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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주주총회’가 지나간 자리

‘주주총회’가 지나간 자리

510개에 이르는 12월 결산법인의 주총이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들의 실상이 상당히 드러난 것 같다. 외부감사인에 대한 법적 책임도 크게 강화하여, 분식결산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도 만들어진 것 같다. 총회꾼들의 박수와 선동에 밀려 일사천리로 진행하던 몇 년 전의 주총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이룩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경영투명성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소액주주운동의 한계는 물론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배구조의 정립도 아직 미해결의 현안으로 남아 있다. 몇 시간 동안 고함을 지르며 난상토론을 벌이는 아날로그 시대의 모습도 디지털 문화로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주총에서 제기한 이런 현안들을 정리하여야만 내년엔 한 단계 승화한 주총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주총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던 현안은 역시 사외이사제였다.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충원시키는 엄격한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기업은 오히려 등기이사수를 줄이는 편법으로 일관하였다. 획일적으로 과반수의 사외이사를 요구한 것 자체도 무리였지만, 기업의 전략적 대응은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게다가 사외이사의 선정과정과 권한 및 보상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기업은 나름대로 인사청탁에 시달리면서도 적합한 사외이사 후보를 찾지 못해 인물난을 겪었고, 시민단체는 주총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의 선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것은 다시 소액주주운동의 한계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외이사제는 물론 불투명한 경영관행으로 얼룩진 과거의 기업문화를 개혁하자는 것이니 당연히 투명성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경영의 효율성에 대한 기여를 간과한다면, 본말(本末)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 아무리 투명한 기업이라도 이익을 내야만 주주의 권익도, 기업가치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경험과 식견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만 한다. 사외이사의 자격과 기능이나 보상도 이런 관점에서 결정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감시기능만 강조하여 기업과 사외이사를 대립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감사위원회도 법적으로는 엄청난 기능과 권리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사외이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한 감사위원회가 어떻게 적절한 감사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상근 감사제도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진국의 이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감사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현실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짧은 기간 엄청난 변화… 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 남겨



소액주주운동은 그동안 경영투명성의 확보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이번 주총에서 특정인을 선출하기 위한 시도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사안에는 불가피하게 정치논리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시민단체의 순수성과 신뢰성에 큰 오점을 남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투명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행여 순수성에 조그만 상처라도 준다면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역시 특정인의 선임보다는 제도개혁에 앞장서고, 특정 기업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보편화한 부당 관행을 개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문화에 토착화시킬 수 있는 제도개선을 채찍질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목적의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시민운동과 함께 재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투명성을 강조해도 이익을 낼 수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력과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기업의 가치는 논의할 의미조차 없는 것 아닌가.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효율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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