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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노예노동 ‘생지옥의 어린이들’

아프리카 빈국 출신들 2만~3만원에 팔려 … 전쟁터 매음굴 등서 절망의 나날

  •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

목숨 건 노예노동 ‘생지옥의 어린이들’

목숨 건 노예노동 ‘생지옥의 어린이들’
21세기에 노예소년이? 인류문화를 야만으로 되돌리는 듯한 노예문화가 21세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소년소녀들이 노예노동으로 죽어간다. 냉혹한 죽음의 노예상인들은 가난에 찌든 부모들에게서 2만~3만원의 헐값에 소년소녀들을 사들인다. 기술교육을 시킬 거라는 속임수도 동원한다. 16~19세기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그랬듯 강제납치라는 고전적인 수단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끌려간 소년소녀들의 종착역은 코코아농장 또는 매춘굴이다. 반인류적인 죄악, 어린이 노예노동의 실상은 일반의 상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최근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베냉에서 200여 명의 소년소녀를 싣고 떠난 선박의 행방을 두고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렸다. 베냉의 코투누 항구는 지난날 노예무역으로 악명을 떨치던 서아프리카의 여러 항구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97년에도 베냉 경찰은 소년소녀들을 팔아 넘기려던 5명의 노예상인들을 체포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이 발각하는 것은 전체 범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다.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 인신매매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인신매매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다.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빈곤이 인신매매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아프리카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00~1000달러에 지나지 않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내전 투입돼 소모품 역할

노예무역 상인들은 가난한 부모들에게서 그야말로 헐값에 아이들을 사들인다. 이를테면 서아프리카의 빈국인 베냉과 토고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20~30달러에 거래한다. 상인들은 부모들에게 “우리에게 맡기면 기술교육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상인들로서는 지출해야 할 돈이 더 있다. 국경 세관원들에게 건네야 할 뇌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아이들을 먹여야 할 식량과 운송비 등에 대한 투자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소년소녀들이 지불해야 할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일부 소년소녀들은 도회지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납치되기도 한다. 이들은 서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나은 형편인 나이지리아, 가봉 같은 데로 실려가 팔리거나 섹스사업을 하는 마피아 조직들에 넘겨진다.

예전에는 중앙정부가 치안행정 기능을 잃고 내전에 휩싸인 국가들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어린이 인신매매는 현재 더 확산되는 추세다.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가봉, 부르키나파소, 토고 등지에서 어린이 인신매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긴다. 많은 소년소녀들이 노예상인들의 우악스런 손에 끌려 목적지로 가는 동안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도망친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냥을 하다 지친 어린이들 가운데는 제 발로 매음굴로 들어가기도 한다.



코트디부아르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인신매매 시장이 있다. 현지의 부유한 마나님들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소년소녀들을 사가곤 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 항구에 있는 한 5층짜리 건물은 96년까지 현지 사람들에게 거지반 공개적으로 알려진 소년소녀 밀매현장이었다. 현지인들은 그곳으로 가 소년소녀들을 골랐다. 경찰이 그곳을 덮쳤을 때 7~17세의 노예 소년소녀들이 영양실조 상태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인신매매업은 레바논인들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레바논인들은 서아프리카 일대의 무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반란군에 납치되어 군사훈련을 받고 내전에 투입되는 소년병도 엄격히 말한다면 노예노동의 한 형태다. 필자가 지난해 시에라리온에서 만난 반군 혁명연합전선(RUF) 출신 소년소녀병 가운데 일부는 가슴에 낙인이 찍혀 있었다. 소년소녀 병사들이 도망을 못 가도록 반군조직이 면도날로 새겨놓은 ‘RUF’라는 세 글자였다. 만약 이들이 도망가는 데 성공해도, 정부군에 잡히면 그 낙인 때문에 사살되기 십상이다.

시에라리온에서 필자가 인상적으로 느낀 또 다른 현장은 수도 프리타운에서 대서양 연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는 돌산의 채석장이었다. 그 채석장에서는 12~15세의 소년들이 어른들에 섞여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 10시간을 웅크리고 앉아 쇠망치로 돌을 두드려 깨고 받는 임금은 놀랍게도 1달러에도 채 못 미쳤다. 노예노동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생존에 매달려야 하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저임금 구조를 말해주는 한 보기다.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르완다, 부룬디, 앙골라, 수단, 소말리아, 차드, 라이베리아 같은 곳에서도 소년병들이 흔하다. 이들은 군인 막사에 갇혀 병참일을 거들거나 전투의 소모품(소년병)으로, 또는 섹스의 노예로 힘든 나날들을 보낸다. 이 가운데는 겨우 10세 난 소녀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프리카 각국 경찰서나 파출소는 아이들의 신상명세서를 적어놓은 파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되었다. 노예상인들 손에 납치되었거나 꾐에 빠져 가출한 아이들과 관련된 파일들이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말리의 경우도 그렇다. 이곳 관리들은 “적어도 1만5000명의 말리 어린이들이 이웃 아이보리코스트의 코코아 농장에서 노예노동을 하고 있을 것”으로 막연히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보리코스트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일대의 코코아농장들은 전 세계 초콜릿 원료의 절반을 공급한다. 국제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20만 명쯤 되는 소년소녀들이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봉의 코코아농장과 커피농장에서 노예처럼 혹사당하고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들 가운데는 11세 난 꼬마들도 있다. 농장에서 도망치려다 잡히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인권단체들이 도망친 소년들을 면담한 한 기록에 따르면, 도망치다 붙잡힌 어린이들은 감금상태에서 먹고 마실 것을 주지 않아 자신의 오줌을 마시기도 하는 비참한 처지에 빠지기도 한다.

