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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현명한 이기주의자’가 되라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나의 것”

너무 당당한 ‘男과 女’의 마이 웨이 … 자신부터 사랑하고 행동에는 철저히 책임져야

  • < 황일도 기자 shamora@chollian.net >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나의 것”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나의 것”
▶ 이기적인 여자 이숙경

웹진 ‘아줌마닷컴’의 편집장 이숙경씨(37)는 일주일에 사흘은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 여섯 살 난 딸에 대해 아예 신경을 꺼버린다. 밥 지어먹기도 일주일에 딱 세 번뿐. 하루 세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이다. 지지난해부터는 명절에도 시댁에 가지 않는다. 당연히 제사상을 차리지도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자신의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수다를 떤다. “내 옷 단추 꿰맬 시간도 없는데 남편 옷 다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그녀는 정말 ‘이기적인’ 여자다.

“낮 시간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 있어요. 월-수-금 저녁에는 제가, 화-목-토 저녁에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지요. 그렇다고 그 애가 불행한 걸까요. 외동딸인 그 애가 어린이집에서 사회를 배우는 게 눈에 보이는 걸요.”

‘엄마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이라는 명제가 이 집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그는 맛난 음식을 독차지하려는 아이에게 ‘너만 먹냐’고 딴지를 건다. 물론 그의 딸에게도 이 ‘새로운 모녀관계’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는 마찬가지.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 것은 가는 게 안 가는 것보다 손해나는 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자신에게 손해이고, 결국은 가족 모두에게도 손해라는 것이다. “시댁에 간다고 해도 명절 내내 뾰루퉁한 기분은 결국 남편에게 화내는 걸로 풀게 되잖아요. 가도 싸우고 안 가도 싸울 거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대신 그는 시댁 식구들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했다. 고정관념 속의 역할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것. 시누이를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여자 후배와 똑같이 대하는 식이다.



가사노동 역시 철저히 분담한다.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는 것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일까지 모두 나뉘어 있다. 그녀에게 가족은 돌보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일 따름이다. “이상한 여자 만나 남편만 고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적어도 내 남편은 온 가족의 운명이 자기 어깨에 걸려 있다는 어마어마한 부담감에 시달리지는 않는다”고 응수한다. “현모양처의 남편이라고 해서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아마 ‘아내가 답답하다’고 투덜댈걸요.”

가족을 위한 희생 대신 ‘아줌마’로서의 권리를 말하는 이숙경식 이기주의자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그는 말한다. 내가 불행하다면 내 주위 사람 역시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자각하기, 이것이 제1단계다. 2단계는 가족이라는 틀을 조금씩 엷게 만들기. 가족의 경계가 단단해지면 그 안에 개인이 함몰되는 건 물론이고 사회 역시 갈수록 더 썰렁해진다. 3단계는 섣불리 남을 구분하지 않기. 당당한 나를 완성하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숙경식 이기주의는 폐쇄적인 욕심과는 다른 ‘공생적’ 이기주의가 된다.

“쉽지는 않아요. 특히 주위를 설득하는 게 어렵죠. 다른 이들의 삶을 몇 마디 자극으로 바꾸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요. 꼭 지도 없는 길을 가는 기분이랄까요.” 나를 위해 산다고 해서 무조건 싸우려고만 들면 안 된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힌트다. ‘다시는 시댁에 안 가!’라는 신경질은 오히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 “조금씩 방법을 찾으며 꾸준히 기다리세요. 어느 날부터 다들 ‘그러겠거니’ 하는 날이 온다니까요.”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하는 욕심만 버리면 많은 것이 풀린다는 이숙경씨의 실전 전략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세상이 참 바뀌기는 바뀌는가봐.”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들려달라는 말에 조영남씨(56)가 불쑥 던지는 말이다. “내가 말야, 20년간 ‘가족을 버린 놈’이라고 왕따 당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비결을 알려달라는 사람이 다 있단 말이지.”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기인이라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인생살이에 대해 그는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안 쓰기’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 가족에 대한 책임을 자기보다 우선시하라는 가르침은 그에게 그저 ‘말짱 거짓말’일 뿐이다. “누가 뭐래도 내가 편해야 사는 거지. 그걸 잘못 가르쳐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니까.” 그는 오히려 자신을 얼마나 중심축으로 세울 수 있는지가 삶의 힘을 결정하는 관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주류의 생각을 거스르며 사는 거니까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 내 인생 때문에 다친 사람들도 있고 말이지.” 그러나 그는 과감히 ‘내쳤다’. 사람들의 기대를 내치고, 맺고 있는 관계와 위치를 내친다. 두 번째 아내가 된 백은실씨를 만나자, 첫 아내였던 윤여정씨와 두 아들이 떠난 것도 이 ‘내치기’에 속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주위의 피해가 자신의 원칙을 조금도 약화하지는 못하더라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갈등을 푸는 노하우로 선뜻 ‘균형잡기’를 꼽았다. 피해를 준 게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다 내주는 한이 있어도 상대방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종의 계산에 의한 배려나 양보지. 그럼에도 상대방이 나를 원수로 삼지 않도록 뭔가를 줘야 하는 거야.” 첫 아내와 이혼할 때 위자료로 자신의 전재산을 내 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이기주의자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가 정말 원하는 하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식 책임’을 모두 저버리는 일은 그 정도의 대가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6년 전 입양해 키우는 딸 은지(11)도 결국은 그 균형잡기의 다른 변형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사회환원 의무감’에 대해 균형을 잡기 위해서였다는 것. 비록 조씨의 두 번째 이혼 후 줄곧 엄마 없이 자라기는 하지만, 그는 그런 은지를 염려하는 주위의 눈길이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은지가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되는 거잖아요.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신경질적인 엄마보다는 전폭적인 애정을 쏟아붓는 아버지가 더 나은 거 아니냐고.” 남들이 보기엔 ‘결손가정’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만큼은 어느 집 못지않게 안정적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었다.

“나는 꿈을 믿는 사람이 아니야. 이 다음에 내가 죽고 나서 뭐가 어떻게 되었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했으면 하는 그런 꿈 말야.”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방식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배우고 싶다고 따라나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누구나 이렇게 살아야 한다기보다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일 뿐이야. 만약 나처럼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라 말아라 할 게 없는 거라고.”



주간동아 2001.05.03 282호 (p38~39)

< 황일도 기자 shamora@chollia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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