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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물결… ‘정치권 빅뱅’ 꿈틀

“이대로는 안 된다” 분위기 확산… 내년 7월 민주당 全大 이후 급류탈 듯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개혁파 물결… ‘정치권 빅뱅’ 꿈틀

개혁파 물결… ‘정치권 빅뱅’ 꿈틀
대통령 선거를 1년 8개월 앞두고 기존의 정치지형을 변화하려는 새로운 용틀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개헌론과 정계 개편론에 이어 여야 개혁파 의원들의 새로운 주체 세력론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본질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대선 예비 주자들 사이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속도를 빨리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모임들도 속속 생겨난다. 때문에 정가에는 이른바 ‘정치권 빅뱅’의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정계 대변화는 올 것인가.

정치 지형의 변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여야 개혁파 의원들의 행보다. 지난 4월18일 한나라당 비주류의 간판격인 김덕룡 의원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제3의 정치세력을 기대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후 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곧 뉴스였다.

보수정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

이런 움직임에 대해 나라정책원 김광동 원장은 “개혁파 의원들은 현 여야 구도 속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름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한다. 여야 모두 5, 6공 출신들이 지도부를 형성하는 등 갈수록 보수화하는 정치권의 전반적인 흐름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원장의 지적처럼 이미 ‘국회 바른 정치 실천연구회’(회장 신기남 의원)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물밑에서 김중권 대표의 거취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총재를 빗대어 “보수가 아닌 수구에 가깝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아직 공개적이고 세력화한 목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 저변에 이런저런 모색의 분위기가 움트는 가운데 개혁 성향의 여야 중진 의원들이 정당을 초월한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4월30일 개최할 예정인 ‘화해와 전진을 위한 포럼’(약칭 화해포럼)이 그것. 이 모임에는 민주당 김원기 정대철 김근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 민국당 김상현 최고위원, 그리고 함세웅 신부, 서울대 백낙청 교수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정치개혁을 위해서”라고 모임 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이 모임이 ‘제3세력’ 출현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를 주목한다. 미묘한 시기에 여야를 망라한 모임이라는 점, 이들이 현재의 여야 지도부에 나름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 등 때문이다.

‘화해포럼’은 지난 2월14일 창립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정개모)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정범구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5명과 안영근 김영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8명이 모인 정개모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개정문제 등에 대해 꾸준히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인터넷을 통한 입법지원 활동을 펼치는 ‘보트코리아’(votekorea)도 눈길을 끄는 모임이다. 여기에는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등 여야 소장 개혁파 의원 27명이 참여한다. 만약 이들 모임이 연대해서 정치세력화할 경우 명실상부한 ‘개혁정당’이 출현한다는 점에서 정계의 일대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개혁파 물결… ‘정치권 빅뱅’ 꿈틀
그러나 이들 모임의 연대는 아직 하나의 ‘가능성’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개모 소속 일부 의원들은 최근 ‘화해포럼’ 참여문제를 논의했으나 “좀더 시간을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에게서 연락이 와 장성민 정범구 김태홍 박인상 의원 등과 참여 여부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화해포럼’의 지향과 목적이 아직 분명치 않다는 것이 이유.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 단계에서 개혁세력이 과연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뭉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다. 그동안 당내 보수파 의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지난 20일 한 사석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모를까 대선전에 당을 뛰쳐나가 야당을 분열시켰다는 굴레를 뒤집어쓰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 소장개혁파 인사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김영춘 의원도 “구체적인 일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새로운 세력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당장 새 세력이 출현하기에는 지역감정에 바탕을 둔 공고한 정치분할구도가 형성되어 있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도 “주체세력과 명분 여론 등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아직 시기가 그렇지 못하다.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 논의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는 다음해 7월 이후 다시 한번 정가의 핵심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큰 정국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 노무현 상임고문이나 김근태 최고위원 등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여야 개혁세력들은 민주당의 우산 아래 결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무현 고문측에서 내심 바라는 구도다. 이렇게 되었을 경우 대선구도는 여야 후보와 제3후보 등 3파전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김중권 대표 등이 후보가 된다면 개혁세력들은 독자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대선구도는 여야 후보, 개혁세력 후보, 제3후보 등 3파전이나 4파전 양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어떤 경우든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움직임은 큰 변수가 될 듯하다.

‘제3세력’의 출현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현재 정치권은 이들의 움직임에 따른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조짐”이라는 해석이 많이 나온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이념과 동질성이 없는 한나라당이 분열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김덕룡 의원 등의 행보는 이미 이회창 총재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대선주자의 측근은 “공룡이 침몰하기 시작한 것으로, 폭포로 흘러가는 물처럼 갈수록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DJ 대 반DJ의 대립구도가 시대변화에 따라 개혁 대 수구의 대립구도로 바뀌는 것으로, 한나라당 이총재는 본인 의지에 관계없이 수구세력의 대표자로 자리매김하는 큰 판의 변화를 시작하였다”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석은 영판 다르다. 영남지역 한 재선 의원은 “분열이 아닌 일부 이탈은 있을 수 있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재편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박근혜 부총재도 ‘주간동아’와의 인터뷰(14쪽 기사 참조)에서 “한나라당이 분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최근 “일부 개혁세력의 세력화는 오히려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연구소 한 관계자는 “개혁세력이 세력화한다 해도 내년 7월 이후이며, 그런 상황은 오히려 한나라당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총재 지지표에서의 이탈보다 개혁 성향표의 민주당 이탈이 훨씬 많다는 것. 이는 한나라당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을 여야 후보로 가상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이 뜰 경우 두 사람 간 표차는 7%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 개혁신당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 표를 가져가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40~50대, 여성, 자영업자 등 이총재를 지지하는 표는 개혁정당의 출현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상자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지난 17일 정창화 총무가 ‘5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논의 절대불가’에서의 입장 선회는 ‘제3세력’의 세력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최근 정국은 불확실성의 혼미함 속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내보이며 꿈틀거린다. 분명한 것은 현 구도를 깨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일 여권 고위 관계자가 ‘정기국회 이후 개헌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처럼 갈수록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적인 변화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나서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전까지는 여야가 서로 판을 흔들기 위한 ‘잽’의 성격이거나, 진짜 큰 판을 만들기 위한 숙성단계로 봐야 할 듯하다.









주간동아 2001.05.03 282호 (p12~14)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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