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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지나면 무엇이 있을까

세계는 지금 '사후세계 사이트' 붐… 자살코너는 맛보기, 영혼ㆍ환생ㆍ전생등 폭넓게 다뤄

저승길 지나면 무엇이 있을까

저승길 지나면 무엇이 있을까
2000년 말 자살 사이트 사건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몇몇 인터넷선진국에선 우리보다 앞 서 이런 사이트가 유행했다.

이들 국가에선 이제 사후세계 사이트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자살 사이트 다음에는 사후세계 사이트가 뜨지 않을까. 사후세계 사이트는 죽음 자체를 다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이 가져다주는 무게는 예사롭지 않다. 인간에게 죽음의 공포가 그 어떤 것보다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 초반 국내에서는 국어사전에서나 존재하던 단어인 ‘엽기’가 대중화됐다. 엽기는 생명에 대한 경시를 근간으로 한다. 동시에 ‘멋진 죽음’은 10대 대상 뮤직비 디오의 단골 테마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다. 영상매체들은 죽음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달려나 갔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서 자살 사이트가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이 청부살인에 활용되고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부추겼다. 죽음을 테마로 하는 사회 분위기는 사후세계 사이 트가 등장하는 토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살 사이트의 등장은 형태만 다소 다를 뿐 이미 외국에서도 나타난 일이다. 일본은 자살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책, 비디오,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살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에 그대로 이어졌다. 그중 한 곳인 자살캘린더(herz.pobox.ne.jp/kamui/jisatsu/)는 자살한 사람들의 뉴스만을 연도별로 정리해 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일본 내에서 높은 지명도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실락원’류의 동반자살, 집단자살 등 갖가지 종류의 자살을 다룬다.

주된 관심대상은 ‘임사체험’



저승길 지나면 무엇이 있을까
미국의 경우 유명 케이블 채널인 HBO에선 ‘미국 경찰관이 근무 중 살해되는 것보다 자살로 목숨을 잃는 숫자가 더 많은 까닭’을 진단하는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자살 사이트는 이미 낡은 주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살 사이트는 죽 음에 관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이단학원’ 사이트의 일부분으로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호회를 구성하거나 심도 깊은 토론, 조언 등은 없다. 그 원인은 자살도 유행과 같아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신 외국의 네티즌들은 죽음 자체로 관심을 돌린다. 영혼, 영매, 환생, 전생, 유체이탈 등이 새로운 주제로 등장한 것. ‘사람은 죽음과 동시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고 영혼은 또다른 세상으로 떠난다’는 여러 종교의 공통분모는 사후세계 사이트의 출발점이다. 각종 사후세계 관련 사이트 는 성격에 따라 체험담, 이론적 연구, 종교와의 연계, 과학적 반증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주로 ADC(After Death Communication·죽은자와의 교감)와 NDE(Near Death Experience·임사체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혼과의 대화를 통해 사후세계를 알아보려는 ADC는 최근 과학 채널(www.scifi.com) 내 토크쇼에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린다.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이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미국판 ‘TV는 사랑을 싣고’로 바뀌어 매주 방송되고 있다. 초자연현상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위험하며 모든 것이 쇼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과학 단체들의 홈페이지도 늘고 있다. 그러나 ‘www.afterdeath.com/’은 “이는 잘못된 고정관념일 뿐”이라며 “보통사람도 훈련 만 한다면 영매의 도움 없이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의 럭키덕(Lucky Duck)프로덕션이 방송을 위해 마련한 ‘www.afterdeath-tv.com/’은 ADC에 대한 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게시판이 마련된 사이트 Spiritual World (www.angelfire. com/tx2/spiritual/)는 네티즌이 실시간으로 주제에 참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의 한 주부는 영국 다이애나비의 영혼과 수 차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가 다이애나비가 그녀 앞에 나타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구술했다는 것. 그녀는 이를 정리해 EnglishRoes (www.englishrosepress.com/)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임사체험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토론에 뛰어든다. 유즈넷 (alt.consciousness.near-death-exp)에선 죽음을 체험 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고 있다. ‘www.near-death.com/’은 기독교, 유대교, 힌두교를 총망라한 임사체험이야기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가 자신의 사후에도 변함 없이 운영됐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 람을 구체화한 사이트도 있다. Aft er Life (www.afterlife.org)가 바 로 그것. 이 사이트엔 디지털 유산 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남길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배어 있다. Pet ADC (www.dorissimo. simplenet.com/stgermain/petadcs. html)는 동물들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죽은 동물들과 대화한 사람들의 경험담 을 소개한다. 이 사이트는 “당신 의 애완견은 무지개 다리 넘어 편 안한 새 세상을 맞이했다”고 말한 다. ‘spiritnetwork.com/’은 영 혼, 임상체험, UFO와 관련된 현상 을 다루는 네트워크다.

국내에선 개인 홈페이지를 중심으 로 ‘분신사마’류의 유령 이야기 가 주종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최 근엔 체계적인 모습을 갖춘 사후세 계 안내 사이트가 늘고 있다. 무속 인 성안스님의 고스트버스터(www.g hostbuster.co.kr) 사이트도 그 중 하나다. 이 사이트는 사후세계를 컴퓨터나 할리우드 영화에 비교하 며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 록 설명하고 있다. ‘www.occult.c o.kr/’는 심령의 세계를 다루는 전문 웹진이다. 심령학입문, 심령 테마극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마스터의 공포특급’은 ‘귀신의 사진과 음성’이라는 자료를 수록 하고 있다. 스카이에지닷컴(www.sk yaz. com/)은 죽음, 사후세계, 탄생 등 일련의 과정을 ‘동물환생론’에 입각하여 소개한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절망이나 실의에 빠져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자살의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 로써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 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외 사후세계 사이트는 공통적 인 특징을 갖고 있다. 죽음 자체를 경시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로 받아 들인다는 점, 생명의 존엄성을 인 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는 긍 정적 모습이며 자살 사이트와는 대 조적이다. 사후세계 관련 사이트가 국내에서 활성화할 경우 게시판 문화, 동호 회 문화와 연관되어 외국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크게 우려할 만한 문제는 아 니다. 그러나 사후세계 사이트는 유사종교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영혼을 불러내는 마법이 민 간신앙과 결합, 색다른 형태의 부 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사후세계 사이트는 피할 수 없는 조류다. 그렇다면 이를 비밀스러운 영역에서 끌어냄으로써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한 해리포터 시 리즈처럼 일상화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2001.01.18 268호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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