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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뉴프런티어|③ 한솔그룹 조동만 부회장

IT업계 제패 노리는 ‘준비된 경영인’

인터넷 분야에 역량 집중, 화려한 도약 준비… 남의 말 쉽게 믿는 단점 탓 낭패 겪기도

IT업계 제패 노리는 ‘준비된 경영인’

IT업계 제패 노리는 ‘준비된 경영인’
“소탈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부하 직원들과도 거리감 없이 어울린다.”

“정보통신 부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이 분야 전문경영인 못지않다.”

한솔그룹 조동만 부회장(48)을 만나본 사람들의 평이다.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해온 그에 대한 인상과는 사뭇 다른 평이다.

조동만 부회장의 이름이 언론에 부각된 것은 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아들 현철씨에 대한 검찰 수사 때였다. 첫 인연치고는 악연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당시 조부회장이 현철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5억원을 건넨 사실과 조부회장이 현철씨의 비자금 70억원을 대신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서는 한솔그룹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있는 것 아니냐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연히 조부회장은 특혜를 받기 위해 권력 실세나 뒤쫓아 다니는 재벌 2세쯤으로 비쳤다.

그러나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그에 대한 정보통신업계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조부회장이 PCS 사업권을 따내기 2~3년 전부터 자주 만나 자문한 인사로는 신세기통신 사장을 역임했던 광운대 전파공학과 권혁조 교수를 꼽을 수 있다. 권교수의 평가.



IT업계 제패 노리는 ‘준비된 경영인’
“진지하게 물어보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또 어떤 때는 임원들과 함께 와서 자문하기도 했다. 혼자서 결정하는 데 따른 독단을 피하려는 자세로 보였다. 뿐만 아니라 조부회장과는 정보통신 산업 전반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가능했다. 그가 정보통신에 대해 평소 공부를 많이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부회장은 현재 한국통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학회는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학계 및 연구소, 기업체 인사들의 모임. 작년 11월 임기 1년의 이 학회 회장으로 선임된 광운대 전파공학과 홍의석 교수는 “5명의 부회장 가운데 2명을 기업과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인사 몫으로 배정하는데, 조부회장에 대한 학회 내 평가가 좋아 작년 새 집행부를 구성할 때 1년 연임을 요청했고, 조부회장이 흔쾌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들은 그가 정보통신 업계 쪽에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자랑한다. 그는 컴덱스쇼나 세빗과 같은 세계적인 정보통신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세계 각지에서 온 이 분야 전문가들이나 기업경영자들과 교류를 넓혀 왔다는 것. 그가 직접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것도 외국의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한 탓인지 영어와 일본어는 막힘없이 구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동혁 금융부문 부회장, 조동만 정보통신부문 부회장, 조동길 제지부문 부회장 등 3형제가 대화를 할 때는 주로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한 임원은 이에 대해 “영어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굳이 구분하자면 ‘실무형’. 이는 정보통신 쪽에 나름대로 식견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98년 8월 국내 정보통신 업계 최초로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인 캐나다 BCI 및 미국 AIG로부터 성공적인 외자 유치를 추진했을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구조조정팀 조성기 차장은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계속된 회의나 상대측과의 전화회의 때 보여준 해박한 실무지식에 협상팀원 모두 혀를 내둘렀다”고 회고했다.

조부회장이 정보통신 쪽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레저산업.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80년대 중반부터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휴가문화도 바뀌게 되고, 그때는 리조트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말한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 일대 350만평의 임야에 조성중인 오크밸리는 사실상 그의 구상. 내년 말 스키장이 완공되면 기존의 골프장 콘도 등과 연계, 4계절 레저단지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이를 위한 투자비 조달이 문제라는 지적. 외환위기 직후 한때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곡절을 겪은 것도 막대한 투자비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공사비로만 3000억원 이상 들어갔다. 그룹측은 작년 말부터 벌이고 있는 외국 업체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투자비 조달이 한결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레저산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큰 결실을 보지 못한 케이스.

