 엑스트라’ 그리고 ‘프라이빗 리저브’를 헤네시 사 고위 간부들에게 전달하는 의식.

    ‘레일 위 특급 호텔’ 동양의 신비 속으로
    마크 베딩함 헤네시사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특급열차를 이용해 출시 기념회를 가진 것도 이런 이유”라며 “한국 진출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출시한 ‘프라이빗 리저브’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과 좀더 가까이 만나고 싶다”고 출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은 한해 10명 안팎만 이용한다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특별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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