국제적인 어린이 구호단체인 ‘어린이 구하기’(Save the Children)는 말리 현지에 사무소를 차리고, 도망 나온 어린이들을 부모에게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하는 일이 없다. 탈출에 성공해 그 사무실을 찾아오는 어린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마시는 코코아는 그 어린 노동자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탄식한다. 코코아 판매로 돈을 버는 다국적기업들이 이런 어린이 구하기 캠페인에 참여해 노예 소년들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부모들이 어린 소녀들을 파는 것은 일종의 오랜 전통이다. 현지에서는 소녀들을 돈으로 사들인 남자를 ‘설탕 아빠’라고 한다. 이들은 소녀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면서 섹스를 제공받는다. 어디까지나 아프리카의 사회관습이라서 범죄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남아프리카 더반, 그리고 케이프타운도 어린이 밀매가 성업을 이룬다. 잠비아에서만 7만 명의 어린이가 매춘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모로 일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아이보리코스트의 아비쟝 등 아프리카 대도시의 많은 중상류층 가정들은 외국 국적 또는 시골지역 출신 소녀들을 가사노동에 쓰고 있다. 많은 경우 임금 지불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있다 해도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베냉이나 토고같이 전체적으로 가난해 그들을 가정부로 흡수할 만한 사회여건이 되어 있지 못한 곳의 가난한 소년소녀들은 가봉처럼 인구는 적은데 석유가 풍부하게 나는 나라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 인신 매매범들이 개입해 코코아농장이나 매음굴로 팔려 가는 것이다.

‘어린이 인신매매’라는 제목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펴낸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5개의 어린이 인신매매 네트워크가 이뤄져 있다. ▷남미에서 서유럽과 중동으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북미, 북유럽, 그리고 중동으로 이동하는 2개의 인신매매망과 ▷유럽지역 시장 ▷중동지역 시장 ▷서아프리카 소녀 밀수출시장 등 3개의 붙박이시장이다.

유럽으로 팔려가는 일부 소년소녀들은 국제적인 운동경기 때문에 입국하는 스포츠 팀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얼마 전 스위스 당국은 30명의 소말리아 어린이들을 그런 식으로 들여오려던 범죄조직을 적발했다. 로마 교황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할 것이란 구실도 댄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소년소녀들은 매춘 또는 포르노 촬영 등 섹스시장의 노예로 전락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불법 입국자 문제가 언제나 큰 이슈다. 서유럽 국가들이 최근 아프리카 노예선 보도를 크게 하는 것은 인권 차원의 접근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골칫거리인 불법 이민자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보기 때문이다.

영국 경찰은 해마다 수백 명의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이 영국을 거쳐 유럽 섹스 시장에 팔려간다는 사실을 잡아냈다. 18세 이하인 이들은 영국 공항에 도착한 즉시 난민 신청을 한다. 현행 영국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즉시 추방하지 않고 일단 사회기관에 수용하여 난민심사를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몇 주 뒤 그들은 의문의 전화를 받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영국 경찰은 일부 구속된 인신 매매범들의 자백으로 미뤄, 그들이 주로 이탈리아로 옮겨져 매춘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소녀들은 기술을 배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신 매매범들의 꾐에 빠져 범죄조직에 스스로 협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매춘을 강요당하는 소녀들은 최고 5만달러까지 빚 아닌 빚을 진다. 범죄조직들끼리 희생자들을 여러 번 사고파는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겨진 ‘교통비’다. 이를 갚으려면, 2~3년은 밤낮으로 몸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유엔 어린이권리장전(1989년) 32조는 “경제적 착취로부터 어린이가 보호받을 권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ILO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5~14세의 미성년 노동자를 2억5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 절반인 1억2000만 명이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5~11세의 5000만~6000만 명은 그들 나이에 비추어 위험한 일을 한다.

99년 3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소년 노동문제를 다루는 ILO 회의에 참석해 소년노동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소년노동은 위험한 노동조건 아래 놓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육체적-정신적 그리고 감성적인 스트레스를 겪는다. 소년 노동자들은 (교육기회를 잃어버렸기에) 어른이 되면 실업에 직면한다.” ILO는 가장 나쁜 형태의 미성년노동으로 노예노동을 꼽는다. 최근 베냉에서의 노예선 파동을 계기로 반인류적인 어린이 노예노동이 뿌리 뽑히길 바라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인간의 저열한 욕망이란 수요가 그런 노예노동이란 공급을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5.03 282호 (p56~58)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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