조부회장이 레저산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의 첫 직장이 호텔신라였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85년 호텔신라에 대리로 입사해 92년 총괄담당 이사 시절 한솔그룹이 삼성그룹과 완전 분리되면서 어머니 이인희 고문을 따라 한솔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호텔신라 시절 이인희 고문에게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이인희 고문은 호텔 사업에 특히 애정이 많아 호텔 내 몇 층에는 누구의 그림이 걸려 있고 사이즈는 얼마라는 것까지 꿰고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어머니 밑에서 경영을 배웠으니 그의 마음고생이 오죽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솔그룹 관계자들은 조부회장이 한때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그의 성격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고 말한다. 누구와도 격의없이 만나다보니 본의 아니게 스캔들에 휘말리게 됐다는 것. 그룹 관계자는 “그래서인지 조부회장이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을 함부로 만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도 격의없이 사람을 만나는 자세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얘기. 그는 90년대 중반 부사장을 역임할 때까지만 해도 팀장급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2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는 게 임직원들의 증언. 한 임원은 “폭탄주도 즐기고 노래도 멋들어지게 부르는 등 한마디로 즐길 줄 안다”고 전했다.

조부회장은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는 신입사원들의 지리산 등반대회에서도 자신의 이런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그는 작년 8월에도 3박4일간의 지리산 등정을 끝낸 100여명의 신입사원들과 함께 어울렸는데, 한 직원은 “당시 젊은 사원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노사연의 ‘만남’을 열창하던 조부회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99년 한솔그룹에 영입된 한 임원은 조부회장을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밖에서 생각하는 ‘재벌 오너 = 황제’의 이미지는 전혀 느낄 수 없고, 임직원들을 잘 챙겨준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작년 6월 한솔엠닷컴을 한국통신에 매각한 뒤 조동만 부회장을 비롯해 벨캐나다, AIG그룹 등 옛 한솔엠닷컴 대주주들이 노조 요구에 따라 직원들을 위해 180억원을 흔쾌히 내놓은 것도 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조부회장 주변 인사들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대목은 귀가 엷다는 점. 조부회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는 남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스타일이어서인지 남의 말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인사는 이어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온실 속에서 자라온 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세상을 많이 배웠을 것”이라면서 “다만 수업료가 너무 비쌌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조부회장이 다른 사람 말을 믿다 낭패를 본 케이스로 그가 벌인 건설업을 꼽는다. 그는 92년 호텔신라를 떠난 이후 ㈜아이알씨(현 한솔개발) 설립을 주도한 데 이어 다음해에는 지방의 한 건설사를 인수하는 등 의욕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또 호텔신라에 있을 때 설립했던 단체급식 업체 ㈜씨엠디와 건설업체 ㈜씨엠이 등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그가 호텔신라에서 데리고 나와 ㈜씨엠디와 ㈜씨엠이 경영을 맡긴 김모씨가 문제였다. 애초부터 호텔신라 시절 팀장급에 불과했던 김씨가 직접 경영을 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조부회장은 한번 신임한 김씨에게 회사 경영을 일임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말았던 것. 김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 조부회장의 ‘실수’였던 셈이다.

김씨는 부산 황령산 개발 계획을 추진하다 시민단체 반발로 중도 포기하면서 회사에 적지 않은 손실을 안겼다. 이후 지주공동 사업을 몇 건 벌였지만 뜻대로 분양이 안 돼 고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인 주택사업은 김씨가 고스란히 말아먹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꼬리가 잡힌 김씨는 95년 무렵 미국으로 도피했고, ㈜씨엠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그룹 내에서는 “조부회장이 손대는 사업마다 제대로 된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부회장이 96년 PCS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잇따른 사업 실패로 어머니 이인희 고문의 신임마저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PCS 사업권을 따내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몰리게 됐다는 것. 조부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검찰의 PCS 사업자 선정 의혹 수사에서 정통부 고위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사법 처리됐다.

조부회장은 요즘 인터넷과 벤처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통신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가서비스, 즉 무선 인터넷 분야와 인터넷 솔루션 분야, 콘텐츠 분야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자신이 관장하는 한솔텔레콤 한솔아이글로브, 한솔아이벤처스 등을 중심으로 이런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정보기술(IT) 업체인 한솔텔레콤은 올해 들어 인터넷 3차원 컴퓨터 게임 출시를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본격 진출, 고부가가치의 콘텐츠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 서버호텔이라고 불리는 IDC 사업도 추진중이다. 작년 9월 설립한 한솔아이글로브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수요에 대비, 초고속통신망 및 네트워크를 임대하는 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 또 작년 말 조부회장 주도로 설립된 IT 전문 인큐베이팅사 한솔아이벤처스는 무선 인터넷 및 CDMA 기술과 연관성이 있는 무선이동통신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 한 임원의 표현대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있는” 조부회장이 정보통신 부문에서 어떤 결실을 보게 될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주간동아 2001.01.18 268호 (p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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